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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경영

    부의 갈림길

    부를 결정할 다섯 가지 갈림길
    지정학적 분쟁, K자 경제, 연준 의장 교체, AI 혁명, 미국 달러 투자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들 거대한 갈림길을 분석하며 오늘날 세계 시장이 뜨겁게 던지는 질문에 답한다.

  • 한국소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의 상대성이론 로맨스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는 연인의 기다림과 재회를 그린 SF 로맨스 3부작. 우주와 시간마저 뛰어넘는 사랑과 희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 인문학

    피날레

    여성 예술가들의 ‘살아갈 힘’
    수전 구바가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노년을 창조와 갱신의 시간으로 조명한다. 나이듦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넘어 끝까지 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 외국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독일어로 쓰인 한국적인 그리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1946년 독일 문단이 그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조선인 이미륵의 소설을 만나보자.

  • 사회과학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깨끗한 죽음’은 정말 가능할까
    우리는 조력임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력임종의 개념부터 한국의 말기 돌봄 현실, 자기결정권의 이면, 해외 사례까지 조력임종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다룬다.

  • 역사

    도슨트처럼 박물관 걷기

    고고학 기초 체력 수업
    금관이나 피라미드처럼 위대한 인물이 남긴 유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남긴 유물을 통해 인류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깊이 만나게 해준다.

독자가 권하는 책

잘 읽었어요

후추를추추님

조르바라면

서울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예전에 이북 다운 받은 게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몇 번 비슷하게 그렇게 조금씩 읽다가 말았다. 초반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기 위한 대목이 힘들어 포기했었다. 거기를 넘어서 조르바를 만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으로 넘어가면서 재밌어졌다. 조르바와 크레타에 가서 광산을 캐고 붓다와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산초와 돈키호테라는 한 쌍이 있다면, 나와 조르바라는 한 쌍이 있구나. 물론 그 구성원의 개성은 다르지만, 결국 두 사람이 만나서 삶을 함께 전진해나가며 어떤 캐미를 주고 받는 것. 이야기란 그런 것인가. 그것을 사랑으로 포장하기도 하더라도. 결국 나라는 인간이 타인이라는 세계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얻어나가는 것. 조르바라는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그가 행동하고 말하도록 한 게 아닐까. 아마 자기 속에 있는 조르바이지 않았을까. 정 반대편에 사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소설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해봤다. 남기고 싶은 것들이 있는가, 그런 문제이기도 하다. 예전에 글을 쓰다 멈춘 이유, 정말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어서. 아마도.그냥 '작가'라는 사회적 위치를 얻고 싶은 것인지 그게 헛갈리던 순간이 오자 멈췄다. 대부분의 일을 그렇게 멈춘 것 같다. 직업들도 그렇게 멈췄다. 다 멈추고 다시 원점에 서있는 기분인데,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책 읽기는 그나마 그런 순간들마다 등불 같은 기분이 들어 서점을 열어볼까 싶었는데, 그 또한 불확실해서 투자를 하지 못해 결국 실현하지 못했다. 등 떠밀리듯 살기 싫다가도 결국 나를 먹여 살리려면 등 떠밀리듯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 세상에 도움되는 일이면 좋겠고(어떤 방식으로든, 자본주의란 결국 생산과 소비, 그리고 시스템인데 이 매개 안에서 어떤 자리를 잡든 그래도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나도 좋아하는 일이면 좋겠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최승자 시인이 '삼십세'에 썼던 그 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살은 온다'는 그 문장 그대로가 마흔에 온 셈이다. 그런 채로 조르바를 만났다. '나'가 조르바를 만나듯.크레타 섬이라는 장소성. 바다 바로 옆에 사는 두 사내.나 역시 바닷가에 산다. 언제라도 바다에 나갈 수 있는 거리다. 지금은 해수욕장이 개장하며 사람들이 많아져서 불편하지만 평소에는 거의 사람이 없는 바닷가다. 혼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수영을 배워서 되도록 매일 수영을 해볼까 한다. 텐트를 치고 누워 있을까도 싶지만 한번도 실행해보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제다. 생각나면 바로 해야는데 그러지 않는다. 뉘엿뉘엿.우리는 모두 조르바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조르바라면순간마다 조르바라면 이라고 생각해보자. 조르바가 누구냐고? 일은 바라는 대로 해주지만 산투르 연주만은 강요하면 끝장이라는 예순이 넘은 사나이다. 산투르는 짐승이고 '짐승에게는 자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계산 같은 걸 하려면 땅속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는,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세상이 다시 처음 그대로의 활기를 찾'고 '물, 여자, 별, 빵이 원시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바람이 주위를 맴돌'게 하는 사내다. 그는 말한다. "지금 우리 앞에 필래프가 있으니 필래프만 생각하고 내일 우리 앞에 갈탄 광산이 있을 때 갈탄을 생각하면 되지요. 어정쩡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해요."-p.48나는 어제 일어났던 일 따위는 다시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미리 생각하지 않지요. 내게 중요한 건 바로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조르바, 지금 이 순간 자네는 뭘 하나?' '잠 자고 있어.' '그래,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자네 지금 뭐하나?" '여자한테 키스하고 있지.' '그래, 그럼 실컷 해보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 없으니 실컷 키스나 하게."-p.350언제 한 번 이렇게 살아본 적이 있는가? 눈 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마치 세상에 그것과 나밖에 없다는 듯.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라는 격언을 실천하며. "아무도 안 믿고 아무것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낫다고 하는 말은 아니오. 눈곱만큼도 나을 게 없지. 이놈 역시 짐승이거든.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라 그렇소.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들이지.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낸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거지.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죽는 거요."-p.73오로지 자신만을 믿는, 그 이유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 간단한 진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맞다.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모든 문제는 타인 혹은 타인으로 대변되는 세상(시스템)과 발생하는데, 이것들은 절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맞는 듯 하다가도 나중에 보면 전혀 내 의도와는 다른 방향인 경우가 많다. 복장이 터진다. 그때 내 마음을 바꾸면 된다. 기다리거나 다시 시도하거나, 돌아서거나. 그러나 대부분 서성일 뿐이다. 복장 터져 하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는데도.흙덩이로 만들고 싶은 건 뭐든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시겠소? 프르르! 돌림판을 돌리면 진흙 덩어리가 동그랗게 되면서 마치 당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요. '항아리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 해. 아니 램프를 만들까, 뭐든 만들어야지.' 사람이라는 건 이런 게 아니겠소? 자유 말이오."그는 바다도 잊고 레몬을 씹는 것도 잊었다. 눈빛이 다시 빛났다. -p.25세상과 발 맞추어 살아가기 위해, 그 세상의 모양새라는 것도 결국은 내가 짜맞춘 어떤 내 머릿속 세계(눈과 귀로 보고 들은 것들을 조합한)인데도 거기 맞춰나가기 위해 애쓰다가 '어, 그런데 내 자유는 어디 있지?' 이런 기분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원하던 것, 내가 바라던 것인가, 이런 기분들이 들어찼는데 그렇다고 다시 돌아서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분 말이다. 책 속의 화자인 '나' 역시 마찬가지 상태였다. 붓다와 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하는 '나'가 조르바를 만나 크레타 섬으로 가서 광산 개발을 위해 투자하나 실제로 광산 개발은 엉망진창이 된다. 제목이 크레타 섬의 광산 개발이 아니라 그리스인 조르바인 이유다. '나'는 조르바를 만나고 그동안 쓰고자 했던 붓다에 대한 책을 완성하지만 그 책 구절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조르바와의 영롱한 대화들이 빛을 발한다. 그래서 조르바랑 놀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고 하는 내내 이 사내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조르바는 책 따위는 던져버리라고 하지만, 글자에 익숙해져버리며 화자와 같은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밑줄 친 모든 구절은 조르바의 말들이다. 조르바의 세상에 대한 하느님에 대한 악마에 대한 인간에 대한 세상에 대한 해석이다. 그의 시선, 철학)어쨌든조르바라고 생각하자. 아니, 나가 되자. 세상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보스, 보셨소?""…....""경사에서 돌멩이가 다시 생명을 얻었어요."나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쁘고 놀라웠다. 위대한 사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는 법이다. 모든 일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조르바에게 우주는 태초에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처럼 경이롭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로 미끄러지고 바다는 그의 이마 위에 부서졌다. 그는 이성의 방해 따위는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p.180열정과 광기로 싸우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일세.-p.186이 한심한 친구가 자기 안에 악마 한 마리가 들어 있다면서 이름까지 붙여놨어요. 이름이 터키의 호자랍니다. '호자는 성금요일에도 고기가 먹고 싶대!' 이렇게 외치며 교회 벽에 머리를 찧었어요. '호자가 여자랑 자고 싶대. 호자가 수도원장을 죽이고 싶대. 그래, 모두 호자가 하고 싶어 한다니까. 내가 하는 짓이 아니라니까!' 그러고는 또 머리를 찧어요.보스, 내 안에도 악마가 들어있어요. 나는 그 악마를 조르바라고 부릅니다. 이 안에 든 조르바는 나이 먹는 걸 엄청 싫어하죠. 나이를 먹지도 않고, 먹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나이 따위는 안 먹을 겁니다. 이 안에 있는 놈은 사람 잡아먹는 도깨비예요. 칠흑처럼 검은 머리에 이빨이 서른두 개, 귀 뒤에 빨간 카네이션을 꽂고 다닌답니다. 바깥에 있는 조르바는 배가 불뚝 튀어나온 데다 흰 머리카락도 좀 있어요. 가엾지요. 나이 먹어 주름살도 있고 이도 빠지고 커다란 귀에는 흰 터럭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당나귀 꼴이에요.보스,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까지 이 두 조르바가 엉겨 싸워야 될까요?-p.192나는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간 조항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곤 합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잖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브레이크를 쓰지요.-p.193나는 그저 언제나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내키는 대로 삽니다. 부딪쳐서 박살이 나면 뭐 어때요. 그래 봐야 손해날 게 뭐 있다고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느냐고요? 물론 갑니다. 하지만 기왕 갈 거 신명 나게 가자는 거지요.-p.194당신이 내 생각이나 내 약점이나 내 헛소리를 실컷 비웃어도 좋아요. 이 세가지가 도대체 뭐가 다른 건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에는 웃음이 흔하기도 합니다. 웃는다고 생각하니 우스워지네요. 사람에게는 바보 같은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가장 큰 바보는 그런 바보짓을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p.194흠, 나는 사람에게는 다들 냄새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냄새란 게 아주 복잡하게 섞여서 의식도 안 하고 살고 있어요. 이게 누구 냄새인지, 저게 누구 냄새인지 구별하기도 어렵지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이른바 '인간성'이라는 고약한 냄새가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이걸 라벤더 향이라도 맡듯 킁킁대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만 해도 먹은 게 다 올라옵니다.-p.194날 아는 놈도 없고 나도 아는 놈 하나 없으니 그야말로 자유지요.p.195보스, 지난번에 내가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천당이 있다고 한 적 있지요? 당신 천당은 잔뜩 쌓인 책, 큰 병에 가득 잉크가 있는 방일 수 있겠지만 포도주, 럼, 브랜디 병이 가득한 방이나 돈이 산처럼 쌓인 방을 천당으로 가진 놈 등 제각각입니다.-p.198내가 아는 당신은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하느님처럼 물 묻은 스펀지가 있어요. 쓱싹쓱싹 다 닦아 버리면 내 죄도 끝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이런 고백을 하는 거랍니다. 그러니 들어줘요.지금 엉망으로 취했어요. 핑핑 돌아갑니다. 보스, 제발 펜을 들어 이 편지를 받는 대로 답장을 주세요. 답장을 받기 전까지는 안절부절못할 거예요. 앞으로 몇 년간은 하느님이나 악마의 장부에서 내 이름을 찾긴 어려울 겁니다. 내가 들어있는 장부는 오직 당신 것뿐이에요. 그래서 내가 의논할 상대도 당신밖에 없어요. 그러니 잘 들어봐요.-p.199이 무식한 일꾼은 글을 쓸 때마다 펜을 계속 부러뜨린다. 원숭이 껍질을 처음 벗은 인간처럼, 혹은 위대한 철학자처럼 그는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빠지고 만다. 조르바는 이런 문제들이 가장 급하고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새롭게 만난다. 끊임없이 놀라고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달고 다닌다. 모든 일이 그에게는 기적이며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새와 돌을 보고도 새삼스레 놀란다.'이 기적은 대체 뭔가요? 이 신비는 뭐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새의 신비가 뭘까요?"-p.200-201"인간이란 짐승이야! 이봐요, 보스. 책은 그냥 놔둬요. 창피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짐승이라니까요. 짐승이 책을 읽소?"-p.202커 가면서 나는 '영원'이나 '사랑' '희망' '국가' '하느님' 같은 말들에 관심을 가졌다. 단어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아 가면서 마치 위험에서 벗어나 쑥쑥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는 겨우 말 바꾸기를 통해 구원받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 내가 2년 전부터 관심을 가진 단어가 '붓다'였다.-p.228"닥쳐요, 보스! 닥쳐요. 이런 얘길 왜 내게 하는 겁니까? 왜 내 마음에 독을 풀어 넣느냐고요. 왜 사람 기를 죽입니까? 나는 이대로가 좋습니다. 배고픈 나에게 하느님과 악마가-이 둘이 다르다면 내가 벼락을 맞겠소-뼈다귀를 던져주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면서 그걸 핥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p.239"거룩하신 원장님, 저도 청을 한 가지 할까요? 날 수도원 문지기로 일하게 해줘요. 밀수도 좀 하고 이따금 그 성스러운 수도원에다 괴상한 물건도 좀 들여놓게 말이오. 여자랑 만돌린, 새끼 돼지 구이, 라키 술 같은 거 말이오. 그래야 당신들이 허튼수작으로 인생을 우습게 보내 버리는 걸 막을 거 아닙니까?"-p.241"보스, 이래선 안 되겠습니다. 이놈의 세상이 작아지든가, 내가 커지든가 둘 중 하나가 돼야 살지요. 둘 다 안 되면 낭패라니까요."-p.245"하지만 나는 천국에 가고 싶어. 그래서 도반들에게 농지거리나 미친 짓을 해서 웃기는 거지. 이것들이 뭘 알아야 말이지. 나한테 악마가 들렸다고 욕이나 해대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해. '하느님도 장난을 치거나 웃거나 하는 걸 좋아하신다고. 언젠가는 날 보고 이리 들어와라. 이 광대야, 와서 날 좀 웃게 해다오. 이러실 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광대가 되어 천국에 가려는 거야."-p.249"내가 뭘 먹고 싶거나 갖고 싶으면 어찌하는 줄 아시오? 목구멍이 터지도록 처넣는 겁니다. 그래야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거든요.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거지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거요. 어렸을 때 나는 버찌에 미쳐 있었어요. 먹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지요. 돈이 없으니 한 번에 많이 살 수도 없고 조금 사 먹을라치면 아쉬워서 더 먹고 싶어지고. 밤이나 낮이나 그놈의 버찌 생각에 환장을 하겠더라고요. 어느 날 화가 납디다. 창피해서 그랬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버찌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드니까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어찌 했는지 아시오? 밤중에 일어나 아버지 주머니에서 은화 한 닢을 훔쳤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 한 소쿠리를 사서는 도랑에 숨어서 먹었어요. 넘어올 때까지 처먹으니까 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더군요. 네, 보스. 몽땅 다 토했다오.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한 적이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싫어요. 나는 구원을 받은 거지요. 언제 어디서 버찌를 봐도 이제 너하고는 볼 일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중에는 담배랑 술하고도 똑같은 짓을 했습니다. … (중략)… 한때는 너무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역시 목구멍에 처넣고 토해 버렸어요. 그때부터는 날 괴롭히지 않더군요."-p.254-255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라는 겁니다. 내 말 잘 들어둬요. 토할 만큼 처넣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예요.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어요. 보스, 생각해봐요.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습니까?-p.255"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다 보이니까 그러는 겁니다. 내가 성상 만드는 사람이라면 눈도, 귀도, 코도 없는 성모를 그릴 거요. 너무 불쌍해서 말입니다."-p.262이 신선하고 상큼하고 작은 즐거움들이 하느님 그 자체인 듯했다. 하느님은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바꾼다. 어떤 모습으로 변장하든 그것을 알아보는 자에게는 축복이! 신선한 한 잔의 물이 되기도 하고, 무릎 위에서 노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며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가 하면 아침 산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p.271"보스, 이 세상에 있는 악마의 발명품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생각해봤어요? 예쁜 여자, 봄, 새끼돼지구이, 술…... 이런 게 모두 악마의 발명품이랍니다."-p.277"그럼 조르바, 당신이 책을 쓰지 그래요? 세상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주면 좋은 일이잖아요."내가 비꼬아서 말했다."하라면 못할까 봐요? 하지만 할 시간이 없었어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신비'를 살아내느라고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어떤 때는 전쟁, 어떤 때는 계집, 어떤 때는 산투르를 살아낸 거죠. 그러니 그런 걸 쓸 시간이 어디 있겠소? 책 쓰는 일들이야 그쪽에서 할 일이고. 인생의 신비를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또 제대로 살 줄 모르는 법이오. 아시겠어요?"-p.282-283"내 조국으로부터 구원받고, 신부들로부터 구원받고, 돈으로부터 구원받은 겁니다. 나는 짐을 덜어내기 시작했어요. 가지는 대로 덜어버리는 거죠. 그런 식으로 내 짐을 덜어낸 겁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던가요? 나는 해탈하는 방법을 찾은 셈입니다. 나는 인간이 되는 겁니다."-p.293"요새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나쁜 놈이구나' 이렇게 구분합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별 상관 안 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이게 더 문제거든요. 마지막으로 내 입에 쑤셔 넣을 빵에다 두고 맹세합니다만,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이 불쌍한 것! 이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겠지. 이 사람 안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죽어서 땅 밑에 누울 테고, 구더기 밥이 될 테지.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나 다름없습니다. 모두가 구더기 밥이 되거든요."-p.293"당신이 믿어야 할 게 있다면 나 같은 놈이에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입니다. 그것도 앞뒤 분간도 못하는 짐승 신세를 못 벗어나는 거예요. 하느님이 보우하사, 나는 그걸 끝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p.295"보스, 저 건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저 파란색, 저 기적이 뭔가요?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릅니까? 바다? 바다입니까? 꽃으로 된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저건요? 땅이라고 그럽니까? 이런 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인가요? 보스, 내 맹세하지만 이런 걸 보는 게 처음이라오."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조르바, 혹시 머리가 돈 거 아닙니까?""뭘 비웃는 거요? 당신 눈에는 정말 안 보인단 말이오? 보스, 봐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웅크리고 있는 마술이 안 보입니까?"-p.296'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이에요. 말도 대충하고 착한 일도 대충 하는 척만 하고 그러니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겁니다.-p.299하느님은 대장 악마보다 어정쩡하게 반만 악마인 것들을 더 미워하시는 거요.'-p.299"사람들이 밥상머리에 앉아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맛있는 걸 잔뜩 집어넣은 배가 다 소화를 시키지 못해요. 남는 게 기분이 되고, 춤도 되고 노래도 되고 싸움질도 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부활이에요."-p.302그리고도 옮겨적다 보니이 사람이랑 계속 있고 싶다 그런 기분이 든다. 이 사람이랑 있고 싶다. 소설 캐릭터란 그런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가요, 가서 방귀가 아닌 노래나 춤이 되게 하는 거요.p.303"오, 내가 당신만큼만 젊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물불 안 가리고 막 뛰어들 거요. 일이든 포도주든 사랑이든 모든 것에 말입니다. 나 같으면 하느님이건 악마건 두려워하지 않겠소. 젊음이란 게 그런 거니까."-p.304"어쨌든 내가 보기에 어느 것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겁니다. 하느님이 미쳤다고 지렁이를 앞에 두고 앉아서 지렁이가 한 짓을 일일이 따지겠습니까? 지렁이가 이웃에 있는 지렁이를 꾀어 외도를 하고, 성금요일에 고기를 한입 먹었대서 화를 낼 것 같소?"-p.304"보스, 몇 번 말했잖아요. 다시 한번만 더 말하죠. 하느님이나 악마나 똑같은 겁니다."-p.305"그래, 바다, 여자, 술 그리고 힘든 일이야! 이 세 가지에 자신을 던져 넣은 다음 하느님과 악마는 두려워하지 말자. 그게 젊음이지."-p.306"인간이란 얼마나 이상한 기계입니까? 그 속에 빵, 물고기, 포도주, 당근 같은 걸 채워주면 이게 한숨이나 웃음, 꿈이 되어서 나오잖아요. 무슨 공장처럼 말이지요. 우리 머릿속에 발성영화기가 돌아가는 모양입니다."-p.328맨 뒤에 뾰족구두를 목에 건 미미코가 나왔다."살인자, 살인자, 살인자들이야!"신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미코가 외쳤다.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불어와 바다가 일렁였다. 리라장이가 따뜻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리라 소리를 퍼뜨렸다. 상쾌하고 때로는 빈정대는 듯한 소리였다.p.342-343"책에는 인간의 혼란이 있어요. 조르바, 인간의 혼란으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요."-p.345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리도 아니다. 보다 위대하고 좀 더 영웅적이며 더 절망적인 그것은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p.345그렇다면 저항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필연을 거부하고 외부적인 법칙들을 내부의 것으로 바꾸고, 존재하는 것을 모두 부정하고 자기 정신 법칙에 따라 새 세계를 만들려는 돈키호테 같은 인간의 긍지를 말하는 건 아닐까? 결국 자연의 비인간적인 법칙을 반대하고 지금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도덕적인 새 세계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닐까?-p.347세상의 끝인 그 해변에서 우리는 난파한 2명의 뱃사람이었던 것이다.-p.350"조르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악마 몇 마리쯤은 배 속에 넣어두고 있어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중요한 건 그것들이 하는 짓이 다 제각각이라도 목표만 같으면 된다는 겁니다."-p.356"얘야, 천당의 일곱 품계도 이 땅의 일곱 품계도 하느님을 품기엔 넉넉하지 않아. 그러나 사람의 가슴은 하느님을 품기에 넉넉하단다. 그러니 알렉시스, 조심해라. 내 너를 축복해서 말하는 거란다.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단다."-p.357말에 어떤 가치를 따질 때는 그 말이 핏방울을 품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358두 사람이 헤어질 때도 좋았다.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kangd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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