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은 서사나 이미지 면에서 매우 충격적인 책이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광남. 그가 수십년 간 차곡차곡 쌓아뒀던 분노와 절망이 마치 표지를 뚫고 나올 듯 강렬했다. 이 책 <광남>은 마치 인간의 “악”을 탐구하는 듯 한데 태어날 때부터 악한 자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 나라 전체가 사악한 기운으로 똘똘 뭉쳤던 시기도 있었다.누군가의 신고로 살인 사건이 접수가 되어서 경찰이 출동한다. 살인 현장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반면 정신줄을 놓은 듯 실실 웃는 살인자 광남 그리고 파란 비닐이 덮힌 고무 대야에 담겨 있는 정체 모를 그것... 알고 보니 대야 속에는 장기와 살점이 거의 사라진 사람의 시신이 담겨 있었는데...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이고 주인공 광남은 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되었던 것일까?1960년대, 젊은 광남은 말을 더듬고 정신 연령이 낮지만 정미소를 운영하는 부잣집의 아들이었다. 사실 광남은 정미소에서 일하던 혜숙을 몰래 짝사랑했으나, 혜숙은 비행기 승무원의 꿈을 꾸고 있었기에 정미소 사장님의 광남과의 결혼 권유를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혜숙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버리게 되는데.....빗방울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물이 바닷물로 흘러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듯... 오늘날 광남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비극은 수십년간 그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한 일들 – 아내의 학대 진정한 사랑의 실종 – 이 차곡차곡 쌓여서 그의 내면에 마치 시한 폭탄처럼 남아 있다가 드디어 터졌기 때문.이 책은 1960년대 젊은 광남의 이야기와 2025년 현재의 시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보여준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사악한 사람들이 있다. 매우 독한 광남의 아버지와 그보다 더 독했던 광남의 아내 미선, 이들은 불행한 광남의 인생을 만든 하나의 요소이다.그러나 역사적 차원, 시대적 차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이 책에 등장하는 “서산개척단” 이라는 타이틀로 대표되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거대한 학대와 폭력이 난무했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어쩌면 주인공 “광남”이라는 캐릭터는 악마같은 아내 미선 뿐만 아니라 60년대 인간성을 짓밟은 그 시대에 대한 복수를 했던 것은 아닐지...솔직히 말해서 어떤 장면들은 진짜 끝까지 읽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끔찍하고 폭력적이었다.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기에 특히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부분을 참을 수 없는데 이 책은 그러한 장면들도 필터 없이 고스란히, 아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그래서 그런지 “광남”이라는 캐릭터가 왜, 어떻게 악마에 가까운 살인자도 변모했는지 설득력이 더 있었다고 봐야겠다.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적 사건을 또 한번 알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왜 “서산 개척단” 관련 이야기를 가르치치 않았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권력이 개인에게 가한 말도 안되는 가학적 폭력이 우리나라에 있었음을 지금에라도 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누가 “광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학대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 동네 사람들... 아버지의 불행을 그냥 방임했던 아들 상희... 눈을 감아버린 사람들 모두가 죄인이다. 결국엔 살인자가 되어버렸지만 악한 시대가 낳은 불행한 인간 이야기 <광남>*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토토엄마님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나는 왜 자꾸만 멈춰 서는가-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철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괜히 어려울 것 같고, 당장 내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은 대부분 서양의 인물들이다.플라톤, 칸트, 니체 같은 어려운 서양 철학자들의 이름들은 어쩐지 익숙한데우리 땅에서 공부했던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어쩐지 말문이 막히고 만다.동양을 떠올리면 그래도 '공자'나 '맹자'라는 이름이 생각나지만 그들은 또 중국인이 아닌가?분명 한국에도 수많은 유학자나 실학자들 그리고 성리학자들이 존재했는데 그 사실을 문득 잊고 있었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다. 이번에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는 책을 읽게 된 계기 역시 이런 나의 견식이 좁음을 똑똑히 마주하기 위해서였다.이 책은 단지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조명하는 위인전이나 전기적 기록이 아니다.그가 생각한 방향과, 그가 살아낸 방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곱씹게 만들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더 이상 역사 교과서에서 나오는 멀기만 한 위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을 걸고 방향을 알려주는 상담사 같은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이 말은 이 책이 그만큼 나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이라고 흔히 말해서 이해할 수 없는 꼰대 의식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조선시대 사람이라고 진짜 틀에 박힌 가부장적인 말을 해대는 것도 아니고 진짜 누가 들어도 그렇다 할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을 엮은 이근오 작가님의 덕분일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을 인용하고 풀어나가려면 얼마나 많이 공부를 해야 가능한 것일까?이번 책은 세계철학전집 시리즈의 3권으로 1권은 데카르트, 2권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로마의 황제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꼈고, 철학이 나의 생각보다 범주가 더 넓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나머지 책들도 그리고 앞으로 나올 책들도 읽어봐야겠다.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실학자라는 걸 모두가 알 텐데 실학이 무엇인지 공부하지 않고 실학이라는 말의 뜻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실제의 참된 학문'이라는 뜻과 이 실학이라는 말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의 학문은 공리공론이 아닌 늘 현실 속의 진짜 문제에서 출발했고, 그 끝도 사람을 향해 있었다.그는 관념 속 이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정치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백성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했고 실천했다. 정약용은 말 그대로 탄탄한 유학적 기반 위에 인간적인 고뇌와 현실적 문제의식을 동시에 지닌 보기 드문 사상가였다.책을 읽으면서 자주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나는 항상 꿈만 꾸고, 현실에서 한 발짝 나아가지 못하는가?" 제목과 똑같은... 나 그대로의 고찰이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내게 계속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그러면서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라는 제목은 너무나 직접적으로 마음에 꽂혔다.나는 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지만, 막상 내딛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상을 그리지만, 현실에선 늘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정약용은 다르다. 수백 권의 책을 써냈으며, 유배라는 삶의 큰 벽 앞에서도 글을 쓰고, 제자를 기르고, 수많은 사상을 정리해 냈다. 눈앞에 있는 현실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나는 자주 '지금의 내 방향이 맞는 걸까?'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 걸까?'라고 고민하지만, 이 책은 그 물음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중요한 건 방향보다 움직임이라는걸, 조용히 알려준다. 고민만 하며 늘 주저앉아 있는 나에게 "움직여야 무언가 달라진다"라는 당연한 말을,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남 탓을 하지 말고, 스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단단하게, 그러나 절대 다그치지 않고 들려주는 책이었다.또한 좋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것은 나에게도 해당되지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을 했지만 그 사람이 그걸 수용하지 못하고, 좋은 말만 듣고 내 말은 배척할 때그런 행동으로 인해 사람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도 적당히, 봐가면서 받아들이자.또 하나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단지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업적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그의 위대함만을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의 철학과 실천이 얼마나 우리에게 유효한지를 조곤조곤,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특히, 정약용의 철학을 현대와 연결해서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인문서나 역사서를 넘어서 철학 입문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이 책이 '한국에도 철학이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줬다는 것이다.나도 그랬지만, 우리는 항상 답을 멀리서만 찾으려 한다. 서양 철학에서, 혹은 유명한 해외 사례에서....그러나 우리는 잊고 있었다. 이미 우리 땅에도 수많은 답이 있었다는 사실을....다만 우리가 그것을 너무 무심히 지나쳐 왔다는 사실을....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문장은 제목과 같은 그 말이다."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이 말은 누군가를 꾸짖는 말이 아니라,누군가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조용히 일으키는 말처럼 느껴졌다.이 책을 읽고 나니, 이상과 현실을 잇는 다리를 정약용이 이미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이제 정약용이 걸었던 다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며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할 때가 아닐까?
봄엔님성해나 지음
세이노(SayNo) 지음
바늘이야기 김대리 지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엮음
장강명 지음
김재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