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편의 데뷔작으로 스페인 영화계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급부상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선댄스와 베를린 영화제를 통해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또한 자신의 모든 영화의 각본과 음악을 직접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마리포사>(1999)를 비롯한 여러 편의 영화에서 영화음악을 작곡해온 다재다능한 인물.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1972년 스페인인 어머니와 칠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한 살 되던 해인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 직전 일가족이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마드리드에서 자랐다. 그는 마드리드의 콩플루텐세 대학에 입학하여 영화를 전공하다가, 실기교육 없이 이론만 가르치는 데 실망하여 학교를 그만 두고 직접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살 때 첫 번째 단편 <머리>(1991)를 만들었고, 다음해 각본, 연출, 제작, 음악, 출연까지 도맡아 한 <이메노프테로>(1992)로 주목을 받았다.
여러편의 단편영화와 비디오 제작에 감독, 촬영, 편집, 작곡까지 일인 다역으로 역량을 쌓은 그는, 1996년 첫 장편 <떼시스>를 내놓는다. <떼시스>는 충격적인 내용과 참신한 형식으로 스페인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고, 이 독특한 스릴러물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면서 아메나바르는 장르영화의 전통이 약한 스페인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후 대표감독으로 급부상하였다.
가상현실과 실재의 관계를 포스트모던한 시각으로 바라본 두 번째 장편 <오픈 유어 아이즈>(1997)는 스페인 국내에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동시에, 갓 25살의 아메나바르를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시켰다. <오픈 유어 아이즈>는 카메론 크로우에 의해 할리우드에서 <바닐라 스카이>(2001)로 리메이크되었으며, <바닐라 스카이>에서 주연과 제작을 겸한 톰 크루즈의 제안으로 다음 영화 <디 아더스>(2001)를 만들게 되었다. 니콜 키드먼을 주연으로 한 <디 아더스>는 히치콕을 연상하게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아메나바르가 처음으로 영어권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2004년, 아메나바르는 식물인간 상태로 30년 동안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안락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온 실존인물 라몬 삼페드로의 삶을 영화화한 <씨 인사이드>(2004)로 또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직접 연출, 각본, 편집, 음악, 제작을 모두 맡아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메나바르의 영화들은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가지는 몽환적이면서도 파워풀한 매력을 끌어내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특유의 통찰력을 통해 관객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