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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

애독자의 기다림에 손 내미는 김애란의 장편소설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하나의 현상으로 세계에 등장한 이후 김애란은 오직 네 권의 소설집, 한 권의 장편소설로만 독자를 만났다. 22세에 데뷔한 작가는 이제 23년차 소설가가 되었고, 이번 작품은 <두근두근 내 인생> (2011) 이후 13년 만에 출간되는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은 교실 속 '자기소개 게임'에서 왔다.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 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해. (10쪽) 교실에서 이 법칙대로 자신을 소개하던 아이들은 거짓말에 비밀을 섞어가며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반려 도마뱀 용식과 살고 있는 지우. 지우가 노동 현장으로 떠난 사이 지우의 도마뱀을 맡아주기로 한 소리.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이 해체된 후 강아지 뭉치와 함께 있다 소리를 만난 적이 있는 채운. 서로의 비밀을 엿본 세 아이는 자석의 극점처럼 다가가고 멀어지며 방학의 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만화를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상대의 손을 잡는다. 이야기를 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흡수하며 아이들은 비밀일 수도, 거짓말일 수도 있는 각자의 서사를 향해 나아간다. 23년 동안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어온 독자들은 그의 소설이 놓인 자리를 따라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칼자국' 부분, <침이 고인다>(2007) 수록) 삼키면서,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서른' 부분, <비행운>(2012) 수록) 울먹이며 어른이 됐다. 성취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미는 김애란의 소설과 함께 채 마무리되지 못한 채 그 여름방학에 머물러 있던 우리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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