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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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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시인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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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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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랑시의 무덤이다. 윌콕스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아주 오랫동안, 다소 집요하게. 그러나 소박한 언어로 쓰여진 이 말들은 쉽게 읽히지만 만만히 삼켜지지 않는다. 윌콕스의 사랑은 우리의 사랑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사방이 어긋나고 거의 모든 방향이 빗나간다. 과녁은 의도를 잃는다. 미동도 없이 굳은 눈으로 고통을 흘리고 사랑의 눈물을 말한다. 포기할 수 없음의 비참함을 쓴다. 사랑이 망가진 자리에 새로이 들어선, 태동 없는 괴로움. 간결하고 창백한 소실의 언어들. 표정이 사라진 시간의 얼굴 앞에서 외치는, 결코 죽음을 모르는 “이런 사랑”. 이 불멸의 사랑 끝에 윌콕스가 서 있다. 죽음을 모르는 채로. 끝없음의 끝없음. 어딘가에는 마지막이라는 장면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 이성의 절벽에서 외치는 가여운 운명. 이 모든 것을 무한히 끌어안으면서, 맹렬히 복종하는 태도로, 그렇게 서 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랑의, 우리의 고약한 역사들이다.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 포기도 탈락도 망각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안쓰러이 내던져졌다. 나는 이 징그러운 생의 연결이 답답했다. 종종 쓸모없다고도.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내가 단단해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의 살결을 입은 윌콕스의 시들을 읽으며 모든 것이 무화되었다. 윌콕스의 그리스도가 말한다. “나에게 오라, 나도 실패했노라”. 이제는 더이상 줄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소리가 나도 모르는 나의 심장에 울려 퍼질 것만 같다.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바로 윌콕스다. 나는 이제야 사랑을 조금 엿보았다. 겨우. 비로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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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사랑과 표정, 슬픔이라는 한 올의 실, 환희의 맛과 시간, 고독의 뒷모습과 뒷모습의 뒷모습. 네 쌍의 눈으로 바라본 사진의 감정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희부옇고 나란하며 아름답게 흔들리는 실루엣들. 그것을 똑똑히 바라봤을 네 사람. 여덟 개의 눈동자. 그것을 상상하면 또다시, 막연하지만 단단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시간에 벼려지지 않겠다는, 내게 주어진 이 순간을 맹렬히 붙들고 기억하고 말리라는, 작고 분명한 다짐. 그래서인지 슬픔은 언제나, 언제나, 아름다움 곁에 있다. 가까이, 가까이.
3.
솔직히 중독이 뭐 나쁜가. 내 친구들도, 나도 전부 다 중독이다.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것에 중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삶에 중독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남들 다 가는 길 나도 한번 가보고, 돈도 벌면서 적당한 안정도 취하고, 일도 하고 취미도 조금 해야 그게 사람 사는 것 아니겠는가. 자고로 21세기 갓반인이라면 내 권리 풀 장전한 상큼한 워라밸 정도는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갓생’이라는데 도무지 신이 돌봐주지 않는 삶 같다. 그렇게 여기저기 널브러진 신의 삶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이토록 많은 신이 삶의 주인공일 리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많은 갓생이 있다는 것은 조금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속이 부글거리는 기분이었지만 무엇을, 누구를 탓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개인은 너무 작고 초라하며 소박하고, 사회나 시스템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했다. 너무 나인 것과 너무 내가 아닌 것들이 마구 뒤섞여서 끔찍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이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계속 바라봐야만 했고, 끝내 납득해야 했다. 나도 이 기괴한 중독 사회의 과잉된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중독자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동시에 무방비한 상태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상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일일 테다. 그것에 결말이나 정답 따위는 없을 테지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준다. 같이 한번 뛰어들어 보자고. 이 지긋지긋하고 환멸 나는 중독의 세계로 가보자고. 잡은 손 놓지 말고, 계속 한번 살아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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