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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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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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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친구, 또래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인 듯하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던 부모의 영향력에 반기를 들고 차츰 자기 스스로의 자리에 서려는 시도를 하는 시기이기에 반항기라고도 일컫는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윤제아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대신에 철부지 동생 셋을 돌보고 가정 일을 도맡아 하는 맏딸이다. 언니니까 어린애처럼 굴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없는 시선에 갇혀 불만을 안으로만 삼키고 엄마가 다니라는 미술학원에 다닌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절친인 수연이와 멀어져 외톨이가 되었다고 느끼면서도 겉으로 아픔을 내보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아이이다. 갈등과 슬픔이 가득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친구 연주와 다영이, 열린 책방의 대장인 폐지 줍는 할머니, 그리고 엉뚱하지만 밝은 성격을 지닌 은조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스스로 소중한 가치를 선택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단단해진 아이가 된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제아가 신데렐라보다 더 멋지다. 그 이유는 신데렐라의 변화는 남이 가져다 준 것이지만 제아의 성장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만들어 간 것이기 때문이다. 제아 스스로 가족 안에서 자기의 존재를 찾고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자신이 중심에 서는 선택을 하며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당당하다. 청소년기는 작가의 말처럼 ‘나를 발견하고 나를 잘 지켜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 나가는, 아름다운 반항기이다. 사춘기의 갈등과 고민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알맞은 색깔과 향기를 찾아 나서는 여행인 셈이다. 그러하기에 이 여행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하나하나가 나의 무늬를 이루는 소중한 안료가 되는 셈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슬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 인물의 갈등과 고민을 잡아내는 힘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의 명성과 이름에 값한다.
2.
미국의 어느 영문학자는 ‘이야기는 생존의 기술이기에 인류에게는 귀한 은인이고 이야기는 인간을 바꾸기에 세상까지도 바꾼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간은 그토록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인가? 가온국 난모리 마을에 사는 ‘마라’는 원래 ‘불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뛰지 마라, 싸우지 마라, ~하지 마라의 ‘마라’로 불린다. 오월제에서 오월의 궁수가 되고 싶은 야무진 소망을 가진 당돌한 여자아이다. 어느 날 천관 ‘허수’에 의해 부모님의 숨져진 정체가 드러나고 부모님과 오빠들은 어디론가 잡혀간다. 그리고 검은 회오리에 의해 동물들은 령을 빼앗긴다. 검벌레에 휩싸여 전쟁을 일삼는 자현왕과 삿된 도술을 사용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천관 ‘허수’ 등의 무리에 맞서 ‘마라’와 감은산의 구미호 ‘강’, 자현왕의 아들인 왕자 ‘이도’, 쌍둥이 오빠 ‘동돌’은 용마 ‘우레’와 함께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친다. 황천강과 원천강, 서천꽃밭 등 기이한 공간과 환생꽃, ‘용마의 아이들이 일곱 번째 화살로 어둠의 심장을 쏘리라’는 민중의 소망이 담긴 전설, 구미호, 저승, 도술, 용마 등 우리 설화에서 익히 보아 온, 익숙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소재들과,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리라는 참된 소망을 간직한 순수한 영혼의 아이들이 어우러져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정의의 화살을 쏜다. 세상 어디에나 선과 악, 빛과 어둠, 참과 거짓이 있다. ‘어둠은 힘으로 몰아낼 수 없어. 오직 빛으로 밝혀야지. 저마다의 빛으로 빛나면 돼.’라고 말하며, ‘두려워도 힘들어도 함께 가면 된다.’는 믿음으로 어려움을 견뎌내고 선한 세상을 회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 인류에게는 귀한 은인이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가 인간을 바꾸고, 그래서 세상은 바뀌는 것이리라. 서양 판타지에 익숙한 아이들이 전통 설화에 맞닿아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3.
미국의 어느 영문학자는 ‘이야기는 생존의 기술이기에 인류에게는 귀한 은인이고 이야기는 인간을 바꾸기에 세상까지도 바꾼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간은 그토록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인가? 가온국 난모리 마을에 사는 ‘마라’는 원래 ‘불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뛰지 마라, 싸우지 마라, ~하지 마라의 ‘마라’로 불린다. 오월제에서 오월의 궁수가 되고 싶은 야무진 소망을 가진 당돌한 여자아이다. 어느 날 천관 ‘허수’에 의해 부모님의 숨져진 정체가 드러나고 부모님과 오빠들은 어디론가 잡혀간다. 그리고 검은 회오리에 의해 동물들은 령을 빼앗긴다. 검벌레에 휩싸여 전쟁을 일삼는 자현왕과 삿된 도술을 사용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천관 ‘허수’ 등의 무리에 맞서 ‘마라’와 감은산의 구미호 ‘강’, 자현왕의 아들인 왕자 ‘이도’, 쌍둥이 오빠 ‘동돌’은 용마 ‘우레’와 함께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친다. 황천강과 원천강, 서천꽃밭 등 기이한 공간과 환생꽃, ‘용마의 아이들이 일곱 번째 화살로 어둠의 심장을 쏘리라’는 민중의 소망이 담긴 전설, 구미호, 저승, 도술, 용마 등 우리 설화에서 익히 보아 온, 익숙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소재들과,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리라는 참된 소망을 간직한 순수한 영혼의 아이들이 어우러져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정의의 화살을 쏜다. 세상 어디에나 선과 악, 빛과 어둠, 참과 거짓이 있다. ‘어둠은 힘으로 몰아낼 수 없어. 오직 빛으로 밝혀야지. 저마다의 빛으로 빛나면 돼.’라고 말하며, ‘두려워도 힘들어도 함께 가면 된다.’는 믿음으로 어려움을 견뎌내고 선한 세상을 회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 인류에게는 귀한 은인이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가 인간을 바꾸고, 그래서 세상은 바뀌는 것이리라. 서양 판타지에 익숙한 아이들이 전통 설화에 맞닿아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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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라는 말의 전제는 위험을 무릅쓴다는 데 있다.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그 실패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험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모험은 낯선 곳에 대한 동경, 새로운 경험에 대한 경이로움의 성격이 강하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열두 살 준하는 엄마의 연구 활동 때문에 미국의 북서부 일리노이 주에 있는 몰린이라는 도시에 유학을 가게 된다. 낯선 도시, 학교에서 느끼는 불안 속에 베니라는 친구를 만난다. 베니는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시카고로 입양된 남자 아이, 한국 이름은 김현수다. 준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가온 베니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고 알게 된 고등학생 누나를 찾아가기로 한다. 검은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때문에,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외부로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엠마 아줌마의 트럭을 몰래 타고 3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모험 길에 나선다. 히치하이킹은 다른 사람의 차를 타는 행동이다. 이런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팔을 뻗고 엄지손가락을 든다. 준하와 베리와 엠마 아줌마의 여행에 ‘엄지척’을 하고 싶은 이유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모습에 대한 공감과 격려의 마음이기도 하다. 자신을 둘러싼 가족이나 이웃, 친구에 대한 불만과 불안에 휩싸이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동화이다. 모험은 실패를 무릅쓰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가면 용기가 생긴다. 우리 아이들이 모험을 즐기고 실패에 맞서는 당당함을 배우면 좋겠다.
5.
‘꿈은 이루어진다.’ 너무 흔히 들어서 이제는 닳아진 기억이 되었다. 기적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기적이라는 말 자체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일을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작가는 꿈을 가지라고,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의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복자 씨는 가난을 불평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서울로 이사 와 공단 근처의 달동네에 정착하여 봉제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면서도 타이피스트의 꿈을 간직하고 열심히 일한다. 우연한 기회에 식잣집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되고 컴퓨터를 배워 출판사 편집부 일을 하게 된다. 인쇄소 직원인 착한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던 복자 씨는 도서관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도록 하는 타이핑 봉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남편을 잃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절망의 늪에서 복자 씨를 건져 내는 것은 시각 장애를 가진 열다섯 살 찬민이라는 아이이다. 결국 복자 씨는 찬민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동화 작가가 된다. 작가는 복자 씨의 삶을 통해 이러한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살아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에 간절한 꿈을 간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부끄러움 없는 당당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려 느리게 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주기에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그러기 위해 수줍음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타이피스트가 ‘글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동화 작가는 아이들에게 꿈과 기적을 심어주는 식자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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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젊은 부부 사이에 앉아 있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흔들거리는 유모차에 탄 유아의 고사리 손에서도 스마트폰의 화면이 번뜩인다. 저 빛과 소리는 과연 어디를 향한 것일까? 저맘때 아이들에게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푸르른 나무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생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달팽이산 아래 별장지기로 일하는 아버지와 사는 주인공 소금이. 원래 이름은 이룸이었고 출생신고하면서 이름이가 되었지만 동물들에게는 소금이라고 불린다. 소금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숲속의 나무와 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산신령 할아버지와 도깨비들과도 어울려 살아간다. 숲에 사는 동식물들과 힘을 합쳐 온천과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에 맞서 숲을 지켜낸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땅과 동식물의 이름은 고운 우리말의 속살을 보여주고 산신령과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 고유의 설화에 맥이 닿아 있다. 판타지이되 파괴적이지 않으며 환상적이되 생명성에 뿌리를 둔 아름다운 동화이다. 더욱이 작가가 병마에 시달리며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기에 작가의 생명에 대한 간절함이 이야기 곳곳에 살아 숨 쉰다. 작가는 자신의 생명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게 오롯이 쏟아 넣은 것은 아닐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동식물 세밀화를 보며 새로운 생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명화된 세상, 인공지능이 일반화되어 가는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나 영상의 현란함이 아니라 자연의 향기와 소리에 다가설 수 있는 열린 마음이다. 모든 생명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도우며 살아간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은 나중이 없다.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펼치는 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7.
현란한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면서도 정작 소중한 추억은 한 컷의 장면으로만 기억된다. 휴가철이 되면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강박으로 여기저기를 떠돌지만 정작 소중한 기억이 되고 삶에 깊이를 더하는 여행은, 숨 가쁘게 ‘보는’ 여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색이 주어지는 여행인 듯하다. 이 산문집에서 시인은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고즈넉한 여행지에서 만난 인상들을 조용히, 온전히 바라보고 있다. 이국의 외딴 뒷골목에서, 허름한 가게에서, 터미널에서, 산길에서, 산책로에서…. 시인의 깊은 사유의 시선은 걷던 길 위에서 멈추어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 휴가철, 우리도 마음에 새길 한 장면을 담아내는 사색의 시간을 위해 종종걸음을 멈추고 길 위에 서서 나를 끝까지 바라볼 일이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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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관용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경우에‘파리 날리다’라는 표현을 쓰고, 보잘 것 없는 목숨을 가리켜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손쉬운 죽음을 가리킬 때는 ‘파리 잡듯’, ‘파리 죽듯’이라고 말한다. 실생활에서도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의 병원균을 옮기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파리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파리가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집파리 세 마리가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첨단 파리채를 주문한 집주인을 피해 파리를 좋아하는 승려들이 산다는 네팔로 향한다. 도중에 들른 아삼배드라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파리 친구 ‘피토’ 등을 만나고 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목격하게 된다. 우여 곡절 끝에 네팔에 도착해서 승려들이 사는 사원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파리 삼총사는 다른 사람들도 좋은 삶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쟁으로 고생하는 친구 파리를 생각하면서 아삼배드로 돌아온다. 파리들은 힘을 모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쟁을 방해하고 결국에는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의 입속으로 날아드는 파리 ‘플라이’의 용감한 행동으로 인해 전쟁은 끝이 난다.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파리가 인간 스스로도 끝내지 못하는 전쟁을 끝낸 것이다. 이 작품은 파리의 눈을 통해 인간이 벌이는 전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그리고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파리 목숨’이 아닌지를 말한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설 속에서 세월호 3주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파리들이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을 통해 이 동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함께 좋은 삶을 누리는 세상,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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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순간은 어디일까?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미래의 어느 날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든지, 복권 번호를 알아온다든지 하는 소원을 말한다. 반면에 나처럼 연식이 좀 된 사람들이라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결정적인 과오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것 같다. 아마도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과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은 미래가 궁금하고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은 후회가 많은 법이니까. 이 책의 주인공 앨 초드리는 열세 살 생일 선물로 5년 전 돌아가신 아빠의 비밀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서 아빠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타임머신을 개발했고 그 기계를 타고 1984년, 즉 아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빠의 죽음을 가져오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아빠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앨은 여러 번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어린 시절의 아빠를 만난다. 앨의 시간 여행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문학적 상상력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책이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지만 분량이 400쪽을 훨씬 넘는다. 우리의 고학년 동화들이 100쪽 내외가 대부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과 서사에 빠져드는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풍성한 장편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임머신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 속에서 늘 살아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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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6,300 보러 가기
휴일에 조용한 서점을 찾아 햇볕이 따뜻한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옆에서 어린 아이에게 도란도란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보면서 미소를 짓다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서점에 청소년들은 없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1월에 발표한 201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간 독서량이 초등학생 70.3권, 중학생 19.4권, 고등학생 8.9권, 성인 9.1권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은 지식과 경쟁 위주의 공부 환경 때문에,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로, 대다수 성인들은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의 일상적 사용은 더더욱 독서량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작품은 가난한 집안의 아이 진식이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작가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독서의 힘을 알게 되고 자신은 물론 친구와 가족의 삶도 변화시킨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실제로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 장애인이 된 작가가 작품 속에 ‘고청강’ 작가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읽는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렇게 아이들의 독서에 열의를 가졌던 엄마들이 학부모가 되면서 독서를 멀리하게 하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학교와 사회는 여전히 지식교육에 급급할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 로봇에게 지식을 맡기는 외뇌(外腦)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로봇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 인간은 로봇과 구별되는 감성과 지적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독서 밖에 없다. 그 나라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도서관에, 서점에 가 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른부터 『책 읽어 주는 아이』를 읽고 독서의 힘을 느껴 볼 일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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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괴롭힌 아이들의 변명을 들어보면 “장난으로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왠지 비굴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당당하다. 그런데 여기,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트렌트는 7개월 전 겨울, 호수에서 벌어진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자신이 날린 퍽이 심장 질환을 앓던 재러드의 가슴에 맞아 친구가 죽게 된다. 이러한 사고의 죄책감 때문에 트렌트는 수업 참여를 꺼리고, 선생님께 반항하고, 친구들과도 멀리하며, 가족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로 상처를 키워 간다. 더더구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야구부 활동도 망설인다.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의 공책’에 그림을 그리는 것 뿐. 이런 트렌트에게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가진 여자 아이 팰런이 다가옴으로써 트렌트는 차츰 자신을 향한 자책과 타인을 향한 원망이라는 마음 속 송곳을 내려놓고 조금씩 자신의 본 모습과 자신감을 찾아간다. 상처받고 흔들리던 트렌트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한 힘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선생님과 가족,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깊은 책임을 느끼는 트렌트와 어린 시절의 사고에 대한 악몽 속에서도 친구를 향해 손을 내미는 팰런, 이들의 우정이 감동적이다. 상처를 이겨내는 힘은 주위 사람들의 지지와 기다림이라는 걸 보여주는 주제 의식과 청소년의 아픈 감정을 잡아내는 작가의 섬세한 서술이 만나 몰입과 공감의 기쁜 경험을 선사하는 멋진 성장소설이다. 사족 하나. 원제는 ‘Lost in the Sun’, 야구에서 외야수가 햇빛 때문에 뜬 공을 볼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자극적인 제목이 오히려 아쉽다. 제목으로 눈길을 끌려는 의도는 좋은 독자에겐 굴욕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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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용기를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근 먹는 사자를 이상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1권에서 꿈꾸는 당근을 찾아 모험을 떠났던 사자 네오 일행이 이번에도 색다른 모험에 나선다. 가뭄이 극심한 비브라 밀림 주변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보물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는 숲’과 ‘황금거북이 사는 늪’을 지나 ‘무지개동굴’에 있는 ‘구름피리’를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주인공인 사자 네오와 미식가 토끼 설리, 용감한 개구리 용사 케이, 별 박사 부엉이 오오루, 하얀 코끼리 레아, 덩치 큰 하마 밥 아저씨 등이 우여곡절 끝에 구름피리를 찾아내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비밀 때문에 구름피리를 부숴버리고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 1년 동안이나 계속될 혹심한 가뭄을 이겨낼 방법을 찾는다. 가뭄 속에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네오 일행의 모험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동체의 협력 정신과 우정, 진정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된다는 선한 의지가 작품의 곳곳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눈이 향하는 것보다 마음이 가는 곳에 정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네오 일행의 여행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벌써부터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해변에 당당하게 서 있는 네오 일행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흥미진진한 모험에 대한 기대를 넘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내려는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기도 하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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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솔깃하다. ‘공부 안 하고 성적 올리는 법’이 있을까? 답부터 얘기하자면 정말로 있다. 중학생인 찰리 조 잭슨이 형편없는 성적 때문에 여름방학동안 책 읽는 캠프에 참가할 위기에 처한다. 책 읽는 캠프가 위기인 이유는 책 읽기를 공부보다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특별 점수를 받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미술 선생님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학생회에도 참여하고 학교 연극 공연에도 도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법, 진정으로 분노하는 법, 이성 친구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는 법 등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배우게 된다. 비록 점수를 얻기 위한 동기로 시작한 일들이었지만 찰리 조는 작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이루어내는 것, 가족과 함께하는 것, 사랑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진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시험이 끝나면 모두 잊히고 버려질 가짜 공부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진짜 공부는 시험과 관련이 없이 자기 주변의 삶과 관심 분야에 대해 깊고 넓게 알아가는 일이다. 진정한 지식은 교과서에 있지 않고 삶 자체에 있다. 책을 싫어하던 찰리 조가 부모님이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책 읽는 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도 삶 속에서 배운 결과가 용기로 작용한 결과이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들에 교훈이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도 말한다. 공부 안 하고 성적 올리는 비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존감이다. 주변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거기서 작은 성공을 경험해 보는 데서 공부의 힘이 생긴다. 작은 성공이 모여 아이들을 키운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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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는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게 될 것인가부터 일자리나 지식, 윤리적 측면에서 다양한 질문들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다움’에 대한 질문이 회자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로봇에게 가르쳐야 할 ‘사람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작가는 약자를 도우려는 마음, 이웃을 향한 배려, 다 함께 살려는 따뜻한 마음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이루에게 로봇을 연구하는 외삼촌이 사람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신형 로봇 앤디를 선물한다. 이루가 이 로봇과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태오라는 아이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겪는 갈등과 모험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거짓말, 자본의 논리에 함몰된 인간의 모습, 그 속에서 인간과 로봇의 소통과 우정을 통해 미래 사회에 우리 인간이 로봇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 인문학자는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 지적 호기심을 이야기했다. 모든 문명의 발전은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행위도 어찌 보면 호기심의 한 표현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 AI가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제는 로봇에게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은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과는 달리 인간이 입력한 알고리즘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로봇들이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알고리즘을 마련해야 한다. 로봇을 친구로 두기 위해 우리 인간이 로봇에게 가르쳐야 할 알고리즘, 그 중에서도 ‘사람다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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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속담이나 관용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은 좀 예외적이다.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으로, 일이 분주하거나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현지는 남을 이기는 법만 배운 아이다. 전학을 온 민석이 때문에 1등에서 밀려나자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어 한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 밀키가 부럽기만 한다. 학원에 갈 필요도 없고, 집에서 온종일 놀고, 먹고, 빈둥거리기만 하는 밀키가 현지의 눈에는 ‘개 팔자가 상팔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현지는 학급 아이들의 소망을 적는 소망 나무에 ‘개가 되고 싶어요.’라고 적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자신이 정말 개가 되어 있었다. 한편 현지네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 밀키는 보통 개가 아니라 한글을 읽을 줄 아는 개다. 그래서 현지의 비밀 일기장도 몰래 읽고 현지의 고민도 이해한다. 이 밀키가 어느 날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개껌을 씹었더니 정말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과 개가 서로 뒤바뀐 가운데, 개로 변한 현지는 혼자서 1등을 할 것이 아니라 다 같이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또한 사람으로 변한 밀키를 통해 한 끼의 식사,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 친구와의 우정 등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것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태도임을 깨닫게 한다. ‘반려 동물’천만 시대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정서적 외로움의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통계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개를 부러워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그냥 철이 없다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 논리를 넘어 협력하고 배려하는 삶의 소중함을 배우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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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서너 살 무렵, 가족 여행을 할 때면 아이의 등쌀에 각지의 공룡 박물관, 전시관, 체험관을 꼭 들렀다. 그럴 때마다 집에는 이런 저런 공룡 모형이 여기 저기 나뒹굴었다. 덕분에 나도‘티라노사우루스’니‘트리케라톱스’ 같은 공룡 이름을 알게는 됐지만 아들이 왜 이렇게 공룡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공룡과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또 한 번 궁금해졌다. 왜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 어른들처럼 공룡에서 멀어질까? 목보다 이름이 더 길 것 같은 초식 공룡 ‘목을길게뻗으면구름에이마가닿을락말락해서비오는날몹시불편할만큼목이긴사우르스 미르’는 빙하기 때문에 알들이 더 이상 깨어나지 않아 혼자 지낸다. 형도, 누나도, 친구도 없어서 늘 심심하던 미르는 마을을 벗어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눈사태를 만나고 ‘쥐라나뭐라나 잘남’씨라는 쥐 아줌마와 다른 일곱 마리 쥐와 함께 집을 찾아온다. 도중에 육식 공룡의 거짓말에 속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야 하지만 미르는 이제 심심하지 않다. 작지만 공룡이 아닌 친구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처럼…. 그래서 공룡에서 멀어지는 것은 그만큼 순수함을 잃고 눈에 보이는, 물질로 가득한 현실에 함몰되는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작은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단언하건대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은 아직도 내가 다 외우지 못한 주인공 미르의 긴 이름을 금방 외울 것이다. 그만큼 맑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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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신 선생님이 한 겨울에 지리산에서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은 단란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은 선생님과 가족에게 또 다른 가족인지도 모른다.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주최한 ‘가족사랑캠프’에 참여한 가연이네 가족은 야간 추적활동을 하던 중 길을 잃는다. 얼굴만 마주하면 으르렁거리는 부모님, 맏이 가연이와 장애를 가진 가득이, 그리고 재치가 넘치는 가람이, 이렇게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가연이네 가족은 사라진 산, 삼동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 다투기도 하지만 두점박이 사슴벌레나 녹색 부전나비와 같은 멸종 위기 동물들도 만나고 사나운 늑대 앞에서 가족을 지키려고 한 마음이 되어 서로 돕는 가운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몸으로 경험한다. 가족이 함께 처한 위기 속에서 흩어졌던 가족이 하나가 되는 마음속의 자연을 발견한 것이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가족이 보인다고나 할까? 작가의 말처럼 강이나 산이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면서 끝내는 가족 같았던 생명들이 우리 곁을 떠나 버렸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가정이라는 공간에만 함께 있을 뿐 저마다의 바쁜 일상 속에서 각자의 섬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은 그 구성원 서로가 마음 놓고 찾아가 안길 수 있는 산이어야 한다. 자연은 다른 생명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만 다른 생명을 열어 보여주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야트막한 뒷산을 오르며 그 속에 숨 쉬는 뭍 생명들을 만나는 시간은 가족을 만나는 시간, 자연의 가족이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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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의하면 이혼, 별거, 사별 등을 이유로 부모 중 한 사람과 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의미하는 한부모 가정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체 가구에서 한부모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8.6%에서 2011년 9.3%로 증가했고 한부모 가정의 형성 원인은 사별 29.7%, 이혼 32.8%, 미혼모?부 11.6%이라고 한다(통계청, 2013). 우리 주변의 열 집 중 한 집이 한부모 가정이고 그 한부모 가정의 30% 정도는 엄마나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부모 가정이 된 경우 하루아침에 가족의 기능이 해체되거나 변화하고 대인 관계의 축소, 자녀 양육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견디기 힘든 것이 심리적 소외감과 상실감이 아닐까 한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박향기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는 아이가 되었고 향기의 아빠 역시 커다란 상실감 때문에 아들을 돌보는 일은 물론 바깥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신다. 이러한 아빠와 아들에게 엄마가 손바닥만한 요정의 모습으로 선물처럼 돌아온다. 주어진 72시간 동안 각각 세 번의 저녁, 아침, 점심을 같이 먹게 되고 식당과 시장, 공원 등 셋이 함께 하던 일상의 경험을 하면서 차츰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운다. 다시 가족에게 돌아온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먹는 것과 시시한 시장 구경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돌아다니는 이러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가 해가 지는 모습과 함께 사라져 버린 엄마는 남겨진 아들과 남편에게 엄마가 없다고 ‘안 행복한 우리집’이 아니라, 비록 엄마는 없지만 언제나 가족과 함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낸다면 ‘그래도 행복한 우리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법처럼 돌아온 엄마가 다시 사라질 때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남겨진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고, 거실에 둘러 앉아 함께 TV를 보고, 시끌벅적 대청소를 함께 하고, 집 앞의 공원을 산책하는 일, 함께 손잡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이다.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마치 내일 떠나갈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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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OECD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23개국 중 19위, 가족과 친구관계는 17위였다고 한다. 건강이나 학교생활, 삶의 만족, 가족과 친구관계의 만족도가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과 생활양식, 물질적 행복에서는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물질적 풍요로움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선바위골 공기 좋은 산 위에 사는 너구리는 자신만의 동산 ‘모꼬’에서 별자리를 관측하고 화성의 궤도를 기록한다. 라면과 참치를 좋아하고 사극을 즐겨보는 이 귀여운 너구리가 부동산 개발업자인 강 사장과 복숭아 과수원 주인인 장 영감님과 진정한 친구가 되면서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장 영감님을 설득해 과수원을 사들여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하려던 강 사장은 너구리와의 만남, 장 영감님과의 교류를 통해 너구리가 사는 산을 지키기 위해 과수원 개발을 포기하고 장 영감님이 남겨 준 집에서 행복을 찾기로 한다. “다 너를 위한 거야.”, “조금만 참고 대학가서 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꾸역꾸역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강제하는 어른들에게 이 작품은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늦게라도 생각이라는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 주자.’ ‘피어서 아름다운 것은 시들어서도 아름다운 법이다’라고 말하는 장 영감님의 말이나 자기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키워나가는 너구리는 우리에게 지식이나 물질적 풍요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자신의 꿈과 생각, 무엇인가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원이나 물질적 풍요로움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자연,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과 친구, 이웃, 어른이다. 이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에 앞서 ‘세상의 기준에 행복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다 지쳐 있는’ 어른들의 반성문으로 읽힌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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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차이 / 단지 ㅅ 한 개의 차이 / 우는 사람 옆에 사람(人) 하나 있어주면 된다네.” 몇 년 전 국어시간에 형민이라는 아이가 쓴 시의 한 부분이다. 시옷(ㅅ)을 사람인(人)으로 보고, 우는 사람 옆에 사람 하나 있어주면 웃는 사람 된다는 참신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최우수상을 줬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옆에 있어 준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12살배기 소년 잭은 자꾸만 엉뚱한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 이유는 늦둥이 동생 애니의 돌연사로 인해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있는 엄마가 어서 빨리 웃음을 되찾기를 바라서이다. 잭이 무엇인가 엉뚱한 도전을 하면 크게 웃어주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흔들의자에 오래 앉아있기, 날계란 많이 먹기, 소시지 빨리 먹기 등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새로 이사 온 여자 친구 케이트의 명랑함과 다정함에 이끌려 터놓고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고 엄마의 회복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잭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케이트는 물론 케이트의 엄마인 리바인 아줌마, 사촌 앨런의 도움을 받아 잭은 특별한 도전을 하고 그 덕분에 잭의 엄마는 기운을 차린다. ‘사랑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때도 있단다. 상대방이 그 사랑을 느끼고 안심하도록 해 주는 거지.’라는 리바인 아줌마의 말처럼 엄마를 향한 잭의 사랑이 엄마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 것이다. 잭이 엄마를 위한 특별한 도전에 성공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이유는, 우리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는 신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잭의 말처럼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것이 나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스스로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 사랑의 온기를 담은 눈길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차이는 단지 사람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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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이런저런 아픔을 ‘성장통’이라고들 한다. ‘성장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무릎이나 발목, 팔 따위에 생기는 통증’, 또는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커지면서 생기는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성장통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들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고 많아지면서 겪는 고통이기에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아픔이 있어야 성장이 뒤따른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 동화들이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마이너스 친구」)는 것과 어딘가 어눌한 그 친구가 우리 반을 지켜주는 수호 요정일 수도 있다(「수호 요정」)는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사춘기의 심리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모습(「안 웃기는 농담」, 「낙서와의 전쟁」)이 진지하다. 사춘기 남녀 사이의 미묘한 관심(「바람의 여신」)에서 풋풋한 아이들의 감정을 읽게 되고 잘 안 씻는 아이의 머리에서 황금 비듬이 쏟아지는 이야기(「미다스의 비듬」)에서 큰 웃음을 웃는다. 낮보다 밤을 택한 아이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야행성 아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면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표제작인 「언제나 웃게 해 주는 약」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아이들의 심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가 작가의 밝고 기발한 상상력과 더해져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아이들은 아파하지만 결국 한 뼘쯤 성장한다. 집에서나 교실에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단단하게 여물기 위해서는 당장 내 앞에 놓인 아픔에 맞서야 한다. 아이들의 그러한 아픔을 대신해 주려는 부모가 많다. 이른바 ‘잔디깎기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가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이 맞설 위험을 미리 제거하거나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하는 일이 지나치면 아이들은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되는 꼴이다. 어른들은 결코 겪을 수 없는, 아이들만의 아픔이기에 성장통이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많이 실패해 보고 얼마나 깊이 아파해 보았는가가 진정한 스펙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성장을 기대한다면 아픔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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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꼬집는 유행어가 있었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된 말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사회적 반성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의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1등주의의 망령을 본다. 학교는 아직도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멈추지 않고 사회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남을 밀쳐내고 1등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과만 중시하다보니 과정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 작품은 다소 웃기는 제목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무게가 있다. 때는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시기, 초등학교 4학년인 윌리엄 안톤은 가난과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잃고 일자리조차 없는 아빠와 함께 아일랜드를 떠나 캐나다의 해밀턴 시로 이민을 간다.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에 도착하지만 먼저 도착해서 일자리를 구해주기로 한 찰리 삼촌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정직한 아빠는 마구간에서 힘들게 일한다. 하숙집 근처의 센트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윌리엄은 장티푸스와 폐결핵 등의 병을 퍼뜨리는 파리를 잡아 청결과 건강을 찾기 위해 해밀턴 시의 보건과에서 개최한 파리 잡기 대회에 엄마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참가한다. 윌리엄은 1등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같은 반 친구 프레드와 맞서 성숙한 여자 친구 레베카, 가난한 지니와 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파리 잡기에 최선을 다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프레드보다 나을 게 없어”라는 레베카의 말을 떠올리며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꾸어 행동함으로써 2등에 머물지만 아빠와 삼촌, 친구들로부터 진정한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상금 25달러를 진정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기로 하고 자신에게 수많은 길이 열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파리를 잡아 다른 아이에게 주는 지니에게 “너 자신을 먼저 존중해, 다른 사람에게 그걸 기대하기 전에 말야.”라고 말하는 윌리엄의 말은 1등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모두를 향한 말이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고 결과보다는 과정이, 비겁한 1등보다 정직한 2등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을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이 가르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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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가 목전에 와 있음을, 아니 이미 그 시대의 도래를 목격했다. 로봇에 의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염려 속에서 로봇 시대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나타났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세대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인 자동차의 알고리즘 문제에서부터 자동 번역, 지식의 공유, 일자리, 여가, 로봇과의 감정 교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속에서 인간이 기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인간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에 대한 안내서가 된다. 다양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진짜 중요하고 절박한 질문을 던지는 저자의 글쓰기 힘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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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슬프고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욱 힘든 일은 내가 그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낄 때가 아닐까 한다. 더욱이 그 슬픔과 힘겨움이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이가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이 작품의 주인공 한동주는 부모님의 이혼과 가출로 여든이 가까운 할머니에게 억지로 맡겨진 열 살밖에 안 된 어린이다. 할머니는 갖은 질병을 앓는 몸으로 폐지를 주워 생활하지만 삶의 힘겨움에 술을 자주 드시고 동주에게 손찌검까지 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던 동주는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는 민 선생님을 통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홀로 설 수 있다는 의지를 스스로 보여 준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0대 부자 가운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는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부(富)뿐만 아니라 신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작품에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어린 동주가 “돈이 많아야 공부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세요?”라고 반문하는 말대꾸는, 든든한 경제적 배경과 부모의 영향력으로 사교육과 조기 해외 유학을 거쳐 자녀들을 성공시키는 부유층의 모습에 대한 항변같이 들린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놓일 지라도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 자신의 우주선 옆 자리에 할머니를 태우겠다고 말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이, 할머니가 보육원에 간 자신을 보기 위해 오실 때 차비에 쓰라고 폐지를 주워 돈을 모으는 생각이 깊은 아이, 동주에게서 우리는 밝은 빛을 본다.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에, 동주의 용감한 우주 항해에 기대와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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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독서지도를 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의무감 으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책을 읽어야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나중에라도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무감. 그래서 독서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된다. 하나도 즐겁지 않은 일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무감에 의지하는 독서는 힘이 없다. 중학생쯤 되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책 읽으라는 말에서 해방되거나 암묵적으로 독서보다는 공부를 강요받는 순간, 독서는 안 해도 되는 쪽으로 퇴화하고 만다. 이 책은 우리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동물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람들의 욕심, 무책임과 무관심, 이기심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그저 도구로만 바라보는 비생명성(「기다려!」,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나는 개」), 인간을 위해 그저 소모되기 위한 존재로서, 처참한 학대 환경에서 사육당하는 동물들(「소풍」, 「네모 돼지」), 독거노인이나 가족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는 우화들(「고양이 국화」,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 왔습니다」). 일곱 편의 동화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표제작 「네모 돼지」는 직접, 자세히 말하는 것보다 그저 담담히 돌려 말하는 것이 더 무거울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네모 돼지가 쇠로 만든 상자 틀 속에서 먹고 자기만 하면서 살을 찌우고 죽지 않고 견뎌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은 돼지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럴듯한 공포를 준다. 책 읽어주는 돼지와 녹음된 늑대 울음소리가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적당한 희망과 공포를 주는 사육장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관일까? 독서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움에서 출발해야 하고 평생을 놀이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야 한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즐겁게 누군가를 만나고 그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는 독서를 경험하게 해 준다. 그냥 적당한 상상력만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깊고 오랜 울림이 있는 낯섦. 즐거움에서 출발하지만 다 읽고 나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무게. 그래서 이 동화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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