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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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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슬픔의 방문>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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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출판사*제작사 사정으로 제작 지연 또는 보류중이며, 출간 일정 미정입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나는 단호해진다. 그런 시절은 없다. 나의 어린 시절은 실수와 불가해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나’로 얼마만큼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시험했다. 나를 미워했고 벌주고 싶었으며 동시에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었다. 타인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다 보면 자주 비굴해졌다. 그 미묘한 성장의 시간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용서하기 위해 독서가 필요했다. 책은 ‘내가 이상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외로운 여자아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보통이나 평범 같은 단어로 수렴되지 않는 삶을 가르친다. “앎이 자유를 보장”하지 않지만 적어도 자유를 희망하게 한다. 『내 어둠은 지상에서 작품이 되었다』를 읽는 동안 나는 종종 일기장에도 쓰지 못했던 어떤 순간들과 마주쳐야 했다. “살아남는 데 진실은 필요 없고, 때로 우리의 생존은 진실을 부정하는 데 달려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적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게도 있다. 아마 당신에게도 있을 것이다. 덕분에 멀리사 피보스도, 나도, 당신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 살아있음으로써, 내가 지녔던 수치심에 계속해서 주석을 달 수 있다. 그 변화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대체로 지루”하지만 우리는 “내 경험이 남긴 결과를 검토”하며 생의 다음 단계를 향해 한 발을 겨우 뗀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떠올리기보다 지금을 잘 사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어떤 책은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타인의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겹쳐보고 이어 쓰는 방식으로 독서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덮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소란스러운 깨달음은 우리에게 해방의 감각을 선물한다. 멀리사 피보스가 말하기를 선택함으로써, 가부장제가 만든 비밀에 휩싸이는 대신 자기 이야기의 주인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취약함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용감해진다. 우리는 모두 이상하고, 이상해서 사랑스럽다.
2.
암을 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암환자가 365일 24시간 내내 아픈 줄 아는 사람도 한 트럭이다. 일해도 되냐고, 술 마시지 말라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지 말라는 건 왜 이렇게 많은지, 병자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온통 경찰 같다. 병에 걸리면 자율성이야말로 인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김도미는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주장한다. “나의 몸에 대한 윤리는 나를 잘 돌보는 데에도 있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데에도 있”기 때문이다. 암환자인 나 역시 ‘막’살았던 내가 좋다. 아프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살 거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더 격하게 막살 예정이다. 병과 싸우고 싶지 않고, 병을 다스리고 싶지도 않고, 병을 극복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까 나는 아픈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다. ‘친절한’ 당신은 병자를 대하는 일에서조차 ‘정답’을 찾고 싶어 한다. 우리는 좀체 모르는 걸 모르는 대로 둘 줄 모른다. 김도미는 건강이라는 종교와 완치라는 신화 바깥에 있는 ‘모른다’의 세계를 같이 헤매자고 요청한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덕분에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 모험에 당신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한다.
3.
『사막과 럭비』에 실린 여덟 편 소설을 묶는 하나의 단어는 ‘불온’일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온당치 않은 세계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여자들이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이야기 위를 살얼음 걷듯 따라 읽는 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뭐 간단하게 몇 마디루 뭉뚱그려지겠어요?”라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것은 함부로 뭉뚱그려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체념하는, 쓸쓸한, 존재감 없는, 무시당하는, 밀려난 여자들에게 몸과 목소리를 선물하는 일이야말로, 이경란의 소설이 하는 근사한 일 중 하나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세상이 나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손호영처럼 자기 일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의 페이지마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책임, 자부와 두려움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다. 법은 시대를 앞장서지 않지만, 성실히 뒤따른다. 그래서 법의 한계는 시대의 한계이다. 동시에 그 시대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도 보여준다. 판사 손호영은 법의 한계를 감내하는 동시에 그 가장자리를 넓히기 위한 ‘새로고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성실과 다정으로 벼려온 법의 쓸모가 선물처럼 도착했다.
5.
이 책은 작은 것 속에서 세계를, 침묵 속에서 더 깊은 메시지를 찾아나간다. ‘경계’에서만 볼 수 있는 역사와 인물에 주목해 호기심의 별자리를 잇는다. 사회학자 조형근에게 역사는 교훈이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몰랐다”는 말을 대신할 말을 찾기 위해서 물음표를 쥐고 가파른 근현대사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납작한 이야기로 남은 인물에는 숨을 불어넣어 입체감을 더했다.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에 갇힌 이야기 속 숨겨진 복잡함으로 기꺼이 투신한다. 치밀하고 치열하게 쌓아 올린 이야기 안팎을 함께 헤매는 일은 지적인 즐거움을 동반한다. 흑과 백의 세계에 사려 깊게 놓인 회색 돌 같은 이야기 덕분에 세계를 보는 해상도 역시 한층 높아진다. 과거를 성찰하는 이유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일 테다. 과거를 돌아보는 까닭은 우리에게 아직 미래가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역사 속을 산다. 그 안에서 ‘내 몫의 책임’을 헤아려보는 것은 역사가 남긴 상처에 연루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기꺼이 역사와 접속하고 부단히 세계와 이어지고 싶은 이들에게, 보다 옳은 말을 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된 이야기다. 나는 이런 ‘옛날이야기’라면 하염없이 읽고 싶다.
6.
‘참사의 나라’에 사는 나는 나와 주변의 안전과 안녕을 의심하고 ‘조심’이라는 말을 부적처럼 쥔 채 산다. 이때 ‘조심’은 각자도생 사회의 윤리 노릇을 한다. 덕분에 어떤 ‘사고’든 개인이 통제하거나 감당해야 할 문제로 뭉뚱그려진다. 언뜻 죽음은 제법 공평해 보인다. 누구나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사고’로 죽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수많은 ‘사고’를 부주의한 개인의 탓과 몫으로 돌릴 때,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잃은 것과 놓친 것은 무엇일까. 《사고는 없다》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열어준 문으로, 두려워하면서도 용기 있게 나아간 한 저널리스트의 치열한 기록이다. 사랑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극한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더는 말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대신해, “사랑과 분노”를 지렛대 삼아 성실하고 집요하게 우리 시대의 죽음을 탐구한다. 차별과 불평등은 꽤 자주 ‘사고’의 얼굴로 찾아온다. 책은 가난이 죄가 되고 안전마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상품인 세상에서 누가 ‘사고’로 죽는지를 밝혀낸다. ‘사고’는 어쩌다 그냥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다. 나와 당신은 그 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맺는 글’을 읽다가 끝내 울었다. 한 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우리가 ‘그것은 사고였다’라는 무력한 말보다 힘 있는 이야기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이윤이나 권력보다 사람을 우위에 두는 방식을 끝내 발명할 수 있다고도 믿고 싶다. 《사고는 없다》야말로 그런 믿음의 기록이다.
7.
환자가 아닌 아기가 있다. 퇴원이 아닌 졸업이 있다. 그러나 신생아 병동에서도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죽음은 ‘이겨내지 못한 것’이나 ‘잃은 것’이 아니라 그저 죽음이다. 『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마음보다는 몸으로 써 내려간 한 의사의 정직한 실패담이다.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믿음으로 건네는 ‘포옹’이다. 함께 울어주고, 힘껏 안아준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지만, 그렇게 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8.
삶이 던지는 난해한 질문은 종종 질병·장애·증후군의 얼굴로 찾아온다. 때때로 가족은 일생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의 저수지다. 학대와 방임 등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자신의 취약한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트라우마의 부정적 연쇄를 끊어내고 회복을 도울 ‘안전기지’를 만드는 일은 마땅히 사회의 몫이다. 낙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특정 경험에 이름 붙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당사자는 내가 경험한 어려움을 설명할 언어를 손에 쥘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숫자로 보여야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 사회심리학』에 촘촘히 담긴 ‘기초 지식’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에 부재한 것과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거울처럼 비춘다.
9.
고통과 슬픔이 필연처럼 고이는 자리마다 자신의 생을 흘려보낸 기록이 여기 있다. 우리가 우리를 해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말이 이 책 안에 있다.
10.
  • 해방 - 나의 해방일지와 미투 운동의 탄생 
  • 타라나 버크 (지은이), 김진원 (옮긴이) | 디플롯 | 2024년 3월
  • 18,800원 → 16,920원 (10%할인), 마일리지 940
  • 9.8 (8) | 세일즈포인트 : 447
미투 운동의 출발선을 만든 타라나 버크의 《해방》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책 역시 누군가의 지도가 되어줄 것임을 강하게 예감했다. 특히 《해방》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싸워야 할 때 가볼 수 있는 길이 어디인지 안내한다. (…)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고약한 희망 사항이다. 그 말은 누구의 편인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의 편이다. 폭력과 차별의 시대를 용인하는 말이다. 세상이 더디 바뀌는 것 같아도 변했고, 변한다. 적어도 나는 변했다. 나는 변화의 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편에 서서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렵다면 따라 걸으면 된다. 타라나 버크 같은 사람이 만들고 있는 길을. 무언가를 ‘안다’는 건 대부분 ‘알아버렸다’에 가깝다. 기쁨보다는 피곤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이것이 ‘알아버린 사람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타라나의 이야기를 안다. 헤븐과 다이아몬드와 카이아의 이야기를 안다. 그것이 나와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음 역시,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늘 곤두선 채로 살 수는 없다. 내 안의 모순이 있고, 세상의 모순을 견디면서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단순히 이념일 수 없다. 삶의 태도여야 한다. 완성형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다. 각자 다른 속도와 불화하고 경합하면서도 협력해야 하고, 할 수 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곤 같은 상황 앞에서 성폭력 문제”가 가볍게 치부되지 않도록. 타라나의 자유가 당신과 내가 속박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되고, 뒤에 올 모든 여자아이들의 자유가 될 수 있도록.
11.
26톤 트럭을 몰고, 50킬로그램이 넘는 용접기를 어깨에 메고, 아파트를 세운다. 먹고사는 일의 엄중함이 여자라고 덜하겠는가. 내가 아는 많은 여자들 역시 ‘가장’이었다. 이름보다 ‘아줌마’ 또는 ‘OO 엄마’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렸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스스로 발음하는 순간을, 나는 뭉클하게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자존심보다 자부심”을 당부하는 이들의 얼굴과 손에 새겨진 주름의 파노라마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건 이 책의 또 다른 선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성별이나 나이와도 상관없어야 할 것이다. 여자는 여기에 있고, 여자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또는 당신이 상상한 모든 곳에. 편견에 안주하지 않은 늙은 여자들 덕분에 어린 여자들은 제 삶의 선택지를 또 한 칸 늘린다.
12.
세상이 나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손호영처럼 자기 일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의 페이지마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책임, 자부와 두려움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다. 법은 시대를 앞장서지 않지만, 성실히 뒤따른다. 그래서 법의 한계는 시대의 한계이다. 동시에 그 시대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도 보여준다. 판사 손호영은 법의 한계를 감내하는 동시에 그 가장자리를 넓히기 위한 ‘새로고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성실과 다정으로 벼려온 법의 쓸모가 선물처럼 도착했다.
13.
  • 질문하는 세계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 이소임 (지은이) | 시공사 | 2024년 1월
  • 17,000원 → 15,300원 (10%할인), 마일리지 850
  • 9.9 (15) | 세일즈포인트 : 2,053
모른다. 고작 세 글자를 인정하는 일이 살아갈수록, 나이들수록 어렵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 ‘다 그렇게 산다’는 말 속에 아는 척하면서 그냥 고꾸라져 있고 싶다. 어쩌면 안온은 체념의 다른 말. 그러나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세계가 있다. 이소임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물음표와 느낌표를 양손에 쥐고 씩씩하게 걷는 사람. 그러다 몇 번이고 길을 잃어도 괘념치 않는 사람. 매번 새롭게 놀라고 정확하게 질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는 《질문하는 세계》 덕분에 보통과 평범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채롭고 개별적이며 구체적인지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14.
  • 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 김만권 (지은이) | 혜다 | 2023년 12월
  • 18,800원 → 16,920원 (10%할인), 마일리지 940
  • 9.3 (22) | 세일즈포인트 : 8,399
당신도 세상의 속도에 가끔 멀미가 나는지. 혹은 자신의 ‘쓸모없음’에 자괴를 느끼는지. 이유 없는 외로움에 사라지고 싶었던 밤은 없었는지. 《외로움의 습격》은 산업혁명 시대의 ‘발명품’인 외로움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 지독하게 외로운 시대를 촘촘히 비춘다.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야말로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빈틈없이 탐구한다. 우리의 오늘이 외롭더라도 내일은 덜 외롭도록.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는 시스템의 그물을 어떻게 짜야 할지 역시 세심하게 일러둔다. 나는 김만권 덕분에 철학이 얼마나 실용적인 학문인지 알게 되었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7일 출고 
평범과 보통에 대한 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개인은 원하지 않는 관계 속으로 쉽게 미끄러진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간표는 생의 여지를 좁히고, 상상을 축소시킨다. 『에이징 솔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는 듯 구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넓히는 이야기다. 김희경은 규범과 고정관념 바깥에 우리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잘 보이지 않던 여성, 중년, 1인 가구의 현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발명하자고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 혼자인 동시에 오롯이 혼자만일 수 없다.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다.
16.
극단 신세계의 작품을 우리가 ‘다르다’라고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불편함이다. 그들은 환상 대신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무대 위에 심는다. 그리하여 객석의 관객은 외면해왔거나 몰랐던 존재와 사건과 상황과 감정을 꼼짝없이 직면해야 한다. 관객은 공연의 일부가 되어 ‘입장’을 정해야 하고(「생활풍경」), ‘판단’을 내려야 하며(「별들의 전쟁」), ‘응시’해야 한다(「사랑하는 대한민국」). 생각하지 않음이 어떻게 적극적인 가해가 되는지를(「말 잘 듣는 사람들」), 인간다움이 얼마나 연약하게 휘어지는지를(「안전가족」) ‘목격’해야 한다. 연극을 관람하는 일은 일종의 계약이라서, 극이 상연되는 동안 관객과 배우는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이것은 퍽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극단 신세계의 무대를 보는 시간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무대 위 배우도, 객석의 관객도 이 세계의 고통을 공평하게 나눠 진다. _ 리뷰에서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1일 출고 
‘법률가’ 김형규가 일하는 세상은 흑과 백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유죄와 무죄만 의미 있다. 하지만 삶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무수하고 촘촘한 회색 사이를 유동한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는 쓰지 않을 수 없어서 탄생한다. ‘소설가’김형규는 현실의 테두리를 성실히 따라가며 이야기 다섯 편을 지어 올린다. 가난과 노동을 멸시하고 기어이 노동자와 노동자를 싸우게 만드는 세상이라 다짐하듯 쓴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라고. 그 목소리에서 나는 세계에 대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을 염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음으로’ 나아감은 소설이 세계를 감당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모든 것의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18.
‘법률가’ 김형규가 일하는 세상은 흑과 백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유죄와 무죄만 의미 있다. 하지만 삶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무수하고 촘촘한 회색 사이를 유동한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는 쓰지 않을 수 없어서 탄생한다. ‘소설가’김형규는 현실의 테두리를 성실히 따라가며 이야기 다섯 편을 지어 올린다. 가난과 노동을 멸시하고 기어이 노동자와 노동자를 싸우게 만드는 세상이라 다짐하듯 쓴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라고. 그 목소리에서 나는 세계에 대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을 염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음으로’ 나아감은 소설이 세계를 감당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모든 것의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19.
‘몸소’ 통과한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최현숙은 낙인의 뒷면에 자유가 있음을 기어이 발견한 사람. 자신의 생애와 상처를 낱낱이 뒤적여 살과 뼈를 발라 내놓았다. 스스로를 구원한 사람의 이야기는 기어코 남도 구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타인을 위한 징검돌로 놓는다. 힘껏 밟고 다음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한다. 그리하여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라는 제목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선언이 된다. 무언가와 맞서는 마음에는 어쩔 수 없이 변화에 대한 기대가 깃든다. 결코 무해할 수도, 안온할 수도 없는 일상의 수많은 모순을 끌어안고 싸우는 사람의 다정이 여기 있다.
20.
  • 처방전 없음 - '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 홍종원 (지은이) | 잠비 | 2023년 6월
  • 16,800원 → 15,120원 (10%할인), 마일리지 840
  • 9.4 (11) | 세일즈포인트 : 933
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 방문진료 전문의원 ‘건강의집’을 운영하는 홍종원은 병이 아니라 삶을 돌본다. 배드민턴을 치고, 산책을 하고, 때로 굴뚝에 오른다. 병원 밖에서 검사와 치료가 담보하지 못하는 ‘건강의 비밀’을 탐구한다. “환자의 삶이 병원 밖에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최대로 높여 놓는다. 누군가의 아픈 기척을 알아채기 위해 잠의 입구를 열어두는 사람, 당신이 기다렸던 의사가 여기 있다. 《처방전 없음》은 “의사가 왜 이러고 살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긴 대답이다.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살기 위해 분투한 기록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는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 안에 있음을 겨우, 깨달을 수 있게 됐다.
21.
몸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질병의 이력서다. 삶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고, 때로 예측할 수 없는 흔적을 몸에 남긴다. 『아내는 서바이버』는 “먹고 토하는 일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방이야”라고 섭식장애를 고백한 사람에게 기어코 또 다른 안전한 ‘방’이 되어주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앞으로도 같이 살자”라는 다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랑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질병을 완성하는 것은 돌봄이다. 그러나 병든 존재는 그렇지 않은 존재를 압도한다. ‘아픈 몸’ 만큼이나 ‘돌보는 몸’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나는 언제나 기다려왔다. 돌봄의 자리에서 출발한 질문이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문제의식과 만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22.
『느티나무 수호대』를 읽는 동안 책의 ‘처음’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생각했다. 책은 나무로부터 시작된 것, 그렇다면 숲을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현실이 힘겨워 책 속으로 도망치는 일은 어쩌면 나무에 깃드는 일. 나무는 정령이고, 도깨비고, 수호신이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야기 속 아이들처럼. ‘너희’라는 구분은 ‘다문화’ 아이들을 한데 뭉뚱그린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성실하게 ‘관계의 언어’를 발명하니까. 각자 다른 언어로 말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느티나무의 품 안에서, 아이들은 어른이 ‘앗아 갈까 두려운 행복’을 경험한다. 가장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기쁨이 아이들을 ‘수호대’로 묶는다. “권리와 행복을 지키려면 알아야 할 게 많아”서 『느티나무 수호대』는 바쁘다. 나는 ‘대안’을 요구하는 사람을 의심한다. 그것이 자주 현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발언되기 때문이다. 대안은 누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중미가 만든 세계에서 나는 그런 것들을 본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그 세계의 주인이다. 나는 “어른도 어린이의 친구가 될 수 있지.”라는 말을 믿는다.
23.
  •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Choice
  • 김희경 (지은이) | 동아시아 | 2023년 3월
  • 16,800원 → 15,120원 (10%할인), 마일리지 840
  • 9.2 (44) | 세일즈포인트 : 6,829
평범과 보통에 대한 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개인은 원하지 않는 관계 속으로 쉽게 미끄러진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간표는 생의 여지를 좁히고, 상상을 축소시킨다. 『에이징 솔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는 듯 구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넓히는 이야기다. 김희경은 규범과 고정관념 바깥에 우리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잘 보이지 않던 여성, 중년, 1인 가구의 현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발명하자고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 혼자인 동시에 오롯이 혼자만일 수 없다.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다.
24.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와 ‘이해하고 싶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딸들에게 주요한 참고문헌이 도착했다.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엄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질문’임을 깨달았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을 쓰는 사람의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이 책은 분명 그 목록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더 많은 ‘평범한 엄마들’이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사건”을 앞으로도 계속 목격하고 싶다.
25.
  • 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 이기병 (지은이) | 아몬드 | 2023년 2월
  • 17,000원 → 15,300원 (10%할인), 마일리지 850
  • 9.8 (19) | 세일즈포인트 : 3,979
《연결된 고통》을 읽는 동안 타국의 진료실에 앉아 있는 나를 어쩔 수 없이 상상하곤 했다. 곤란과 당혹에 자주 몸을 떨었다. 같은 언어를 써도 진료실 안에서 소통은 늘 충분치 않다. 의사가 아는 것과 내가 아는 의학 지식의 차이가 말을 누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신체는 하나의 몸이 아니라 부위나 기관으로 다뤄진다. 대개의 의사는 ‘살리는’ 일만 중요하게 가르친다. 그 주변을 탐험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기병은 우연이 데려다 놓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만난 ‘낯선 몸들’ 덕분에 진료 현장이 “언제나 불충분”하다는 것을 몇 번이고 다시 배운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환자는 무엇이 미안한 줄도 모르면서 미안해했다. 그것이 그나마 가장 ‘잘’ 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언어마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진료실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상대하는 일은 고통을 듣는 훈련이기도 했다. 진단명 하나로 압축되지 않는 삶을 샅샅이 들여다 본 덕분에 ‘몸’은 진료실 안이 아닌 사회적 맥락 위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대 의학이 간과한 돌봄의 필요와 쓸모를 살뜰히 발굴해낸다. 의학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류학까지 뻗어나간다. 어떤 ‘앎’은 되돌릴 수 없어서, 더 먼 곳으로 운명을 등 떠민다. 나는 이 기록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게 만든다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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