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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
염무웅
성별:
남성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1941년,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
최근작
2023년 6월 <
뉴래디컬리뷰 2023.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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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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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리마스터판)
ㅣ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송기숙
(지은이) |
창비
| 2023년 1월
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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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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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소설가로서 송기숙의 시선이 주목한 것은 인간의 원초적 심성이 그 본연의 모습대로 작동하는 농민의 삶이었다. 장편 『자랏골의 비가』가 보여주듯 그는 ‘교양’으로 분식되지 않은 거친 지역어로 농촌의 붕괴와 거기 비타협적으로 맞선 강인한 인간상을 실감 있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송기숙의 탁월한 점은 투박한 인물들의 낡은 정서 안에서 민중적 전통의 진보적 역동성이 살아 있음을 읽어낸 사실이다. 그것은 작가가 직접 농촌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얻어낸 소설적 성과였다. ‘교육지표사건’으로 들어간 감옥조차 그에게는 농민적 투쟁을 묘사하는 창작 장소였다. 그렇게 탄생한 문제작이 장편 『암태도』인 것이다. 『암태도』에서 주목할 점은 소작쟁의에 떨쳐나선 농민들의 다양한 삶을 묘사한 데만 있지 않다. 암태도 사건 때만 해도 불과 30년 전에 불과했던 동학농민전쟁의 피의 장면들이 소작농의 기억 속으로 거듭 소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암태도』는 송기숙 문학에서 『자랏골의 비가』의 농민소설로부터 『녹두장군』의 역사소설로 나아가는 중간단계의 역작이다.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맞은 오늘, 자본의 물결에 휩쓸려 몰락한 농촌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 작품의 현재성을 숙고해야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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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역문예론
- 임우기 비평문집
임우기
(지은이) |
솔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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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독창적인 예술가와 사상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고립은 창조의 근원이다. 문단 기득권에서의 소외를 견디며 그 나름의 고뇌와 독서를 진행한 결과 그는 오직 ‘임우기의 이름’으로만 각인된 자기만의 독특한 문예론을 산출해내기에 이르렀다. 「유역문예론 1」과 「유역문예론 2」는 그 형식 자체에 의해 독자의 편한 접근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샤머니즘·단군신화·이기론(理氣論)·귀신론·동학·유역문예론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주제에 대한 답변자의 열정적인 설명과 독특한 주장은, 웬만한 논문 뺨칠 만큼의 중량감과 난해성을 지닌다. 글을 읽는 동안 평론가도 때로는 신명(神明)이 지필 수 있고 신명이 지피면 어떤 상태에 이르는지, 독자로 하여금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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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다
- 코로나 시대 우리 일
김종진
,
박내현
,
박점규
,
박혜리
,
변정윤
,
송경동
,
시야
,
연정
,
이다혜
,
이병희
,
정슬기
,
정윤영
,
정창조
,
하명희
,
희정
(지은이),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
직장갑질119
(기획) |
후마니타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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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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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외환위기의 내습으로 한국 노동현실은 초토가 되었다. IMF라는 국제자본주의 기구는 달러를 무기로 이 나라의 수많은 서민들을 물질의 노예로 만들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를 헤매었고 때로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의 습격 2년이 지나고 있다. 전쟁이 그렇듯 감염병의 위험도 사회의 밑바닥부터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폐허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오늘의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도권 바깥의 차별과 불안정 속에서 죽음 같은 삶이 아니라 바로 죽음 자체를 살아가고 있다. 이 처절한 현실 위에 서지 않는 한, 우리를 설득할 미래는 없으며 그 밖의 모든 아름다운 언어들은 허위이고 기만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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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지은이) |
강
| 2021년 11월
16,000
원 →
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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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오래전 문인들 몇 사람의 ‘마시고 노는’ 자리에서 초짜 시인 손세실리아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깜짝 놀라고 깊이 감동했다. 가수 뺨치게 잘 불러서가 아니라 부드러운 곡조 안에 숨은 한과 슬픔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이십여 년이 흘렀나! 그사이 그는 알아주는 중견 시인으로 성장했고 몇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풍편에 듣기로는 제주도에 들어가 카페를 차렸다던가 책방을 냈다던가. 그런데 이번 산문집 원고를 읽으며 알았다. 그는 단지 ‘시에 살고 노래에 사는’ 소녀가 아니었다. “제주 해안가를 걷다가/버려진 집을 발견”한 것은 틀림없는 시인의 눈일 테지만, 그 폐가를 “만조 땐 수상 가옥이 되고 썰물 땐 잠겨 있던 너럭바위가 펄 위로 모습을 드러내 한 점 수묵화”로 변신케 한 것은 통장이 바닥났어도 끄떡 않고 가득 찬 책들의 더미에 충족감을 느낄 줄 아는 ‘자존과 자긍’의 강인함일 것이기에. 그러나 사실 내게 가장 아팠던 글은 「고아의 노래」였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요양병원, 딸 하나 딸린 과부로 온갖 풍상을 겪은 끝에 병원에 누워 있는 91세의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와 딸이 겨우 핸드폰을 이용해 주고받는 옛 유행가 가락. “고해성사이자 고백이고, 넋두리이자 절규”일 그 모녀의 노래 속에서 나는 이십여 년 전 멋모르고 웃으며 들었던 슬픔의 가없는 뿌리를 보았다. 아, 이것이 인생이고 문학이다, 저절로 나온 탄식이다. 염무웅 _문학평론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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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별
ㅣ
시작시인선 378
이은봉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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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이은봉의 열두 번째 시집을 원고로 읽는다. 때로 미소 짓고 때로 감탄한다. 시집에는 「그때 우리는」이나 「폭포」 같은 작품에서처럼 열정에 가득 찬 청춘의 행적이 들어 있고, 「구절초 이별」이나 「저녁 길을 가며」 같은 작품에서처럼 원숙한 깨달음의 경지가 형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주로 꽃과 나무와 별과 이웃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노래의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객지에서의 오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에 돌아와 텃밭을 가꾸며 자연에 감응하며 살아가는 시인 자신이야말로 이 시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이 들어 낙향하는 것은 예전 선비들의 오랜 관행이었다. 젊은 시절 공직에 나아가 여러 임지를 떠돌다가도 때가 되면 물러나 귀향길에 오르는 것은 글 읽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로망이었다. 하지만 농촌공동체의 붕괴와 더불어 이제 우리 모두는 ‘고향 상실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은봉의 시들이 특별하게 읽힌다면 그것은 「근대 적응」 같은 작품의 예리한 역설에도 불구하고 그가 고향에 뿌리내린 건강한 삶을 확고하게 지키면서도 감수성의 바탕에 선비다운 고전적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봉의 시들이 끊임없이 자연 풍경을 향하면서도 동시에 우국憂國의 정서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가 한국 서정시의 가장 치열한 전통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 시단으로서는 이 얼마나 귀한 자산인가. 칠순 가까운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예민한 감각과 섬세하기 그지없는 언어의 운용, 그리고 전진적인 역사의식을 가장 짧은 형식 안에 압축한 송곳 같은 시 「내일이여 역사여」를 읽어 보시라! “따스한 봄바람으로, 부드러운 봄볕으로, 은여우의 꼬리털로, 당신의 꽉 닫힌 가슴, 활짝 열어 젖히고 싶은,// 시여 내일이여 역사여.
6.
미리보기
문학의 위안
- 정지창 문학 에세이, 2021 ARKO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지창
(지은이) |
한티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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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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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정지창 교수의 글은 편하게 읽힌다. 수필에 가까운 글이 구수하게 읽히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지만, 본격적인 문학평론이나 연극평론도 독자에게 공연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글이 다루는 세계가 쉽고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다. 알고 보면 그는 대단한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역사와 현실을 깊이 파고드는 사색가이다. 그는 김석범 선생의 대하소설 『화산도』 열두 권을 통독한 소수의 독자들 중 한 분이자, 이 대작의 문학사적 의의를 조곤조곤 풀어낼 줄 아는 극소수 비평가의 하나다. 그런가 하면 정 교수는 최인훈 선생의 소설과 희곡을 함께 읽어 분단 역사의 심층을 짚어내고, 이호철·권정생·김원일·이하석·조갑상·백무산·배창환 등의 시와 소설이 어떻게 바로 우리 현대사의 진실과 연관되는지 설명한다. “문학을 본연의 뜻에서 이해하고 즐기려는 독자”(「권정생의 문학과 『한티재 하늘』」)에게 평론집 『문학의 위안』은 모처럼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며, 난해한 개념과 복잡한 문장의 미로를 헤매는 오늘의 평단에는 심각한 반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7.
크게보기
중심은 비어 있었다
ㅣ
푸른사상 시선 127
조성웅
(지은이) |
푸른사상
| 2020년 7월
9,000
원 →
8,100원
(
10%
할인), 마일리지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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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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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조성웅, 그는 누구인가. 용접 불꽃이 타오르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시와 혁명을 꿈꾸던 노동자-시인이 조성웅이다. 실업의 공포를 견디다 못해 제 발로 자본의 명령이 지배하는 제국의 영역으로 찾아 들어간, 그러나 그곳에서의 시간이 자발적 복종의 시간에 불과함을 투시한 당찬 생활인이 조성웅이다. 그러나 그는 작업을 마치고 함께 퇴근길을 걸어 나올 때면 지친 동료의 등에 손을 얹어주는 따스한 마음의 시민이었다. 요컨대 그는 사유하는 노동자, 혁명을 지향하는 시인이었다. 그런 조성웅에게 전환의 계기가 왔다. 하나는 노동의 현장 그 자체로부터 발생했고, 다른 하나는 엄마의 위암 발병으로부터 닥쳤다. 그는 준열히 규탄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투쟁하는 조합원을 제명하고/투쟁의 이름으로 계급을 배반하고/혁명의 이름으로 부르주아 선거 일정에 목매다는”(「전망은 단절 없이 오지 않는다」) 노동 조직의 내부 현실을. 현장을 떠나 엄마 옆에서 간병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가 노동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노동과 생명의 연결을 발견하고 시의 새로운 차원을 획득한다. “밥이 곧 하늘이었다/비교할 수 없는 생의 깊이였다/뭇 생명들을 먹여 키우는 일/살아 활동하는 가장 급진적인 민주주의였다.”(「참 불가사의한 힘」) 조성웅의 살아 활동하는 민주주의가 열어갈 한국시의 미래를 주시하고자 한다.
8.
크게보기
홀리데이 컬렉션
김세연
(지은이) |
실천문학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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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의 소설은 청년세대의 감각에 포착된 오늘의 팍팍한 현실풍경이다. 그의 디테일 묘사는 섬세하고 꼼꼼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세계는 건조하면서도 우울하다. 그의 소설에는 농경문화의 기억조차 희미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삭막한 세태가 사막처럼 펼쳐지며 그 사막을 건너는 젊은이들의 파편화된 삶이 꿈결처럼 그려진다. 그의 소설은 이 시대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생한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그 디테일에 담긴 질곡의 현실 너머를 상상하는 ‘정신의 힘’에 더 가닿기를 바란다. 신진작가 김세연의 정진과 분발을 기대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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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
ㅣ
한티재시선 16
이정연
(지은이) |
한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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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의 시들은 세 개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하나의 중심을 향한다. 맨 안쪽에 있는 것은 개인 이정연의 사적(私的) 세계이다. 거기서 그는 딸이자 아내이고 “자유방임형 엄마”(「탯줄」)이자 “동네 카페에서 만난 네 여자”(「큰누나」)의 벗이다. “내가 만약 꽃이라면/연잎 사이로 얼굴 내민/연꽃이고 싶네”(「연꽃」)라고 시작하는 아름다운 서정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두 번째 동심원에서 이정연은 열성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털어놓고 말하면 나는 그가 시인의 호칭을 얻기 전부터 페이스북에 올려지는 글을 통해 그가 어떻게 오늘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뚫고 나가는지 눈여겨보아왔다. 그런 면에서 그의 시는 교실과 운동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회적 심층모순과의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침통한 전투일지이다. “스치기만 해도/생채기가 생기는 꽃잎들/교실이라는 사각 링에서/은밀하게 치고받으며/관계의 맷집을 키운다”(「열다섯 봄꽃들을 응원함」)와 같은 구절에서는 교사와 엄마의 역할에 시인의 감성이 겹쳐짐을 느낀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의 의식이 언젠가 반드시 가 닿는 곳, 이정연 시의 동심원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지점은 은폐된 역사의 비극이다. 그의 시들이 증언하는 바와 같이,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지표 아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함이 묻혀 있었던 것이다. “어린아이 정강이뼈 아래서 발견된/유리구슬 하나/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육십칠 년 동안 무얼 지켜보고 있었나”(「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 - 이제 그의 시는 유리구슬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유족의 나라’를 지키는 불침번이 되고자 한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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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베를린 달력
- 공감과 낯설음, 그 사이를 잇다
박소은
(지은이) |
정한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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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으로 관찰된 오늘의 베를린, 분단 독일의 상징이자 통일 독일의 현장인 베를린, 독일의 수도이면서도 ‘가장 독일적이지 않은 도시’ 베를린의 열두 달 풍경이 우리에게 남다른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은 독일과 달리 우리가 여전히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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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낮은 지붕
ㅣ
시작시인선 289
김용락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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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연구실로 찾아온 김용락은 막 돋아나는 꽃망울처럼 순수하고 금방 딴 풋사과처럼 싱그러운 청년이었다. 그의 닦여지지 않은 사투리와 향학열에 반짝이는 눈길은 서울 생활에 지쳐 내려온 내게 얼마나 신선한 생명감을 주었던지!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청년은 중년이 되고 중년은 노년이 되었다. 등단 35년, 이 시집은 그의 회갑을 기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35년간 여섯 권이라면 과작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시집보다 더 많은 평론집/산문집을 낸 이론가라는 점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보수의 본거지 대구/경북의 문단과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온몸으로 뛰어온 운동가라는 사실이다. “이때부터 민족문학은 대구에서 블랙리스트였다/ 모든 지원에서 차별을 받거나 배제되었다”(「블랙리스트 1」)는 그 척박한 땅을 위해 그는 자신의 탁월한 친화력과 밤낮 없는 헌신을 바쳤던 것이다. 아버지 회갑 잔치를 다룬 시 「회갑回甲」에서 안동 가톨릭회 선배들과 운동권 후배들이 몰려와 분위기를 뒤집는 이야기는 시인 김용락의 삶이 얼마나 깊고 폭넓은 것인지 보여 준다. 재작년부터 그는 서울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 직책상 그는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케이팝 한류를 전파하러 온/ 나를 붙들고/ 고향 까마귀라며 부끄럼도 잊은 채 흐느낀다”(「파나마에서」)라든가 “영양실조로 파리한 얼굴의 내 모습을/ 50년 만에 여기서 만날 줄 정말 몰랐다”(「캄보디아 시편 2」) 같은 시들은 그 경험의 소산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무에 바빠도 그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시의 마음이다. “아! 서울에서는/ 농경문화 마지막 세대 시인이/ 고독할 틈이 없구나”(「서울 시편 2」)라고 탄식하면서도 그는 “소슬한 가을볕 아래/ 성북동 산비알 심우장을 오른 것은/ 서울에 와서/ 내가 가장 잘한 일”(「심우장에 올라」)이라고 노래할 줄 알기 때문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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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마지막 테우리 2
ㅣ
현기영 중단편전집 3
현기영
(지은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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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는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이다. 절제되고 압축된 문장, 그런 문장을 통해 뇌리에 각인하듯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자연묘사의 풍요함, 과거의 수난사와 현재의 골프장 건설로 인한 자연파괴를 대비시키는 기법, 인간과 동물 사이에 이루어지는 생명적 교류, 무엇보다도 냉정 침착한 형식의 엄격성과 그 단단한 형식을 폭파시킬 듯한 격렬한 내용의 결합은 이 작품에 고전적 품격과 깊이를 부여한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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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마지막 테우리 1
ㅣ
현기영 중단편전집 3
현기영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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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는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이다. 절제되고 압축된 문장, 그런 문장을 통해 뇌리에 각인하듯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자연묘사의 풍요함, 과거의 수난사와 현재의 골프장 건설로 인한 자연파괴를 대비시키는 기법, 인간과 동물 사이에 이루어지는 생명적 교류, 무엇보다도 냉정 침착한 형식의 엄격성과 그 단단한 형식을 폭파시킬 듯한 격렬한 내용의 결합은 이 작품에 고전적 품격과 깊이를 부여한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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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 머리를 두고
- 강민 시선집
강민
(지은이),
염무웅
(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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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들여다볼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 같아서, 그 심연으로부터 태어난 문학의 의미를 읽는 일은 언제나 암중모색의 험로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시인 강민의 문학은 우리에게 너무 겁내지 말라는 청신호를 보낸다. 그의 시는 흔히 말하는 ‘난해’와는 거리가 멀다. 바람 부는 풍경 가운데로 날아온 “사나운 빛살 하나”(「동오리 4」)는 어지러이 뻗은 나뭇가지를 치고 있는 전지(剪枝)의 장면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시인의 구도자적 정신자세를 비유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자칫 현실을 몰각한 전원주의나 감상주의로 기울어질 수도 있는 태도이다. 그러나 그는 도시생활에서건 전원생활에서건 통일과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갈망을 시의 바탕에서 놓치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가되 목표를 잃지 않는 일관성, 이것이 오늘 시인 강민의 시세계를 멀리 바다로 나아가는 강물처럼 보이게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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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매월당 김시습 2
이문구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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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시대의 어느 문필가보다 풍부한 우리말 어휘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를 구사하였다. 이 점에서 아마 그는 홍명희·염상섭·채만식에 견줄 만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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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매월당 김시습 1
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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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시대의 어느 문필가보다 풍부한 우리말 어휘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를 구사하였다. 이 점에서 아마 그는 홍명희·염상섭·채만식에 견줄 만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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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경애의 마음 2
김금희
(지은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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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고 섬세한 문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개성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김금희는 오늘 한국소설의 젊은 성좌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별들 중 하나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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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경애의 마음 1
김금희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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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고 섬세한 문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개성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김금희는 오늘 한국소설의 젊은 성좌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별들 중 하나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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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빌뱅이 언덕 2
- 권정생 산문집
ㅣ
빌뱅이 언덕 (큰글자도서) 2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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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은 단지 한 사람의 동화작가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다. 그의 동화 자체가 아동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깊이를 지닌 것이지만, 특히 그의 산문들은 주변의 비근한 일상사를 소재로 아주 소박하게 감상을 서술한 것임에도 동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눈을 어떤 근본적인 곳으로 향하게 하고 우리의 무심한 일상생활이 실은 얼마나 잘못된 허구적 욕망에 기반하고 있는지 깨닫도록 만든다. 가난과 질병을 벗어난 적이 없으되 자기 몸을 돌보는 일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70년 생애를 바쳤던 그의 삶이야말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위대한 유산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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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빌뱅이 언덕 1
- 권정생 산문집
ㅣ
빌뱅이 언덕 (큰글자도서) 1
권정생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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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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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은 단지 한 사람의 동화작가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다. 그의 동화 자체가 아동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깊이를 지닌 것이지만, 특히 그의 산문들은 주변의 비근한 일상사를 소재로 아주 소박하게 감상을 서술한 것임에도 동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눈을 어떤 근본적인 곳으로 향하게 하고 우리의 무심한 일상생활이 실은 얼마나 잘못된 허구적 욕망에 기반하고 있는지 깨닫도록 만든다. 가난과 질병을 벗어난 적이 없으되 자기 몸을 돌보는 일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70년 생애를 바쳤던 그의 삶이야말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위대한 유산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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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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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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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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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시 읽기의 즐거움』 머리말에서 이시영은 시란 “행간과 여백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하며, 이 표현되지 않은 침묵과 함축이 내부로부터 어쩔 수 없이 리듬을 생성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그는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들에 대해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결정적 순간’을 잡아채는 그의 눈은 ‘시적 현현’의 그것으로 빛난다”고 페이스북에서 찬양했다. 타인의 작품에 대한 예술가의 언명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러한 말들은 지난 20여년간 지속돼온 시인 자신의 시적 실천에 대한 미학적 해명으로 읽힌다. 이번 시집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시도의 연장선 위에 있다. 포수가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겨냥하듯 이시영은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침묵에 가까운 최소언어로 잡아내고자 한다. “개구리 한마리가 번쩍 눈을 뜨니/무논의 벼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벼꽃」이란 작품의 전문인데, 개구리의 눈뜸과 벼꽃의 피어남 사이의 우연한 동시성을 자연스러운 인과관계로 연결함으로써 시인은 우주 안에 작동하는 ‘시’의 한순간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드러남은 찰나의 불빛 같은 것이어서, 세속에 파묻힌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히 헛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이시영의 시가 주는 어떤 ‘완결성’의 느낌은 그가 사숙해 마지않는 김수영 언어의 저 폭력적인 ‘자유자재’와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시영은 ‘시인의 말’에서 시인으로서의 창조성이 쇠진했다고 느껴지면 붓을 꺾겠다고 선언했다. 자기 자신에게뿐 아니라 시단에 만연한 관습적 시쓰기 행태에 폭탄을 던진 것인데, 연작시 「마음의 고향」의 유려한 비유에서 한국시의 한 절정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그의 시가 더 깊은 침묵을 향할지, 아니면 세상과의 전면전으로 나갈지 긴장하게 된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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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도가니 2
공지영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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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안개는 청춘의 방황을 암시하는 관념적 상징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의 은폐와 개진에 관여하는 현실성의 표지이다. 기간제교사로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행에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적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의미에서 법정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두개의 법정이 가정되어 있다.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증인 등 온갖 실정법적 장치의 동원에 의해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세속의 재판정 자체를 심리하는 또 하나의 법정이 존재함을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시킨다. 작가의 윤리적 상상력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게 하지만, 그의 미학적 균형감각은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패배의 아픔을 공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소설의 간절한 메시지이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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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도가니 1
ㅣ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공지영
(지은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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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안개는 청춘의 방황을 암시하는 관념적 상징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의 은폐와 개진에 관여하는 현실성의 표지이다. 기간제교사로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행에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적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의미에서 법정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두개의 법정이 가정되어 있다.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증인 등 온갖 실정법적 장치의 동원에 의해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세속의 재판정 자체를 심리하는 또 하나의 법정이 존재함을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시킨다. 작가의 윤리적 상상력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게 하지만, 그의 미학적 균형감각은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패배의 아픔을 공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소설의 간절한 메시지이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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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오래된 정원 4
황석영
(지은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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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은 딱딱한 사실주의 소설인 것은 아니다. 헌신적인 활동가들의 정서의 심층에 잠재된 연애감정의 음영을 이처럼 절묘하게 포착한 작품도 찾기 힘들 것이며, 계절과 시각에 따른 자연품광의 미묘한 변화를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랜만에 우리는 문학다운 문학의 맛과 감동에 깊이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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