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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번역

이름:서정숙

최근작
2020년 9월 <유아문학교육>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3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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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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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그림책을 단순히 학습 교재로 보지 않고 유아와 교사가 함께 감상하는 ‘예술품’이자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대화와 소통의 매체’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 기초하여 유아와 함께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실제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알려주어 교사들이 그림책을 선정하고 문학 활동을 계획하고 도서관을 운영할 때 좋은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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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물이다. 고이면 썩는다. 이야기를 모아두기만 한다면 이야기는 생명력을 잃고 사장되고 만다. 이야기는 지식이다. 알고 있는 것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서로 다른 의미의 지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거듭나지 않는 이야기는 푸석한 정보의 편린에 불과하다. 『이야기 귀신』은 이런 이야기의 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옛날에 이야기를 듣고 모으기만 하고 남들에게 들려주지는 않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이야기 주머니에 가둬둔 이야기들은 주머니 속에서 너무나 갑갑한 나머지 아이가 혼례를 올리는 날에 아이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 그런데 아이와는 다르게 늘 가재도구나 동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몸종 아이가 이야기 주머니 속 이야기들의 음모를 엿듣고 아이를 위험에서 구한다. 몸종 아이는 이후 글도 배우고 아이로부터 이야기 주머니도 얻어서 아주 소문난 이야기꾼이 된다.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도 꽤 크다. 아이가 들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적어두는 그림, 몸종 아이가 솥뚜껑, 수저 같은 무생물과 두꺼비, 참새 같은 동물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 등, 많은 장면의 그림들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또한 이 그림책은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이억배 글/그림, 2008년 출판)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몽골 침략의 영향으로 조혼 풍습이 있던 ‘고려시대’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모으는 아이를 남자 아이에서 여자 아이로 바꾼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이 구체화됨에 따라 그림의 묘사에 한결 진실성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가 이야기의 기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야기 귀신』은 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는 몸종 아이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살림으로써 이야기의 전달, 나눔,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과 이로써 이야기 전개가 더욱 극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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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또 스캔들이야’ 하는 시큰둥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책 제목에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TV에서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그 여파인 것 같다. 스캔들이란 단어의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란 뜻도 그런 느낌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참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엄마를 일찍 잃은 주인공 다율이는 홀아비인 아빠에 의해 잠깐 동안 고아원에 맡겨졌고, 다른 고아원 아이들과 똑같은 기다리는 얼굴로 아빠를 기다리며 고아원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런 탓에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내야만 했다. 다행히 약속대로 아빠가 데리러 왔지만 새엄마와 함께였다. 다율이의 노력과 달리 새엄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 아빠의 일이 바빠지고, 할 수 없이 새외할머니가 사는 ‘따뜻한 섬’이라는 뜻의 온도에 살게 된다. 다율이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고, 외할머니의 다정함도 맛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섬마을 분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폐교될 위기에 처한다. 처음으로 따뜻한 정을 갖게 된 온도를 떠나고 싶지 않은 다율이는 폐교 구출 작전을 세운다. 문맹인 섬마을 할머니들을 폐교의 신입생으로 맞아들이는 작전이다. 어쩌면 이런 해결 방법은 판타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해결 방법을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줄 뿐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계획하고, 해결해 나간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에 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의 작은 분교를 합리적 경영차원에서 무조건 폐교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지역 사회를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질문을 던져주는 점도 좋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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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것인데 나보다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수수께끼를 낸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겨우 궁리해 낸 것이 초인종이었다. 하지만 답은 ‘이름’이었다. 답을 듣는 순간 손뼉이 쳐졌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나를 부를 때 쓰는 것이 내 이름이니까. 그림책 『안돼!』에는 자기 이름이 ‘안돼’인 줄 아는 개가 나온다. 주인집 식구들이 언제나 자기만 보면 ‘안돼!’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이 개는 자기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주인집 식구들이 ‘안돼!’라고 소리친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기를 보기만 하면 ‘안돼’라고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당연히 자기 이름이 ‘안돼’로 생각할 수밖에. 이 개는 식탁에 차려 놓은 음식에 가족들보다 먼저 혀를 대면서 ‘음식이 괜찮은지 먼저 맛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고, 온몸에 흙을 묻히며 땅위를 구르는 것도 ‘가족들을 위해 항상 몸치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 말썽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의 외침은 이 개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안돼!’에서 ‘안돼애’로 또 ‘안돼애애’로 점점 더 길어지고 커진다. 이 개는 그것도 가족들의 사랑이 더 커지는 거라고 여기고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이 그림책은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입장이 바뀌니까 한 사건에 대한 이해도 전혀 다르게 바뀐다. 여기에 이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짧은 글, 반복되면서 점점 길어지는 ‘안돼’라는 말,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개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더불어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제 막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 유아들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강요하지 않는 감동까지 주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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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차가운 말과 따뜻한 말, 찬 발과 따뜻한 발, 우리는 어는 쪽에 더 끌릴까? 더운 날만 빼면 대부분 따뜻한 쪽에 끌릴 것이다. 아마도 따뜻한 것들이 우리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리라. 이 동시집이 그렇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표제작인 「돌멩이가 따뜻해졌다」를 보면 찬 돌멩이가 따뜻해지는 순간 우리 마음도 따뜻해진다. 나는 그 집을 지날 때마다 왕왕 짖어대는 똥개를 때리려고 차가운 돌멩이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똥개가 보이지 않자 “개장수한테 팔려 갔나 겨울인데? 병원 갔나 똥개 주제에?” 덜컥 걱정된다. 주머니 속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집 주위에서 머뭇대다보니 찬 “돌멩이가 따뜻해졌다.” 미웠던 대상조차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따뜻해진 돌멩이보다 더 따뜻하다. 우리가 하찮아했던 거름이 지닌 힘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썩어 가면서, 뜨겁고 더운 김을 내어 “나무와 풀들을 밀어 올린다.”「거름의 힘」 그런데 하찮은 것이 아무리 큰 힘을 갖고 있다 해도 우리는 가끔 비싸지고 싶다. 동생이랑 다투거나, 오빠랑 싸우다 쥐어 박히면 “싸다 싸” 며 비꼬는 엄마. 하지만 어린이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고, 차갑게 내쏘지 않는다. “나는 어찌하면 좀 비싸지나?”(「싸다 싸」)처럼 해학적 항변을 통해 할 말을 하지만 냉랭한 대립상태로까지 가지 않으려는 따뜻한 마음을 내비친다. 또 「미술시간」과 급식시간에 「나도 할 말이 있다」며 권위적인 선생님한테 하는 항변도 대립적이지 않고 유쾌하며 따뜻하다. 요즘 성인 시를 써온 시인의 유명세에 업혀 가려는 동시집이 출간되곤 한다. 그 중엔 동심을 어설프게 건드린 것들이 눈에 띄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은 따뜻하고 유쾌한 동심이 듬뿍 담겨 있어 그런 걱정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초등 전 학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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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와 감자튀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 『시골쥐와 서울쥐』를 패러디한 그림책이다. 『시골쥐와 서울쥐』는 시골쥐가 서울쥐에게 놀러왔다가 사람들로부터, 고양이로부터 쫓기느라 음식도 편히 못 먹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결국 시골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비록 화려하지만 마음이 불안한 도시보다는 소박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운 시골을 택하는 시골쥐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은 물질의 풍요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평화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반면, 『시골쥐와 감자튀김』에서 시골쥐가 다시 시골로 돌아간 이유는 자신을 쫓는 사람이나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이상 쥐를 쫓지 않는 고양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무서운 눈초리로 쥐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어야 마땅한 고양이가 콜라나 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 맛에 길들여져서 쥐를 잡으려 하지 않으니 시골쥐는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이어서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서울에 온 후 살이 너무 쪄서 둔해 보이는 몸, 흐리멍덩한 눈, 푸석한 얼굴을 보자 시골쥐는 시골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도시에 더 머물렀다가는 쥐를 쫓는 본성마저 잃어버린 고양이처럼 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이후 시골쥐는 시골로 돌아가 자신의 텃밭에서 자란 풀과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행복하게 산다. 요즈음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은 소아비만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는데, 아이들은 햄버거, 피자, 핫도그 등의 인스턴트 음식에 더욱 길들여지고 있다. 이 그림책은 『시골쥐와 서울쥐』의 이야기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건강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준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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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탄생은 밝고 가볍게, 죽음은 어둡고 무겁게 느낀다. 그 까닭에 죽음이 동화 주제로 타당하냐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앞날이 창창한 어린 독자에게 죽음을 미리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죽음도 어린이 삶의 일부분이라 여기는 경향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큰 사건이니까. 기르던 애완동물이나 조부, 친구, 그리고 부모의 죽음 등. 캐나다의 아동소설 『아르베』도 죽음을 다룬다. 아빠에게는 눈부시고 엄마에게는 골치 아픈 계절, 봄날에 아르베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는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동생과 함께 집에 돌아온 아르베는 집 앞에서 흰 천으로 덮인 들것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본다. 동네사람들 모두 아르베와 동생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장례식장에서도 동생과 달리 키가 작아 관 속에 누운 아빠를 볼 수가 없다. 아르베는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 입을 통해서만 아빠의 모습을 듣는다. 봄을 엄마 아빠의 말을 통해 느끼듯 아빠 죽음을 타인을 통해 느낄 뿐 확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모부가 안아 올려 주자 아빠의 죽음은 현실이 된다. 그 순간부터 아르베는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가는 것처럼 느낀다. 아르베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 스콧 케리가 점점 작아져 사라지듯. 이 책은 준비 없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마주친 어린이의 심리 변화를 담담하게 잘 그려주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글과 그림이 동등한 관계로 이어지는 특이한 방식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만화나, 그림책 비슷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도 글 없는 그림이 다섯 장이나 이어진다. 엄마 심리나 아르베 모습이 지워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성은 글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에 비해 독자의 심리적 개입을 폭 넓게 허용한다. 영상문화에 친숙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책으로 권하고 싶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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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깨끗하고 먹이가 충분한 물에서 살고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라 지역의 오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환경 지표 동물이다. 그러나 예부터 수달의 털은 보온성이 뛰어나 사람들의 사냥 대상이 되어왔고,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이나 물의 오염으로 인해 수달의 수는 점차 줄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수달을 멸종 위기 동물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수달이 오던 날』은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수달 연구센터로 옮겨진 생후 두 달 된 새끼 수달에 대한 연구원의 관찰기 형식의 그림책이다. 새끼 수달이 연구원으로 옮겨진 5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성장 기록에는 수달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연구센터 실내에 거주하다가 차차 뒷마당으로, 넓은 연못과 굴이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우유, 피라미를 먹다가 스스로 물에서 송어를 사냥하여 먹는 모습은 수달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에게 수달의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수달의 생태를 단지 사실적으로만 기록한 책은 아니다. 수달의 약 10개월간의 성장 과정이 날짜별로 담겨 있지만 연구원 시점에서 수달에 대해 느끼는 애정 어린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어미 잃은 새끼에 대해 측은해 하는 마음, 건강하게 잘 자라 너른 강으로 헤엄쳐 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또한 어미를 잃고 힘없이 늘어져 있다가 연구원의 보호로 몸집도 커지고 생기를 찾아 장난도 치고 주변에 관심도 갖고 물고기 사냥도 하고 눈밭을 누비며 점차 자연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수달이 부디 자연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책 속 연구원과 한 마음이 되어 기원하게 만든다.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연구센터에서 지내게 된 새끼 수달의 성장 과정을 한편으로는 사실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온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에 대해 지적 호기심과 함께 그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줄 것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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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5,990 보러 가기
우리 민족은 호랑이와 친한 민족이다. 단군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나오고, 민화에는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나온다. 한반도를 토끼가 누운 형상이라고도, 호랑이가 누운 형상이라고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전래동화에도 호랑이가 많이 나온다. 가끔은 어리석게, 가끔은 탐욕스럽게, 가끔은 신선의 충직한 심부름꾼으로. 한반도 어디서나 호랑이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0년을 지나면서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다. 그 사이 나라가 망하고, 일본의 지배를 받고, 전쟁을 거치고, 나라가 두 토막으로 갈라졌다. 혹시 이 땅에서 동물의 왕, 호랑이의 우렁찬 외침이 사라진 탓은 아닐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김탁환 작가 역시 숲을 누비고 바위를 뛰어넘는 한국 호랑이가 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당연히 주인공은 호랑이이다. 일제 강점기 인왕산에서 태어난 아기 호랑이 왕대는 어느 날 일본인에게 잡혀 창경궁에 있는 동물원에 갇히게 되고, 사육사 보조인 재윤이를 만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게 되자 동물원 동물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일본인 사육사들에 의해 모든 동물들이 독살 당하나 왕대는 재윤이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왕대가 살아서 인왕산까지 갔는지, 가다가 죽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독자 몫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 호랑이 멸종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역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역사적 사실, 동물의 생태가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 생태와 역사를 놓치지 않은 탓인지 이야기 결말이 뻔하고, 구조가 단조로운 면이 있지만 현실 비판 동화가 많은 요즘 멸종된 한국 호랑이를 소재로 희망을 그려준 점은 무척 매력적이다. 우리 역사도 알고 상상력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국 호랑이를 전래 동화가 아닌 요즘 동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고학년이 읽기에 좋을 듯하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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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는 슈퍼마켓에서 개업 기념으로 나눠준 플라스틱 바가지로 다양한 놀이를 한다. 바가지를 쓴 채 자전거를 타보기도 하고, 바가지를 북으로 여기고 두드리기도 하고, 바가지에 인형들을 담아 밀고 다니며 ‘바가지 썰매놀이’도 한다. 바가지 가면을 쓰고 개와 놀기도 하고, 바가지에 흙을 담아 케이크 만들기도 하고, 목욕할 때 물을 끼얹는 데 쓰기도 한다. 그렇게 곁에 가까이 두고 사용하던 바가지가 깨지자 선이는 그것을 어떻게든 다시 수선하여 써보고자 하지만, 이미 구멍이 난 바가지는 메워지지 않는다. 엄마는 깨진 바가지로 화분을 만들어주시고, 씨앗을 심어주신다. 선이는 플라스틱 바가지에 그랬듯이 씨앗을 심은 바가지에 다시금 애정을 쏟는다. 씨앗은 자라고 자라더니 박꽃이 활짝 열렸고, 가을이 되어 박이 열리면 그것으로 바가지를 만들기로 한다. 전에 비해 물자가 풍부해졌다. 누군가로부터 받았든 스스로 샀든 물건을 닳고 닳을 때까지 쓰는 일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물건에 대해 각별한 정도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세태에 비추어 『바가지꽃』은 복고적이다. 개업 기념으로 받은 흔해빠진 플라스틱 바가지를 마치 대단한 놀이감이라도 되듯 가지고 노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바가지꽃』은 다른 한편 감동적이다. 흔하고도 생명이 없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아이의 애정을 매개로 생명이 있는, 자신만의 바가지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이 그러하다. 또한 이 그림책에는 아이의 마음을 잘 살피면서 아이의 성장을 도울 줄 아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 있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도 좋은 그림책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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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바로 남의 눈길을 받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얼굴색이 다르거나 장애가 있거나 남들에 비해 상당히 키가 크거나 작거나 하면 길 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듯 돌아보곤 한다. 그 눈길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 껌벅이도 남과 다르다. 두꺼비가 되었는데도 꼬리가 안 떨어지고 그대로 붙어 있다. 처음엔 남과 다른 외모로 의기소침했지만 우연히 이야기 짓는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이 꼬리에서 나온다 생각한다. 단점에서 장점을 찾아낸 껌벅이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이웃에게 웃음과 교훈을 주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기 앞에 닥친 슬픔과 외로움도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극복한다. 이야기는 두꺼비들의 이동통로를 가르는 큰 도로 때문에 새 삶터로 못가고 우왕좌왕하던 어린 두꺼비들이 용기를 내어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가는 대이동 장면을 보여주며 감동적으로 끝난다. 할아버지 껌벅이가 해 준 이야기에 힘입은 결과다. 이 책은 책 속의 책,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액자 구조로 되어 있다. 뼈대가 되는 이야기에는 장애를 가진 두꺼비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리고 책 속의 책은 살짝 바뀐 옛이야기들로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바꿔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한 이야기 안에 장애 극복, 죽지 않는 삶의 문제, 환경 고발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꼬리 달린 두꺼비의 캐릭터와 재미있게 바뀐 옛이야기가 그 결점을 잘 덮어 준다. 더불어 먹을 주된 재료로 해서 일부만 선명한 색채의 물감과 크레파스로 처리한 자유 분망한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북돋아주고 있다. 저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겠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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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집이 가출한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에 기초한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의인화된 집의 이름은 삐딱이다. 아이들이 일곱 명이나 태어나는 동안 집이 점점 낡아지는 바람에 모양도 마음도 비뚤어지면서 붙은 이름이다. 삐딱이는 집이 비좁다며 불만을 하는 가족 곁을 떠나 새 가족을 찾아 나선다. 강물에 휩쓸리기도 하고, 자기에게 아무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삭막한 도심을 지나기도 하고, 깊은 산속에서 산적들로부터 도망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생을 한다. 물론 예상대로, 갖가지 어려움을 맛본 다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지만, 에피소드별로 이야기의 내용과 그림의 표현이 참 재미있다. 마치 옛이야기를 하듯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말투며, 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가족이 자기에게 불만인 한, 자기도 미련 없다는 듯 의기양양 새 가족을 찾아 가출하고, 몸집 큰 집에게 자기가 버리고 나온 가족의 집이 될 테면 되라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막상 큰 집이 옛 가족의 집이 된 것을 알게 되자 허둥대는 삐딱이는 어린이들도 공감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다. 이에 덧붙여, 종이로 사물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만들고 사진으로 찍어 만든 장면들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정감 어린 느낌을 준다. 창문과 문 모양으로 표현해 낸 삐딱이의 다양한 표정, 오른발, 왼발을 차례로 내밀며 걷는 모습,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삐딱이의 모습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 큰 집이 이미 옛 식구들의 집이 되어버린 다음에야 삐딱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난감해진 상황에서 삐딱이가 이층집으로 올라앉는 마지막 장면은 행복한 결말인 동시에 지혜로운 해결책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모험을 겪고 돌아왔기에 한층 성장했을 삐딱이 그림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린이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하므로 어린이들에게 읽고 보는 재미와 함께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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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갔다’에는 늘 아쉬운 감정이 섞여 있다. 되돌릴 수 없고, 기억 너머로 잊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우리 문화유산을 바로 알기 위한 책들이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아마도 잊혀질지 모르는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을 어린이들에게 기억시켜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 책은 지식 정보물로 한지에 관한 정보를 재미있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이야기에 담고 있다. 3145년에 살던 유물 관리 요원으로 행동과 말이 느려 굼벵이라 불리는 고길동과 역사 전문 꼬마로봇 코어가 명령에 따라 미래에는 사라져버린 한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을 한다. 송나라에서부터 몽골과 일본,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까지의 과거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종이의 역사와 종류 등에 대해 많은 지식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전통 한지의 역사, 한지의 우수성,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 그래도 여러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계승·진화되는 오늘날 한지의 모습까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만화가 곁들여 있고, 다양한 사진과 한지를 이용한 창조적 작품들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세계기록 유산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그것은 천년이 가도 썩지 않는 한지가 조상들의 훌륭한 정신문화를 잘 기록하고 보존해 준 덕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고길동이 전통 한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전통 한지의 매력에 빠져든 것처럼 어린이들도 전통 한지의 매력을 깨달아 그 우수성을 발전· 보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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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작 그림책 중에는 부모와 대치된 아이의 속마음을 담거나, 부모의 불합리한 처사에 불만을 표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 늘고 있다. 이런 그림책들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그림책 속 아이와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경우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므로, 이는 좋은 추세라 할 수 있다.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또한 아이의 시점에서 가족의 못마땅한 점들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몸에 나쁜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면서 늘 커피를 마시는 엄마,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이유를 대며 아이가 원하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아빠, 자기 물건은 손대지 못하게 하면서 동생의 물건은 멋대로 만지는 언니, 이렇게 아이의 편에서 본 가족은 모두 자기 위주고 아이의 요구나 마음에는 무관심하다. 그림책 속 아이는 결국 가족을 떠나 평소 자신이 갖고 싶던 것, 하고 싶던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혼자 살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곧 이어 떠오른 생각들, ‘장수풍뎅이 밥은 누가 주나, 아빠 장난은 누가 받아 주나, 엄마 커피에 설탕은 누가 넣어주나’ 등, 가족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떠오르자 아이는 가족의 허물을 덮어주기로 한다. 대신, 한 번만 더 그러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다’라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림책 속 부모나 언니와 마찬가지로 평소 아전인수의 말만 일삼고 자신에게는 무신경한 나의 엄마, 나의 아빠, 나의 형제·자매에 대해서. 그리고 어린이들이 잘 쓰는 과장된 말,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를 비롯하여 유머 넘치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그림책 속 주황색 털실은 글 내용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함) 김진화의 그림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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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동시를 함께 쓰는 이장근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동시집으로 48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아무래도 첫 동시집은 오랜 습작 기간 동안의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은 풋풋하면서도 단단하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 실린 동시들 모두는 시인이 마음으로 찍은 행복한 미소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이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이다. 「혼자 가는 개미에게」 라는 시에 나오는 아이는 꼴찌로 혼자 가든 일등으로 혼자 가든 ‘심심하긴 똑같다.’ 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일등을 못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표제시 「바다는 왜 바다일까?」에서 아이는 ‘바다’는 ‘잘 받아 주어서 바다’이며 ‘받아’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바다 마음이어서 ‘바다’라고 읽힌다고 말한다. 동음이의어의 재미있는 풀이를 통해 주는 마음, 넓은 마음이 좋다는 삶의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 싸움」은 친구와 다투고 선생님에게 교문을 나설 때까지 둘이 손을 꼭 잡고 놓지 말라는 벌을 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시다. 처음엔 앙금이 남아 툭탁대지만 얼마 못 가 화해하고 다시 장난치는 아이들만의 낙천성이 그림자의 움직임을 통해 잘 그려지고 있다. 그밖에 「방에 갇힌 날」의 아이는 숙제하라며 엄마에 의해 방에 갇힌 상황에서도 자기랑 놀지 못하는 동생을 ‘거실에 갇혔다’며 불쌍히 여기고, 「5분 동안」의 아이는 늦잠 자느라 내가 버린 짧은 5분이 다른 생명에게는 훨씬 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속 깊은 생각을 할 줄도 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입 꼬리에 슬며시 웃음이 매달리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아이들 심리가 완성도 있는 시 속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다. 3, 4학년 이상의 어린이가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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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작가는 태평양 전쟁 당시 쿠릴 열도에 있는 치로누푸라는 섬에 있을 때, 군인들이 쳐놓은 덫에 걸린 채 죽은 여우의 하얀 뼈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이미지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은 채 작가의 가슴에 분노로 남아 이 그림책을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하는데, 작가는 이 그림책에 자신이 생각해 온 인간성에 대한 회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 평화에 대한 갈망 등을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그림책에는 아빠, 엄마, 오빠, 여동생, 이렇게 네 식구로 구성된 여우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가족 간 사랑을 보여준다. 엄마, 아빠 여우는 때가 되면 자식들에게 먹잇감을 구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오빠 여우가 군인들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을 때는 슬픔에 울부짖는다. 동생 여우가 덫에 걸렸을 때, 아빠 여우는 일부러 소리를 내어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켜 죽음을 맞음으로써 동생 여우와 엄마 여우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엄마 여우는 덫에 걸린 동생 여우를 위하여 내내 먹을 것을 사냥하여 먹이고, 결국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추운 겨울, 동생 여우 곁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길 잃은 동생 여우를 한 동안 함께 살며 보호해주고 총을 쏘려는 군인으로부터 목숨을 지켜준 노부부(인간)의 여우 사랑의 모습이 더해져서, 이 그림책의 감동은 배가된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그림책을 읽으며 네 가족 모두 죽음으로 끝난, 슬픈 여우 가족 이야기에 마음 아파하는 동시에, 동물, 생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살육 및 파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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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동화책이 제법 많이 출간된다. 하지만 근대사, 즉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드물다. 특히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군의 주변을 다룬 동화는 처음인 것 같아 반가웠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역사이다. 부끄럽다고 감추거나 덮으면 역사에 발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는지, 어떤 갈등을 겪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항일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봉오동전투다. 봉오동전투는 홍범도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일본침략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한 대규모 전투다. 홍범도 장군은 등장인물 중 황 장군의 실제 모델이며, 일본군 장교 야스카와 지로는 봉오동전투의 적장의 실제 이름이고, 주인공 홍이는 작가가 탄생시킨 13살짜리 어린이이다. 홍이는 황 장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 전사한 평범한 독립군의 어린 아들이다. 독립군이었던 홍이 아버지에게는 황 장군이 하늘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홍이에게는 아버지를 빼앗아간 원수 같은 존재였다. 고아가 되어 떠돌던 홍이는 우연히 황 장군을 만난다. 황 장군은 홍이를 보살펴 주려 하나, 홍이는 거부하고 떠난다. 그리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황 장군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되찾는 길을 선택했는지, 왜 빼앗긴 나라를 찾아야 하는지. 왜 남이 아닌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홍이를 통해 나라 잃은 역사적 비극 앞에서 평범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 갈등과 희생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만이 절대 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의 힘을 선택한 사람도 억지로 끌려 온 일본군 소년병사도 나름대로 깊은 고뇌의 결정이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책이 제법 두꺼워 독서력이 약한 어린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있었던 전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지고, 등장인물들도 생생하게 살아있어 생각보다 빨리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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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범은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아이다. 시장 골목에 있는 낮은 집의 작은 방으로 이사를 왔는데, 할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 있는 동안에는 창 밖으로 보이는 세 집(강희네, 충원네, 공주네) 아이들의 놀이 광경을 자주 내다본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이 함께 놀자고 하면 할머니가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하셨던 말씀을 되새기며 자못 씩씩한 척 혼자 노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준범의 시선과 관심은 창 쪽에서 떠날 줄 모른다. 이런 준범에게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먹으려 했던 자장면을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하나가 되어 신나게 논다. 이 그림책은 내용만큼이나 그림으로도 이야기의 주제를 잘 보여 준다. 연필 스케치로 아이들의 격의 없이 발랄한 표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몇 가지 색의 물감을 옅게 입혀 전체적으로 온기가 느껴진다. 또한, 컴컴했던 준범의 방은 아이들이 함께 놀자며 방문을 여는 순간 창과 방 쪽으로 한꺼번에 빛이 들어와 환해지는데, 이 장면은 준범이 앞으로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지 않고 방문을 열고 바깥세상으로도 나갈 것임을 암시해 주는 희망적인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앞면지에는 준범의 시점에서 보이는 강희네 집 식구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강희네를 부러워하는 준범의 마음이 느껴지는 반면, 뒷면지에는 할머니한테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준범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준범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전에 비해 한층 밝고 활발해진 것 같아 흐뭇하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원래 사회적 기준에 의한 경계가 없다. 특히 아이들의 놀이 세계에서는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아이냐 가난하게 사는 아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이러한 아이들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주변에 혹시라도 움츠러들어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먼저 손 내밀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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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큰다. 놀이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지키면서 사회성을 배운다. 이 책은 지우개 따먹기 놀이 재미에 푹 빠진 한 반 아이들의 이야기다. 너무 달라 물과 기름 같던 아이들이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하면서 상대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놀이에는 경쟁 상대, 구경꾼, 이길까 질까 하는 짜릿함이 있다. 이 책에는 경쟁상대로 집안환경, 성격, 성적, 외모까지 정반대인 두 아이가 나온다.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콧구멍을 후비며 구린내를 풍기는 상보, 부자며 공부도 외모도 완벽한 준혁이다. 그리고 구경꾼 대표로 냄새를 잘 맡는 홍미가 나온다. 홍미는 지우개 따먹기 놀이뿐 아니라 상보와 준혁이를 관찰하여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 상보는 아빠에게 배운 지우개 따먹기 놀이를 아이들에게 퍼트린다. 그리고 놀이를 할 때 지우개 따먹기의 10가지 법칙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우개 따먹기 법칙 속에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예를 들면 <법칙 4,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킬 것>, <법칙 1,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 <법칙 9, 지우개 크기는 비슷해야 한다.>, <법칙 10, 지우개 따먹기를 할 때 상대는 나의 친구이다>처럼 말이다. 특히,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은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마음에 새겨야 할 가치로 여겨진다. 이기려고 노력은 하되 못 이겼다고 좌절하진 말자. 다음에 이기면 되고, 아니면 그 다음에 이기면 된다. 왜냐면 상대방은 내 친구니까. 친구는 이겨서 짓밟아야 할 적이 아니니까. 내가 이기는 것도 좋지만 친구가 이기는 것도 좋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경쟁한다면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이 책은 놀이의 승부를 지켜보는 재미도 주고, 놀이 법칙 속에 녹아 있는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가치관도 보여준다. 놀이 규칙을 지키면서 혹은 갈등하면서 마음이 커가는 아이들 모습이 자연스러워 좋다. 저학년이 읽으면 좋겠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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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중 하나인 꼭두의 모습과 종류를 사진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꼭두는 꼭두각시놀음에 쓰이는 형상과는 다른 것으로, 죽은 이를 무덤까지 옮기는 데 쓰이는 상여 곳곳에 부착된 형상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죽은 이가 다른 세상으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에서 용과 봉황 같은 상상의 동물 꼭두와 인물 꼭두를 만들어 상여를 치장하였다. 특히 죽은 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는 안내자,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무서워하지 않도록 지켜 주는 호위자, 길 떠난 이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흥겹게 놀아주며 마음을 위로해 주는 놀이꾼, 낯선 곳으로 가면서 불편해 하지 않도록 도와 주는 시중꾼 꼭두의 존재는 흥미롭다. 이 책은 그 밖에도 여러 종류의 꼭두에 대한 설명과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선, 이제는 어른들에게도 낯설어진 전통문화인 꼭두를 어린이들에게 선보이고자 한 의도가 귀하게 여겨진다. 어린이들은 죽은 이에 대한 산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꼭두의 존재를 통해 조상들의 내세관 또는 종교관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에게 생소한 내용의 정보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고자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엿보인다. 어린이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 친근한 말투는 정보 책자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주고, 이야기를 듣는 중간 중간에 어린이들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과 답을 끼워 넣어 어린이들이 그때그때 의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꼭두 사진에 곁들여진 그림 배경은 이야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주는 동시에 시각적 변화를 주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을 읽은 다음 꼭두 박물관을 한 번 방문해 본다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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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 흔히 ‘괜찮아’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그 말에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는다. 이 책의 제목에도 ‘괜찮아’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괜찮아, 3반”은 주인공 ‘아카오’가 선생님이 되어 처음 맡은 반 학생들에게 자주 해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3반 아이들 뿐 아니라 작가 자신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증 장애우인 ‘아카오’는 “일반적으로 이렇다”라는 세상의 판단에 반기를 든다. 자기 스스로가 일반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5학년 3반도 일반적이지 못한 일 년을 보낸다. 학년 초엔 긴장하고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지만 곧 익숙해지고, 누구에게나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물을 무서워하면 그 순간 ‘나’는 일반적이지 못한 아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결국 친구들마다 서로 다른 좋은 점이 있으며 그래서 ‘더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한다. 대중 매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남과 다른’ 것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남과 다른’ 친구에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친구들을 향해 ‘괜찮아, 힘내’ 하며 자연스럽게 손 내미는 법을 가르쳐 준다. 비장애우 작가가 쓴 장애우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고민, 의지, 태도 등이 과장된 것 같아 거부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팔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우, 오토다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괜찮아, 힘내’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거구나’ 하며 더 큰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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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우선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아주 많다. 아이는 목욕 중에 거북으로부터 지하 100층에서 열리는 잔치에 초대받아 지하 1층에서 100층까지 내려가면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1층부터 10층에는 토끼의 집, 11층부터 20층에는 너구리의 집, 21층부터 30층에는 매미 애벌레의 집, 이런 식으로 열 개 층 단위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의 집이 그려져 있다. 각 층에는 해당 동물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찌나 자세한지 비록 상상 이야기지만 실제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동물들의 일상사에는 놀이하는 모습이 많이 포함되는 등 아이들의 생활상과 닮아 있어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하다. 거북과 경주하는 꿈을 꾸는 토끼의 모습이나 장래 매미가 돼서의 생활을 비디오를 통해 시청하는 매미 애벌레의 모습은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동물들이 거북 할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은 처음 볼 때는 눈에 잘 안 띄지만 뒷부분에 거북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을 건네는 동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선물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확인하게 된다. 동물들의 집 모양도 아주 다양하여 다음 장에는 어떤 구조의 집이 나타날지 기대하게 한다. 돌벽으로 된 너구리 집, 나무뿌리로 된 매미 애벌레 집, 공룡뼈에 둘러싸여 있는 도마뱀 집 등은 동물의 특성과 이야기 내용을 적절하게 반영한 그림이다. 또한 책장을 위로 넘기면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책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읽게 되어 있는 형식은 주인공 쿠가 지하 100층까지 계속 내려가면서 동물들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은 수 세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별 어려움 없이 셀 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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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만들거나 선정할 때 종종 빠지기 쉬운 유혹 중 하나가 교훈성이다. 독자가 어리다고 책의 계몽성을 지나치게 앞세우다보면 재미없는 책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그림책은 교훈과 재미를 비교적 잘 버무린 그림책이다. 우선 표지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깜깜한 밤을 배경으로 플래시를 든 채 뭔가 궁리하듯 눈동자를 굴리며 서 있는 아이, 복면 쓴 얼굴을 기초로 디자인한 ‘몰래’라는 글씨가 담겨 있는 표지를 보면, 아이가 밤중에 아빠와 할머니 몰래 뭔가 일을 꾸미는 이야기 같아 호기심이 생긴다. 이어지는 본 텍스트에서는 마치 탐정 이야기를 하듯 긴장감을 자아내며 재미를 더해간다. 어느 날부터 폐지만 보면 차에 잔뜩 싣는 아빠, 밤 10시만 되면 밖으로 나갔다가 12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아빠, 한편 불만스럽기도 하고 한편 궁금하기도 한 민지는 이런 아빠의 뒤를 밟는다. 그러나 민지가 아빠 ‘몰래’ 차에 탔다가 들킨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재미 모드에서 감동과 교훈 모드로 바뀐다. 아빠는 그 동안 폐지 모으는 어느 할머니 댁에 자신이 모은 폐지를 밤마다 그 할머니 ‘몰래’ 가져다 놓았던 것이고, 그렇게 한 이유는 어린 시절, 폐품을 팔아 용돈을 주시던 자신의 할머니를 부끄럽게 여겼던 데 대한 속죄의 마음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서 어린 독자들이 아빠의 이야기, 아빠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할머니를 돕는 방법을 제안하는 등 아빠의 선행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민지의 모습에 아이들은 공감할 것이며, 할머니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누룽지 사탕을 문에 매달아 둔 장면 또한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평소 아이들의 관심 너머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읽어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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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단문제를 다룬 책이다. 어린이 책에서 분단문제는 꼭 다뤄줘야 하지만 쉽게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다. 잘못하면 ‘통일을 해야 한다’라는 상투적이고 교훈적 결말로 끝나기 쉬운 탓이다. 이 책은 그 위험성을 피하려고 남한과 북한의 두 소년을 제 3국인 프랑스에서 만나게 한다. 프랑스에서는 둘 다 외국인이므로 평등한 관계에서 우정을 나누고, 각자의 모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봉주는 아빠 회사 일로 프랑스 파리에 살다가 ‘뚜르’ 지방으로 이사한다. 그리고 새 집 책상에서 한글로 쓴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라는 낙서를 발견한다. 봉주는 ‘조국’, ‘살아야 한다.’는 표현과 그 집에 40년 동안 한국 사람이 산 적이 없다는 주인 할아버지의 말에 무슨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소년다운 호기심을 느낀다. 봉주는 그 비밀을 캐나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우리의 비극인 분단문제의 한가운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지금은 국제화 시대이다. 우리 어린이가 언제 어디서든지 북한 어린이를 만날 수 있고, 우정을 나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상과 이념 문제는 쏙 빼고 다만 그런 현실에 마주하게 된 두 소년의 상황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남ㆍ북한 분단은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라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미래의 한반도 주인으로서 분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이 책을 읽은 어린이라면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라 여겨졌다. 더불어 다 읽을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도록 추리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 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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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운 여름, 어린이들에게 권하기에 아주 적합한 그림책이다. 우선, 소재가 계절에 어울리고, 이야기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를 얼마나 틀어댔는지 대기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그만 달.이.녹.아.내.린.다! 달이 녹아내리다니?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그리고 녹아내린 달로 샤베트를 만들다니, 이것 또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사람들이 밤새 가전제품을 과다하게 틀자 전기가 갑자기 나가면서 온 동네는 깜깜해진다. 그러나 녹아내린 노란 달방울로 샤베트를 만든 반장 할머니 집은 밝다. 달 샤베트의 빛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줄을 서서 반장 할머니가 건네는 달 샤베트를 하나씩 먹었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더위가 싹 가신다. 그 날 밤, 사람들은 선풍기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연 채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문제는 달에 사는 토끼들이었다. 달이 녹아내려 사라지자 살 곳이 없어진 토끼들이 지구로 내려온 것이다. 토끼들의 하소연을 들은 반장 할머니는 화분에 달물을 부었고, 그러자 화분에서 달맞이꽃이 피어난다. 잠시 후 밤하늘에 작은 빛이 피어나더니 점점 커져 보름달이 되었고, 토끼들은 새 달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작가의 상상은 그림책을 보는 내내 즐겁다. 이 그림책은 재미있고 참신할 뿐 아니라, 되새겨 볼만한 생각거리도 제공한다는 데 미덕이 있다.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또는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나누며 읽는 것도 좋겠다. 또한, “지구의 내일을 위해 콩기름 인쇄를 하였고, 비닐 코팅을 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은 작품 안의 내용과 작품 밖의 자신의 생각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이 그림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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