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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저자 >
시
이름:
손택수
성별:
남성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1970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담양
직업:
시인
최근작
2023년 11월 <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
>
이 저자의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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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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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포엠 시인선 39
동길산
(지은이) |
포엠포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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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맞다. 조미료를 치긴 했는데 절제를 해서 본디의 재료 맛을 살뜰하게 살렸다. 풀과 나무와 빗소리로 버무린 산중의 조촐한 상차림에 입속이 개운하다. 간은 자연과 나의 간격이기도 하고, 일상과 비일상의 거리이기도 하다. 나아가면 유와 무의 경계선이 아득히 펼쳐지기도 하겠다. 시는 그 점이지대를 사는 자의 가난한 영토다. 시인은 그래서 제도화된 언어를 통해 늘 언어 너머의 세계와 교감한다. 발화의 궁극이 침묵과 여백을 향해 있을 때 희미하게 존재하는 것들의 신호음이 가청권 바깥으로부터 들끓는 일상의 자리로 파문을 일으킨다. 동길산의 시는 그 잔잔한 물결이다. 시내의 징검돌을 딛듯 나는 말을 짚는다. 건너뛸 때 위태롭지 않도록 자상하게 간격을 당긴 돌들인지라 품은 뜻에 걸려 넘어질 염려는 없다. 그러나 과잉 친절이 독법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는지라 자연의 숨결을 따라 물이끼가 끼도록 부러 내버려두었다. 방법적 방임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언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다가 언어와 언어 사이를 비집고 드는 부재와 무한 혹은 명명할 수 없는 비의에 한없이 겸허해지면서 자신의 참견을 삼가고 아득한 배경으로 물러나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후학을 배려하고자 시인이 궁리 끝에 따로 뽑아준 「새는」, 「여백」, 「매실」, 「거기」, 「사람의 일」을 나는 한국시의 가장 외롭게 빛나는 별자리에 올려놓겠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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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영감의 스위치를 켜라
구자영
(지은이) |
미다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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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백미(白眉)는 AI의 창조 비밀에 대한 인문학과 과학을 가로지르는 구자영 작가의 신선한 해석입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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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구릉 어디쯤 낙타는 나를 기다리고
ㅣ
걷는사람 시인선 90
윤선
(지은이) |
걷는사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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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아내」가 부르는 물의 노래는 기호 너머의 ‘갯냄새를 불룩하게 감춘 배꼽’에 탯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설명과 부연과 변명이 필요 없는/너의 숨”을 쉬게 하는 「초록이」로서 「숨소리 닿는 저 깊숙한 곳」을 깨우는 시의 복식호흡이라고나 할까요. 언어와 세상에 포복하는 숨결을 통해 시인은 “새로운 글자를 쏟아 놓”(「나는 일요일마다 굿모닝랜드로 간다」)는 노래가 되어 “등에 따개비가 지은 집”을 이고 사는 붉은바다거북의 수고로운 일상을 지긋이 견디게 합니다(「목요일의 아일랜드」). 여기서 저는 ‘나는 어쩌다 어부의 아내가 못 되었는가’라는 물음이 탄식이기도 하고 성찰이기도 하며 새로운 음(音)에 대한 꿈이기도 하다는 걸 알겠습니다. 시인은 그 음을 걸음으로 시와 세상에 거름을 주고 있군요. “줄 것이 없는 내게/보여 줄 것도 없는 내게/광주리를 들고 걸어 들어오는/알 듯도 한 그 사람”과의 「훌륭한 밀월」에 슬쩍 저를 빼앗겨 보렵니다. “비밀이 자꾸 만들어지는 어둠”을 향해 망치를 든 「렌토」의 묵직한 타격음과 ‘깨진 유리 조각’들을 밟고 흔들리는 조팝나무꽃으로 눈부신 「왈츠 2번」의 우아한 도약음까지 동시에 지닌 「당신의 리듬을 매만져 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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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기린
ㅣ
우리 시대의 시선 1
이돈배
(지은이) |
청색종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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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배의 시는 간유리처럼 설정된 불투명 앞으로 걸음을 당기는 힘이 있다. 유리는 유리인데 애써 장면을 흐림으로써 독자는 창문 밖의 풍경을 향해 휘발되는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투명 유리로서의 문장을 읽을 땐 스쳐 가기 바쁜 시선들에 일종의 멈춤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일상의 시간과 속도를 정지시키는 그것은 몰입의 기술이고 동시에 소비되기에 급급한 언어를 자기식으로 경험하는 육화의 방식이기도 하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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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랑토앙케
ㅣ
몰개시선 2
정양
(지은이) |
몰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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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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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건축된 활자가 물렁물렁한 반죽물로 돌아가서 발화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낸다. 구텐베르크의 은하계가 놓쳐버린 청각의 우주가 부활한 것이다. 근대 미문주의와 숭문주의를 내면화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독자들은 시각의 위계로부터 놓여나 모처럼 ‘듣는 독자’로서의 해방감을 누리기도 하겠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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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지구를 굴리며
ㅣ
별·꽃·시 2
김종경
(지은이) |
별꽃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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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원
,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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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과 소리와 이미지가 어우러진 것이 시의 트라이앵글이라면 삼각형으로선 상처라고 해야 할 불완전하고 불온하며 더러는 불미까지를 방법적으로 기꺼이 끌어안고 욱신거리는 김종경의 시에 귀를 맡겨보아도 좋으리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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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거울장난
ㅣ
파란시선 101
성선경
(지은이) |
파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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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가 오는 몰입의 절정감을 누릴 때조차 일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시가 언어기호로 굳어지는 순간 미처 호명해 주지 못한 눈짓들이 망각 너머로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소리와 뜻과 명징한 이미지가 트라이앵글처럼 합일적 복합체를 이루어 공명하는 시편들에서도 느껴지는 긴장은 시를 간섭하는 일상의 자잘한 소음들에 대한 경청의 자세로부터 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잠시 내가 한눈을 팔았다 싶을 때/찰칵, 가로등을” 켜고 끄는 그들이야말로 성선경 시의 요정들이 아닌가 한다(「등불, 등」). 세계의 비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기도 하지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애써 한눈을 파는 것이 예나 이제나 늘 너그러웠던 품성의 시인이 자신도 모르게 예각화한 방법론이다. 몰입과 방심을 두루 지닌 시편들이 어디에서 연원하는가를 살펴보니 제 발을 잘라먹고 ‘궁(窮)’을 견디는 문어의 외로움과 만나게 된다(「궁」). 궁핍과 외로움을 먹물 삼아 쓴 시편들이 문어 흡반처럼 붙어서 생생한 실감으로 떨어지질 않는다고 하면 어떨까. 마산 어시장에서 막 올라온 그 유연하고도 능청스러우며 강력한 흡반들이 “환갑 진갑 다 지나 이젠 여기가 끝, 했을 때/나는 동산바치/꽃 화분 서른한 개가 내 앞에 있”다고 노래하는 「늙은 원예사」의 비루와 소멸의 징후들을 새뜻한 재생의 경이로 전환시키고 있다. 심심한 일상을 카랑카랑한 백척간두로 절대 무한을 살고자 하는 시의 꿈이 지금, 여기를 아득한 지평으로 열어젖혔다. “햇살을 끌어당기는/동심원 동심원의 저 투명한 긴장”을 품은 「햇빛고요」에 나도 물잠자리처럼 젖은 날개를 널어 말려 봐야겠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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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ㅣ
창비시선 478
Choice
신동호
(지은이)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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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쏘가리와 양미리와 꺽지와 메기와 피라미와 빙어와 끄리를 품은 구술세계의 웅숭깊은 수심으로부터 멸종위기종으로 몰린 북방의 서사가 귀환했다. ‘똥고기’에게 ‘동버들개’라는 의젓한 이름을 찾아주기까지 감시와 처벌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자의 노래는 아프고 쓸쓸하면서도 시종 따듯한 정조를 잃지 않는다. 가족사와 성장사를 거대한 역사적 시간대에 비끄러맨 신동호 시의 도저한 여정이 빛을 발하는 대목은 뜻밖에 사소한 일상의 자리이다. “자주 쓰진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바리캉 오일을 찾아서」), 꾸욱 꾹 눌러쓴 골필에 옹골찬 기운이 흐른다.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로부터 시의 「경장(更張)」을 읽는다. 거문고를 부숴버리는 대신 줄을 고쳐 매는 ‘경장’을 통해 구술세계 어족들의 결사체인 화천군 구만리와 춘천 중앙시장과 바느질 솜씨 좋은 수선집과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밥상」과 금강산의 형제인 「딴산」의 꿈은 새롭게 이어질 것이다. 「겨울새」의 득음이 참으로 아득하다. “아홉굽이를 함께 돌아가는 동안 감추는 법을, 은유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구룡폭포」) 채 나 또한 늦은 고백을 하고 싶어진다.
9.
미리보기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ㅣ
걷는사람 시인선 61
하상만
(지은이) |
걷는사람
| 2022년 4월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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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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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다정하다. 외로움은 시의 공명통이어서 현을 흔드는 미세한 소리들에도 전폭적으로 반응할 줄 알게 한다. 심지어 가청권 바깥으로 밀려난 여리고 흐릿한 이름들과 기억들, 저 너머로 추방당한 숨결들에 제 얼굴을 찾아 줄 줄 안다. 미래의 성과를 위해 현재를 말소시키는 것이 당연한 세계에서 외로움은 잘 벼린 지각의 한 방식이기도 하여 아슴아슴한 통증을 통해 우리는 희미하게 존재하는 사물들의 기척과 기미, 기운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시인에게 외로움은 그래서 결핍과 부재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자기인식으로서의 가능성을 품은 꿈의 장소가 된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모든 걸 사랑하는 것일까」처럼 언어에 대한 근원적 회의가 ‘변두리 잡초’에게 ‘돌나물꽃’이란 이름을 찾아 줄 때 상추로만 단일화된 「텃밭」의 일상은 더욱 풍성해지고, 무한반복의 나열적 삶에 놓인 「캠핑 의자」의 소모되는 차이를 성찰할 때 가치 있는 차이의 가능성이 회복된다. “우울함에 피곤함이 도금”된 자본과 속도의 휘황찬란을 통과하는 시는 또한 직선이 아닌 커브여서 “돌 때 부드럽지 못하고/쇳소리를 내며/불꽃을”(「나라는 관성」) 튀기기도 한다. 시의 외로움이 일으키는 불꽃은 마침내 “무엇이 남는다면 결국/쓸모없는 것으로” 폐기되는 쓸모의 왕국에서의 ‘다시 만날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산책」으로 이어진다. 언뜻 수월한 것으로만 보이는 산책은 웅숭깊고 다감하며 여럿 미감들이 와서 놀게 하는 의미의 공터를 품고 있다. 「크로스바」의 부조리를 알게 된 높이뛰기 선수가 국어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퇴근하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시를 쓴다. 방풍나물에「젖은 손」 끝의 향이 묻어나는 시집에 하마터면 코끝이 닿을 뻔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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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람의 얼굴을 꽃이라 하고 싶다
ㅣ
백조 시인선 1
김명철
(지은이) |
백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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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모름지기 「파울 볼」이다. 질서의 바깥과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향한 고심참담한 스윙이다. ‘눈이 향하는 쪽과 발이 향하는 쪽이 어긋나 있’는 이 자세가 뜻밖에 사물과 삶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서 드러낸다. 좌고우면과 갈팔질팡 끝에 이른 실패를 통해 「예수는 구십구 차원이래요」 같은 돌올한 선언을 하게도 한다. 명확한 개념과 관념의 세계가 배제한 이 다초점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계는 분류나 체계를 거부하는 ‘판독되지 않는 설형 문자의 쐐기’ 같은 시어들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사천 년 전 미라를 만들던 봄 햇살이/ 아무런 의지도 없이/ 태초의 어둠처럼 내 몸에 스며”(「산화」)든다고 할 때의 그 시작과 끝, 빛과 어둠, 소멸과 탄생, 의지와 무의지를 하나의 육체로 있게 한다. 그리하여 「H2O」가 상실한 물의 두근거림과 신화 속의 이야기들과 근원적 생명의 리듬을 찾아가는 시인은 역설적으로 가장 최소 단위의 원소로 돌아가서 소멸의 비애마저 눈부신 먼지의 비늘이 되게 한다. ‘사막을 건너 달의 뒷면을 지나 성운 너머’에 이르고자 하는 먼지의 열망이라니! 유기물만이 아니라 무기물마저 생명의 느낌을 간직한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굳어버린 제도를 반죽물로 재구성하는 신생의 힘을 엿보게 된다. 오래전부터 애독해온 김명철 시인의 시는 정면이 아닌 옆으로 흘깃 비켜섰을 때만 드러나는 「비선秘線」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선秘線을 비선非線이나 비선悲線 혹은 비선飛線으로 읽어도 좋겠다. “눈동자에 붙어 있는 먼지의 의지에나 맡겨야 할 때/ 사물 같은 것들에 충실을 기할 때”, ‘주머니에 두 손 찔러 넣고 불어지지 않은 휘파람을 부는’ 나도 시인의 비선이 되고 싶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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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은이) |
&(앤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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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서 말을 꿰어 시인이 엮은 것은 시만이 아니라 여백이다. 말들 사이로 빛나는 이 여백이야말로 자상한 ‘풀꽃’의 눈이라고 하겠다. 그 눈 속에서 우리는 저저끔 그리운 눈부처가 된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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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강
ㅣ
반걸음 시인선 5
이봉환
(지은이) |
반걸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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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고 싶지 않은 바위의 마음이 물에게 미처 잠깐 물이 멈춘 사이” 물의 혀에 까슬하게 돋아난 ‘이끼’ 같은 시집이다. 이끼가 좋아하는 그늘이 시의 영토여서 응달도 여기선 “세상에 없는 등줄기 서느런”(「응강」)이 된다. 강을 응, 하고 응접하는 ‘응강’은 장두감을 설강 위에 오래 두어야 다디단 홍시가 된다는 웅숭깊은 기억으로부터 연원하는데 “투명한 파장으로 둔갑하여서/ 우리 눈에는 그저 안보이기 십상”(「햇살 속의 슬픔」)인 세계의 비밀과 상처를 다감하게 적시는 힘이기도 하다. 이 둥근 모음을 굴리고 굴려 중고 유모차를 미는 할머니의 바퀴가 되고, 「세상에서 울음이 가장 슬픈 새」의 노래를 듣는 귓바퀴가 된다. 말갛게 씻긴 슬픔을 궁글려 연마한 돋보기를 들고 시인은 마침내 일상의 시간대를 문득 정지시켜 아득해지는 고독의 눈부심을 획득한다. 내가 행복하게 지워지는 이 아득한 멈춤의 순간은 일상의 제도와 언어, 상투적인 질서와 허구적인 소통이 나를 해체하고자 할 때 저항하는 하나의 진지이기도 하다. 「큰까치수영을 처음 보았을 때」를 보라. 숨이 멎는 듯한 시가 아닌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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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는 말이 있다
ㅣ
모악시인선 17
신휘
(지은이) |
모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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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엔 명명되지 못한 숱한 별들이 있고, 땅속엔 수천 년째 발아를 기다리고 있는 씨앗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곁엔 분명히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노래하지 못한 그늘속의 삶들이 있다. 또한 시인들이 있다. 이 무궁한 잠재태로부터 시가 오고 있음을 신휘 시인은 들려주고 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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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꿈
ㅣ
공감 시인선 12
정대구
(지은이) |
도훈(도서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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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붓에 날개깃이 돋았다. 제비의 곡예술을 익힌 필체라고나 할까. 유자서有字書와 무자서無字書를 동시에 품고 긋는 획이 대교약졸에 이르렀다.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문장은 명명할 수 없는 대자연과 존재의 그늘에 어엿한 꼴을 입혀주고, 이미 명명된 묵은 언어의 꼴을 헐어 새 숨결을 불어넣는다. 여기엔 어떤 도취가 있다. 소멸의 비애와 세계의 비참을 안고 도약하는 눈부신 순간들의 약동이 있다. 천진이라면 천진이겠으나, 이 ‘곡진한 멜로디’야말로 난기류의 세상을 통과한 자의 숨결임을 간신히 알겠다. “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의 귀엣말씀”(「초봄」 중)이 들려올 것 같은 시들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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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ㅣ
모악시인선 14
최동현
(지은이) |
모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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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시는 잃어버린 감각과 사유를 자극하며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모두가 떠나버린 들판과 들꽃과 자신의 나라에서 난민으로 사는 자들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시. 일 년도 못가 사라지는 새로움이 들끓는 시대에 참으로 기이하기까지 한 시집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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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환해지다
ㅣ
모악시인선 11
김수복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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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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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그믐이 보름의 여백이 되었는가. 무덤을 빠져나오는 흰나비여. 나비를 쫓는 소년이여. 접었다 펴는 무구한 리듬 속에서 뜻은 소리를 짓누르지 않고, 소리는 뜻을 새뜻하게 한다. 여러 겹과 층의 물결을 품고 수면에서 수심까지를 곧장 직관케 하는 투명이다. 여기에 누가 얼굴을 씻고 싶지 않으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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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지 않게
ㅣ
모악시인선 8
권오표
(지은이) |
모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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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이 시를 만나 강산무진으로 하염없다. 진다는 것은 실패와 실향과 실연의 그늘을 가리키겠으나 진다는 것은 또한 단풍이나 노을 같은 물듦의 영토 속에 시인을 있게 한다. 짐으로써 물드는 이 오랜만의 농경문화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통증으로 빛나는 별자리 하나를 더 갖게 되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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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ㅣ
창비시선 412
김경후
(지은이)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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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지금 「야간 도로 공사」 중이다. “오랫동안 짓밟힐 길을 깔기 위해/오랫동안 짓밟힌 길을 파”내는 일에 여념이 없다. 소통의 강박으로 밤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깨진 보도블록 틈에 박힌 구두굽을 잡고 쪼그”(「잉어가죽 구두」)린 난감한 자세로 “아직 한 음도 낸 적 없는/심해어를 상상”(「심해어」)하는 시인이 있다. 김경후에게 고독은 스스로를 겹겹이 걸어잠근 꽃망울과 같아서 침묵의 충만 속에서 세계를 향해 터지는 섬광이 된다. 또한 죽음의 기억은 일상의 말들이 지닌 더께를 벗겨내거나 사물의 질서를 미결정의 두근거리는 태동 속에 있게 한다. 무엇보다 이 시인에게 여백은 의미에 확고하게 붙들린 말들을 소리의 궤도를 따라 운행하는 별자리가 되게 한다. 그리하여 백지 한장 속에 측정이 불가한 심해와 깎아지른 “철벽 길”의 해발이 동시에 머물게 된다. 높이도 깊이도 없이 직립한 평면의 매혹 속에 그로테스크와 서정이, 유머와 불온이, 추와 미가 행복하게 혼숙하고 있다. 절벽 끝의 노래는 절박하지만 또 얼마나 절제되어 있는지. 백치처럼 「속수무책」으로 백지의 매혹을 읽는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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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ㅣ
모악시인선 5
박형권
(지은이) |
모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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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바위를 빠뜨려 해도에 없는 섬 하나를 인양해 올리는 불가능한 꿈이 있다. 바위를 품은 채 백지 속에 수장시킨 말들이 심연을 딛고 수면 위로 막 솟구쳐 오르는 장관을 보라. 박형권을 만나 해발은 다시 시작한다. 지구(地球)가 아닌 해구(海球)의 역사를.”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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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산식당 옻순비빔밥
ㅣ
모악시인선 2
박기영
(지은이) |
모악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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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편들은 또한 백석 이후 근근이 유전하는 음식시편들과 함께 옹색해진 한국시의 영토를 한껏 드넓히고 있다. 눈보라 몰아치는 낭림산맥의 쩌렁쩌렁한 얼음 골짜기를 닮은 이 아찔한 해발의 언어는 실로 얼마 만에 만나보는 장관인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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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 책갈피 3종 세트
뒤로 가는 개미
- 2016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ㅣ
문학동네 동시집 38
유강희
(지은이),
윤예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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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희 동시의 밑바탕에는 여리고 힘없는 자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하는 다감한 연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연민이 시인으로 하여금 인간의 지위를 벗고 다른 존재로 옮아가게 합니다. 주목할 것은 식물과 동물, 인간의 경계를 날렵하게 뛰어넘는 유강희 시인의 상상력입니다. 차이를 차이로 인정하면서 서로를 향해 다가서는 것이 사랑의 정신역학이라면 새로운 동일성을 가능케 하는 지점이 이번 동시집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유강희 동시는 남루한 일상 언어에 바탕을 두면서도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소박하고 근원적인 세계를 향하게 하면서 그 대립 자체를 무화시킵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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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너의 꿈에 오답은 없다
- 시가 묻고 에세이가 답하다, 개정판
이하
(지은이),
고부기
(그림) |
문예춘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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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청소년 마음 필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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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인 시편들과 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은 가장 푸르게 출렁이는 시기에 지리상의 발견 못지않은 자기 발견의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합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들에 흔히 나타나는 계몽적인 목소리 없이도 어떻게 교감하고 함께 꿈을 꿀 수 있는지를 자상하게 보여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인의 프리즘을 통과한 말들의 분광이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오랫동안 잊고 지낸 제 안의 청소년을 향해 여행을 떠나 보고자 합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마다 늘 푸르게 출렁이는 꿈들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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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를 인양하다
ㅣ
창비시선 391
백무산
(지은이) |
창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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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은 한국시의 ‘백비(白碑)’다. 비문의 해독자들은 즐겨 노동해방을 읽고 무위와 노동의 결사를 찾아내기도 하고 우주적 생명의 감각을 탁본하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그의 시 속에 드문드문 드러나는 가족사의 추억을 시대의 벽화처럼 그려보고 싶으나 글쎄, 그 모든 문자향 서권기를 후련하게 지워버리는 것이 백비의 언어다.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다해 자신을 잃어버”(「뭔가를 하는 거다」)리는 이 도저한 무의지의 의지가 경이로운 것은 그의 시가 끝끝내 결핍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핍의 감수성이 소진되었을 때 언어의 무중력이 찾아온다는 걸 흐릿하게 멀어진 옛 성좌들이 숱하게 증명하고 있거니와, 이순을 맞은 시인에게 결핍은 여전히 「기억의 소수자들」과 「세계의 변두리」로 귀환케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 힘이 “뒤에도 옆에도 사방 얼굴을 가진 열두 얼굴 부처님”(「뒷면」)처럼 모두가 ‘앞’이 되는 세계를 ‘인간의 폐허’와 동시에 보여준다. 그 사이의 심연이 지상의 비참과 만날 때 반어를 낳고, 소멸마저 새로운 시작으로 이끄는 우주적 직관과 만날 때 돌올한 역설을 부른다면 어떨까. 소멸의 방식으로 현실을 기억하는 자의 각고 속에 욱신거리는 리얼리스트의 별자리가 외따롭게 빛난다. 누가 이 ‘비(碑)’를 다 읽었다 하는가. 그의 시는 아직 비밀을 간직한 미답의 영토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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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항구
ㅣ
지혜사랑 시인선 127
김경
(지은이) |
지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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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장소에 고유한 방식으로 정주할 권리가 있다. 기획된 근대는 토착적 장소로부터 사람을 떼어내어 유동적인 시스템 속에 떠도는 부유물로 만든다. 속도와 스펙터클의 사회가 장소애를 대체하고 모든 장소는 개성 없이 소비 교환되는 상품으로 전락한다. 장소성을 잃어버린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소외와 사물화다. “낮잠 자던 만이 파르르 떨” “고요한 파장”(「순천만 물수리」 중)으로 가득찬 이 시집은 시가 구체적 장소와 만나 풍경이 되는 지점을 아득하게 펼쳐 보인다. 파도의 숨결로부터 리듬을 익히고, 바닷가 바위무늬 같은 삶들로부터 이야기를 얻었으니 “서너 살 배기 아이들까지 은비늘 푸른 바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삼천포 항구』를 누군들 찾고 싶지 않으랴. 바다를 품은 시집 위에 배를 띄워라.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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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47
성윤석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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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부러진 기타 멍게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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