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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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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두 번째 전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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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처음 이 책을 발견하고 손에 들었을 때 반가움과 낯섦을 느꼈다. 재일조선인과 피차별부락, 아이누와 오키나와, 그리고 동남아 이주 여성들의 가족사진과 가족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이 책은 평범하지 않은 얼굴과 이름, 의상들이 콜라주처럼 합쳐져 다양하고 풍성한 자기서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과거에 이런 책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신기한 마음으로 책을 넘기다보니 페이지마다 이질적인 냄새가 풍겼다. 재일조선인들의 사진에서 김치나 참기름 냄새가, 피차별부락 출신자들의 사진에서는 소고기나 가죽 냄새가 전해졌다. 특정 집단과 냄새에 대한 상상력은 사회적 편견과도 깊이 연관된 것이지만, 그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과 그 가족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울퉁불퉁한 감촉이 느껴졌다. 전후 일본의 강고한 단일민족 규범 속에서 살았던 마이너리티 여성들의 일상은 상상 이상으로 다이내믹하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반드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사진이 보여주는, 또는 감추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가혹한 시대를 살아온 그들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추체험하게 된다. 해방 후에도 돌아가지 못한 고향에 보내려고 찍은 가족사진, 자이니치 2세인 어머니가 기모노를 입은 사진이 그렇게 자랑 스러웠다는 어린 시절, 피차별부락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가족이 겪은 중첩된 차별, 필리핀 집단 자결 현장에서 벗어나 오키나와로 이주한 어머니의 이야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의’ 일본 사회 혹은 한일 관계에서 떨어져나가는, 그러나 더 일본 근현대의 본질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이다. 나에게도 소중한 가족사진이 있다. 1980년대 일본, 할머니의 환갑잔치 때 가족과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촌스러운 치마저고리를 입은 언니와 내가 머쓱하게 웃고 있다. 이 사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힌 그 시간이, 그 모습이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사진은 가족의 존재의 증거이자, 부재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사진은 이동과 이산을 경험한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 다. 이 책의 책임편집자인 황보강자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일조선인에게 가족사진은 현해탄을 건너, 또 휴전선을 넘어 가족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매체였다. 이 책에 수록된 가족사진들은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향해 찍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보여주는 사진과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진 밖의 일들을 끊임없이 상상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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