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저자에게 각별히 의미 있는 해라고 여겨진다. 올해 1월에는 제6회 김만중 문학상 금상 수상작인 ‘떠도는 기류’를 남해군청을 통하여 출간했다. 같은 해에 두 번째의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 다룬 소재는 해양(海洋)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한 곳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다. 인간도 기본적으로는 물에 엉겨 붙었던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로부터 진화되어 출생했다. 바다는 인간 생명의 출생지다. 이런 소중한 바다를 문학에서 다루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다를 소재로 작품을 창작하는 형태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발전하는 해양과학을 조명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해양과학과는 무관하게 바다를 소재로 삼는 경우다. 저자의 경우에 전자의 관점에서는 2작품이 출간되었다. ‘태평양의 회오리(2011)’와 ‘꿈꾸는 바다(2015)’가 여기에 해당된다. ‘태평양의 소용돌이’는 해양과학을 참신하게 조명했다는 관점이 평단의 관심을 이끌어 2011년에 제3회 노원문학상과 제20회 경기도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번의 작품은 후자의 관점에서 창작되었다. 1996년 8월 2일에 발생된 페스카마(Pescamar)호의 선상 난동 사건이 다루어졌다. 참치 잡이 원양 어선이 태평양에서 조업하다가 생긴 사건이었다. 조선족 중국인 사내 6명이 한국인 7명을 포함한 11명의 선원을 살해했다.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의 미묘한 정서가 관여된 사건이다. 그래서 정확한 내막을 모르고서는 다루기가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하지만 최대한 객관화된 관점에서 자료를 확보하여 사건을 다루었다. 이와 유사한 난동 사건을 방지하려면 정확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당시의 사건 기록과 판결문을 바탕으로 최대한 사건을 객관화시키도록 노력했다.
사건이 일어난 남태평양은 여전히 원양 어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특히 ‘사모아’라는 국가는 원양 어선이 기항하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국제화 시대에 사모아의 자연 환경과 풍광을 다루어 보았다. 오염되지 않은 원시의 바다에 가까운 남태평양은 인간의 안식처라 여겨진다. 사모아의 대다수를 이루는 두 섬은 사바이와 우폴루이다. 두 섬이 제주도의 크기와 유사하여 친근감을 자아낸다. 근래에는 사모아 관광청이 국내에까지 손을 내밀어 한결 여행하기가 쉬워졌다.
바다는 육지에서 배출된 시냇물과 강물을 모두 머금는 곳이다. 그리하여 수시로 물을 증발시켜 구름으로 띄워 올리기도 한다. 치솟은 구름은 밀도가 커지면 다시 비가 되어 쏟아진다. 물의 순환이라는 것이 하늘을 거쳐서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우주의 현상과 더불어 인간의 포용성도 다루어 보았다.
때로 생명까지도 교환할 정도의 친구인 지기(知己)의 개념도 다루었다. 지기가 나란히 주인공과 연정을 품은 경우를 사실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쉬운 경우는 아니지만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에 초점을 두었다.
문인이란 독자의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작품은 설정된 내부 갈등을 거쳐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이런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인은 정서 순화와 언어조탁(彫琢)의 관점에서 부단히 수련해야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해양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 정서를 면밀하게 다루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부단히 수련했음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