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처음 쓴 것은 2015년 겨울이었다. 2년 전 공모전을 통해 한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지만 아무도 내게 다음 책을 기대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랬다. 내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썼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때 쓸 수 있는 것을 썼다. 내면의 악에 대한 공포와 통제에 대한 열망, 그리고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킨 채 영원히 어둠과 절망 속에서 평온에 이르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서. 세상 밖에 가짜 전쟁을 풀어놓는 것으로 비로소 얻는 평화가 뿜어내는 짓무른 악취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절망의 전염성에 대해서.
한동안 나는 이 소설을 세상 밖으로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나쁜 상상과 비관, 기저에 깔린 혐오의 정서는 이미 세상에 팽배했기에 굳이 이야기를 통해서 더 많은 절망과 어둠을 풀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쓴 덕에 나는 방 밖으로 한 발씩 나와 느슨한 연대로 서로의 고독을 응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일단 어둠을 재료로 만든 절망의 실타래라도 애써 두 손 모아 꽁꽁 뭉쳐둔 실체가 있다면, 그것을 풀어 다시 희망을 짜는 일은 조금 수월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둠이 눈에 익어야 하듯이.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