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흥행 감독의 대열에 들어선 봉준호 감독은 1969년생으로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이다. 영화아카데미 재학시절 16mm 단편인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을 연출하였는데, 특히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일상의 풍경 속에 담아낸 재기발랄한 코미디 영화인 <지리멸렬>로 주목을 받게된다.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은 94년 밴쿠버와 홍콩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후 우노필름에 발탁돼 박기용 감독의 <모텔 선인장>과 민병천 감독의 <유령>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고, <모텔 선인장>에서는 조감독으로 현장경험을 쌓았다. 시나리오작가와 연출부 생활을 거치고 2000년 첫 번째 장편상업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플란다스의 개>는 단편영화 <지리멸렬>의 연장선상에서 소시민적 일상을 소재로 한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애완견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전도된 가치체계와 부조리를 드러낸다. 단편영화를 연출할 때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공간에 대한 관심과 현실과 환상의 혼재된 형식은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그의 영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특성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2003년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으로 흥행 감독의 대열에 들어선다. 실제로 있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2003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2003년 최고의 한국 영화로 떠오른다.
3년만인 2006년작 <괴물>은 그가 18년간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꿈을 실현시킨 영화였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창 밖으로 한강 다리에서 괴생물체를 목격한 생생한 이미지는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 기억은 영화감독이 되면 꼭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게 했다고 한다. 세 번째 장편 <괴물>로 그는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았으며, 2006년 8월 국내 개봉하여 최단기 천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함께 가장 주목받았던 그의 영화 <마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감각이 곳곳에서 번득이면서도 그의 이전 영화와는 궤를 달리하는 문제작으로 반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