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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026
  •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슈테판 클라인 (지은이), 유영미 (옮긴이) | 어크로스 | 2026년 1월 "우리가 나아지지 못했던 이유"

    세계의 일부가 아무리 큰 소리로 "기후위기는 거짓말"이라 외쳐대도, 그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거짓이 아님을 안다. 절박함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두려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지만 동시에 알고 있다. 이 거대한 위기에 비해 세상의 변화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을. 두려움에 비해 사회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인류의 절멸이 달린 문제 앞에서마저 우리는 왜 변화하지 않는가?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은 이 책에서 우리의 뇌가 왜 변화를 거부하는지를 분석한다. 사람이 마음먹은대로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종종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클라인에 따르면 이는 본성과 이성의 작동 방식에 달려 있다. 그는 총 7가지 '착각'을 꼽으며 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가 들려주는 인지부조화, 확증편향, 손실회피, 비현실적 낙관주의 같은 인지적 오류들은 흥미로운 동시에 스스로를 조금 창피한 기분으로 돌아보게 한다.

    책엔 결정적인 때에 변화를 거부해서 파국적인 결말을 맞게 된 여러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것들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현실적인 두려움이 밀려온다. 모두 지나간 일들이라고? 우리는 다를 것이라고?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사회 전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5장에 나오니 참고하시길. 책은 다행히 변화하지 않는 뇌를 움직여 변화로 나아가는 방법도 단계별로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쩌면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지침서일지도 모르겠다.

  • 리플레이
    이윤정 (지은이), 박재인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1월 "캐치볼에서 시작된 회복의 이야기"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뒤 야구를 그만둔 권해람. 단짝 친구가 이사 간 후 마음 둘 곳을 잃고 방황하는 황희영. 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두 아이는 우연히 캐치볼을 하게 된다. 형편없는 희영이의 실력에 해람은 혀를 내두르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약속처럼 공을 들고나온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둘 사이의 간격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희영이의 실력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그런 희영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해람의 마음에도 멈춰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트라우마와 외로움에 빠져 있던 두 아이가 각자의 속도로 회복해 가는 과정을 교차 시점으로 그린 <리플레이>는, 이윤정 작가의 첫 장편 동화로,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사건도, 급격한 전개도 없다. 대신 캐치볼 하나로 몰입시키고, 단정히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결과가 아니라 회복으로 향하는 여정 속 장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비추며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이유다.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은이) | 다산초당 | 2026년 1월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이제 더 이상 1인가구는 ‘소수의 삶’이 아니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27.2%를 차지했던 1인가구의 비중이 2019년부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2025년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에는 1,012만 가구, 전체 2,412만 가구의 42%가 혼자 사는 세대로 나타났다.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1인가구인 시대. 한 개인이 혼자 살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나 가족사적 트라우마, 성적 정체성, 시대에 따라 강화되어 가는 개인주의적 성향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의 증가를 이런 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우연히 도달한 결과라고만 볼 수 있을까? 이것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라면, 왜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가구가 폭증하고 있을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1인가구의 증가를 후기 자본주의 사회인 지금의 한국 사회를 충실하게 살았을 때 이르는 필연적 결론이라고 본다. 2019년부터 한국 1인가구의 삶을 연구하며 100인의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저자는 수백 시간의 경청과 수천 시간의 사유 과정에서 1인가구의 생활, 일, 여가, 돌봄, 죽음 등을 깊게 살피고 질문을 던진다. 수백만 년간 서로를 의미로 삼아 살아왔던 인간들이 혼자 살기 시작할 때, 이 세상은 어떤 곳이 되는가. 풍족한 자산이나 충분한 노후 대비만으로 과연 충분한가. 우리는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미 일어난 거대한 변화 속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 아빠의 겨울 방학
    김유진 (지은이) | 책읽는곰 | 2026년 1월 "아빠는 겨울 방학 때 뭐 했어?"

    "아빠, 우리 내일 할아버지 집에 가서 몇 밤 자고 와? 거긴 내가 볼 책도 없고, 만화 채널도 안 나오고, 심심한데..." 겨울 방학을 앞두고 시큰둥한 아이에게 아빠는 묵혀둔 이야기를 꺼내며 미소 짓는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어울려 놀던 신나는 방학의 날들 말이다. ‘사촌’이라는 단어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아빠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낡은 앨범이 펼쳐지는 순간, 둘은 사진 속 계절로 함께 걸어 들어간다.

    서울 사는 사촌이 자랑스레 가져온 만화 잡지 <아이큐 챔프> 신간, 딱지치기가 한창이던 앞마당, 비료 포대를 눈썰매 삼아 씽씽 달리던 뒷동산. 아련한 수채화로 되살린 그 시절 겨울의 풍경에 장난기와 웃음기가 번지듯 남아 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으로 함께 들여다보는 추억 속에서, 개구쟁이 소년이었던 아빠의 모습이 아이와 포개지며 서로의 어린 시절이 공명한다. 아이와 나란히 읽으며 "엄마, 아빠는 겨울 방학 때 뭐 했어?"라는 물음을 자연스레 주고받게 되는, 세대를 잇는 대화의 시작이 되어 주는 그림책.

2.62026
  • 대신 주식해드립니다
    이민수(입금완료)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초보 개미를 위한 주식 예방접종"

    바둑의 완성은 마지막 돌을 놓는 순간이 아니라, 대국을 마친 뒤 판을 복원하며 패인을 분석하는 '복기(復棋)'의 시간에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일종의 처절한 오답 노트이다. 왜 그 순간 그 수를 두었는지, 당시의 오판은 무엇이었는지, 더 나은 응수법은 없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승리보다 패배의 원인을 복기하는 일이 훨씬 고통스러운 이유는 자신의 미숙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질책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있다. 그러나 대국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맹점을 찾아내고, 스승의 조언이나 상대의 수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뇌가 아닌 몸으로 정석을 체화하는 이 고통을 견뎌낼 때 비로소 실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결국 오답 노트의 본질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이자, 다음번 유사한 국면이 닥쳤을 때 본능적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기 위한 치열한 훈련이다.

    이러한 복기의 논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주식 시장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주식 투자 역시 기법보다 중요한 것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자신의 심리적 요인을 바로잡는 일이지만, 대다수의 초보 투자자는 깨진 계좌를 직면할 용기가 없어 복기를 외면하곤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누군가가 17년 동안 온몸으로 겪어낸 치열한 기록, <대신 주식해드립니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산이 아닌 타인의 경험을 통해 실패의 경로를 간접적으로 밟아보는 것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지 않고 시장의 냉혹함을 배우는 가장 영리한 방법이다. 시장의 광기 속에서 자신의 심리적 허점을 거울 치료하고, 무너지는 계좌보다 먼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이 '간접 복기'의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

  • 흩어짐
    제시카 J. 리 (지은이), 서제인 (옮긴이) | 에트르 | 2026년 1월 "이토록 감각적인 책"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꽃의 생김새와 향기를 묘사하는 단어들이 풍부하게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감각적인 글이 될 수는 없다. 감각적인 글이란 어떤 리듬, 대체할 수 없는 어떤 문장, 순간적인 흡입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 상태로 보여주는 어떤 장면들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이 책처럼.

    환경역사학자인 저자 제시카 J. 리는 웨일스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3대에 걸쳐 이주자로 살아왔고 그런 그에게 '경계'란 늘 가까이에 있는 개념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경계를 넘나드는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함께 풀어 놓는다. 인간에 의해 국경과 대륙을 넘어 퍼져나간 식물들, 이제는 유해종, 비자생종, 침입종으로 분류되고 낙인찍힌 식물들. 경계와 가장자리, 폭력과 탐욕, 아스라한 기억들이 섞인 이 이야기들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각은 놀랍게도 아름다움이다.

    곱고 쨍한 꽃들의 색과 강렬한 향기,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과일, 발목을 감싸는 해초와 발바닥에 밟히는 모래, 몸을 누르는 바닷물의 무게... 그의 기억은 오감을 자극하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고, 식물의 역사와 자신의 가족사를 오가는 서술은 마치 부드러운 파도처럼 경계를 무심히 넘는다. 따뜻한 한낮의 물속에 몸을 담그고 나누는 대화처럼 왠지 나른한 읽기를 끌어내는 책. 가녀리고 질긴 아름다움이 남는 책이다.

  • 국경 없는 미술실
    아이보리얀 신경아 (지은이) | 차츰 | 2026년 1월 "언어도 국적도 묻지 않는 미술실"

    수도권 유명 학군지에서 제자들을 명문 미대에 줄줄이 합격시키며 근무하던 한 미술 교사. 어느 날 갑자기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경 없는 마을’의 한 중학교로 발령받았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에는 낯선 음식 냄새와 외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교실에 들어서니 외국어 이름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은 ‘모국의 얼굴’로 앉아 있었다. 교사는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학교에서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언어를 몰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 먼저 오고 말은 최소한만 거드는 영상 자료를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술'이라는 또 하나의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자, 아이들은 애틋한 일상과 꿈, 아픔을 작품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건너온 아이들’만이 가진 유일한 기억이 담겨 있었다.

    책은 국공립학교 교사이자 화가, 그림책 작가인 저자가 이주 배경 청소년이 90%인 중학교에 발령받으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안에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려 애쓴 한 교사의 노력, 언어 없이 ‘예술’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간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지에서 ‘건너온’ 아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서로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낯선 나라에서의 어린 삶을 살아낸다. 언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은 그들의 수업은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 가능하리라는 작은 희망을 보여주었고, 저자는 2023년 교육부와 교직원공제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하였다.

  • 그건 내 마음이 아니야
    바티스트 보리외 (지은이), 친 렁 (그림), 최은아 (옮긴이) | 길벗 | 2026년 1월 "10만 부 판매, 프랑스 어린이 그림책 1위"

    작가가 의대에 다니던 시절, 권력에 취해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던 교수가 있었다. 어느 누구도 교수의 부당함에 맞서지 못하던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작가는 교수에게 당당히 맞섰다. “저희는 교수님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저희를 존중해 주십시오.” 그 후로 교수는 더 이상 학생들을 마음대로 대하지 못했다.

    이처럼 부당한 일 앞에서 용기 내어 말하기란 쉽지 않다. 불이익이 두렵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되고, 맞서는 일 자체가 버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침묵을 선택한다. <그건 내 마음이 아니야> 속 주인공 ‘프란시스코’도 그렇다. 축구보다 줄넘기가 더 좋지만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축구를 하고,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저 지켜만 본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다른 선택을 거듭하는 동안, 이름표에 적힌 ‘프란시스코’의 글자는 하나씩 지워져 간다. 어른들 역시 다르지 않다. 엄마도 아빠도 처리해야 할 일에 쫓기며 조금씩 자기 이름을 잃어간다.

    이 책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솔직하게 말하는 법 등, 인간관계의 노하우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속마음을 나눌 수 있게 만든다. 내 이름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뿐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2.102026
  • 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은이), 허진 (옮긴이) | 은행나무 | 2026년 1월 "편재하는 슬픔과 불안을 살아내는 것에 관하여"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두 형제가 있다. 형 피터는 잘생기고 능력 좋은 변호사로 주변의 인기와 신망도 높지만 오랜 기간 사귀어왔던 연인 실비아와 헤어진 뒤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동생 아이번은 체스 선수로, 체스보드 위에서의 영민함과는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을 대하는 방법에 서투르다. 여느 형제들이 대체로 그렇듯, 이들 두 형제의 관계 또한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 애정, 오래된 경쟁심과 그것이 지나쳐 맺어진 적대감으로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사회의 주류에 속하려 애쓰는 형과 물질적 가치를 경멸하는 동생은 그렇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며 불안하게 삶을 지속하다가 예상치 못한 수 - 인터메초(intermezzo)를 만난다.

    전 세계 MZ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스타 작가, ‘스냅챗 시대의 샐린저’로 불리는 작가 샐리 루니의 최신작. 아버지의 죽음 이후 두 형제에게 찾아온 삶의 막간(인터메초), 피터와 아이번은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숨을 고른다.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이 있고, 그 삶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다정하게 대하려는 노력임을 조용히 말한다. <뉴욕타임스>, <타임> 등 20개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작가에게 아일랜드문학상 작가상을 안겨 준 새로운 대표작. 앞으로 펼쳐질 샐리 루니 작품 세계의 새로운 막을 기대하게 하는 간주곡(intermezzo)이다.

  • 나의 첫 월배당 ETF
    김정란 (지은이) | 토네이도 | 2026년 2월 "한 번 배운 투자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적 두 발 자전거를 배우던 때, 보조바퀴를 떼어낸 찰나의 공포를 기억한다. 비틀거리는 핸들, 위태로운 페달질 끝에 마침내 중심이 잡히는 순간의 전율, 뒤에서 잡아주던 손이 소리 없이 놓였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짜 주행은 시작된다. 한 번 몸에 새긴 균형 감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의 배움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조언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중심 잡는 법을 가르친다. 일시적인 정보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준을 세우는 것, 이것이 혼자서도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성장의 시작이다.

    시장의 방향을 완벽히 맞히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저자는 시장을 예측하려는 헛된 노력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금은 단순한 수익을 넘어, 하락장에서도 투자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강력한 심리적 안전장치가 된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현금흐름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통해 누구나 실행 가능한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변동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자신만의 단단한 기준을 세우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제안하는 시스템 투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니 지금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학창 시절 익혀둔 배움들에서 나왔다. 당시엔 사소해 보였던 그 '자전거 타기' 같은 감각들이 결국 오늘의 나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술만으로는 다가올 노후의 가파른 언덕을 넘을 수 없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또 다른 자전거 타기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멈추지 않는 페달링만이 불확실한 내일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음을 이제 나는 안다.

  • 내일도 그럴 거야
    나현정 (지은이) | 길벗어린이 | 2026년 2월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봄날의 숲에서 들려오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척척 일을 해내지만 계획이 어긋날까봐 불안한 농부 두더지, 상상이 풍부하지만 겁이 많아 행동을 못하는 철학자 오리,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지만 우유부단한 태도와 느린 걸음이 폐가 될까봐 늘 움츠러든 시인 달팽이가 소풍을 즐기고 있다. "난 감자가 단단해서 좋아. 감자처럼 믿음직스러운 존재는 드물지."라는 두더지의 말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자가 있지!"하고 맞장구치며 친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과 두려운 것,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우린 매 순간 달라진단다. 그걸 즐기렴." 오리는 특히 걱정이 많은 두더지에게 할머니가 해준 말을 전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매일 똑같은 레시피로 감자파이를 굽지만 똑같은 맛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날그날의 감자파이는 유일해!"라고 말하는 두더지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진다. 서로의 모난 구석을 솔직히 털어놓고, 웃음으로 눈물을 닦아 주며 보듬어주는 친구들. 달팽이의 속도에 맞춰 "아주 작은 걸음"으로 함께 걸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두더지가 만들어준 따끈한 감자파이에 향긋한 장미차를 홀짝이며 예쁜 천을 깔고 앉아 이들의 소풍에 슬며시 함께하고 싶어진다. 좋은 것은 좋은 그대로 마음껏 너무 좋다고 말하고, 걱정이 밀려오는 때에는 달팽이의 말대로 하면서. "우리 나란히 누워서 멍이나 때릴까? 그럼 머릿속이 개운해질 거야."

  • 끔찍한 샐러드
    에런 레이놀즈 (지은이), 피터 브라운 (그림), 홍연미 (옮긴이) | 토토북 | 2026년 2월 "오싹오싹, 브로콜리의 초록 공포"

    <오싹오싹> 그림책 시리즈에서 다음 읽기 단계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 딱 맞는 <오싹오싹 친구들!> 동화 시리즈. 지난해 <공포의 편도선>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동화 시리즈가 전작의 빨간 공포를 뛰어넘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엔 초록색이다. 바로 푸르뎅뎅한 브로콜리의 공포.

    새디어스에게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올리버가 있다. 심지어 둘은 음식 취향마저 똑같아서 과자는 물론, 학교 부근에 있는 '순삭버거'의 햄버거에 홀딱 빠진 패스트푸드 마니아다. 두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올리버의 부모는 한 가지 제안을 건넨다. 각자 샐러드 한 접시를 다 먹으면 순삭베이비버거를 사주겠다는 것. 하지만, 그날 밤 순삭버거 가게는 정체 모를 무언가의 습격을 받아 망해버리고, 샐러드 속 브로콜리를 먹은 올리버의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시작된다. 점점 푸르스름해지더니, 급기야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브로콜리 괴물로 변해버리는데…!

    전작이 빨간 공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책은 초록 공포로 압도한다. 한층 더 으스스해지고 재밌어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 책을 읽고 나면 세 번째 책 <섬뜩한 뜨개질>에서는 재스퍼가 어떤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되고 기다려질 것이다.

2.132026
  • 브레이크넥
    댄 왕 (지은이), 우진하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변호사의 나라 vs 엔지니어의 나라"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1980년대부터 공학자와 기술자들을 권력의 중심부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후진타오나 시진핑 같은 일인자의 자리뿐만 아니라 공산당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다수가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이들로 채워졌다. 반면 미국에서 공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단 두 사람뿐이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민주당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법학을 전공했다. 하원 의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했지만 순수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늘날 두 초강대국의 최고지도자층이 이처럼 판이한 구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두 나라의 작동 원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리콘밸리 및 월가에서 ‘최고의 중국 산업·기술 분석가’로 불리는 댄 왕은 자신의 첫 저서인 이 책에서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두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과 지도자들의 본질을 거침없이 파헤쳤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혁신을 이뤄왔으나 규제와 절차에 갇혀 물리적 역동성을 잃어버린 미국, 그리고 이공계 출신 권력자들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 바닥부터 다진 절차식 지식과 답도적 생산력으로 급부상했으나 억압과 통제의 대가를 뒤늦게 치르고 있는 중국. 책은 미·중 양국의 권력 구조와 산업·기술 정책, 사회 시스템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국가의 번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중 경쟁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선택과 미래 설계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

  •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미하엘 엔데 (지은이),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신동화 (옮긴이) | 비룡소 | 2026년 2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미하엘 엔데의 그림책"

    1988년 독일에서 발표된 이 그림책은 2001년 국내에 번역 출간되며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났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뒤,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잊히지 않고 전해져 온 작품을 2026년 지금의 독자들과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고, 또 기쁜 일이다.

    배우를 꿈꿨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오필리아. 대신 그는 무대 맨 앞 작은 상자 안에서 배우들에게 대사를 속삭여주는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낸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온 그 앞에 주인 잃은 그림자들이 찾아와 자신들을 받아 달라고 청한다. '개구쟁이그림자', '두려운어둠', '홀로외따로', '병든밤', '다시없음', '공허함의무게'. 이름만으로도 쓸쓸한 그 존재들에게 오필리아는 자신이 외우고 또 외운 시인들의 위대한 말들을 반복해서 읊어 준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나타나 오필리아와 함께 천국의 문으로 향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희극과 비극을 그림자와 연극,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하엘 엔데의 깊은 서사와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환상적인 세계로 충만하게 채운다. 아이에게는 상상을, 어른에게는 사유를 건네는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세대를 넘어 오래도록 읽힐 작품으로, 기꺼이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이다.

  • 공중의 복화술 : 문학은 어디서 시작할까?
    김혜순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2월 "김혜순의 시 세계를 여는 열쇠말"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국제문학상 수상. (시인은 이러한 평가를 부담스러워함에도) 아시아권 시인으로는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시인이라는 평을 받는 김혜순이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2023년 베를린 시 연설의 키노트 였던 「Tongueless Mother Tongue」(혀 없는 모국어, 「목소리」 꼭지로 수록) 등을 포함한 김혜순의 시학, 시론을 #복화술#목소리#슬픔#침묵#불안#죽음#다시쓰기#딸꾹질#반복#미장아빔 #방언#동물#고백#고통#덩어리#사이#시간#사막#받아쓰기 열아홉 개의 열쇠말로 정리해 실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일곱개의 뺨'을 맞은 소설 속 그녀는, 검은 칠로 검열된 희곡집의 대사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극장에서 본다. '음성이 높아져야 할 부분에서 신음처럼 끼익, 끽 소리가 난다.'(100쪽)고 소설은 묘사한다. 이 웅얼거리는 비명이 신음이 되어 쏟아지던 무대의 장면을 김혜순은 이렇게 적는다 '살아 있는 목소리를 훼손당한 목소리유령이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33쪽) 언어에 콜타르칠이 된 유령의 목소리를 받아적는 일. '침묵, 한숨, 비명, 기침, 딸꾹질 소리, 신음 소리' 같은 목소리들. '역사 쓰기에서 압살된 유령, 역사의 공백에서 우글거리는 유령, 여자들의 말속에 숨은 유령' (35쪽)을 발견하는 일. 시인은 이런 일을 하며 '유령을 채굴한다.'

    시는 언어로 하는 일종의 수행 (닦을 수修가 아니라 짐승 수獸, 갈 행行)이다. 여자들의 시를 보라. (8쪽)

    '문학적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서문을 기억하며, 시라는 문 앞에서 서성이다 연필을 쥐고 밑줄을 그을 첫 독자를 기다려본다. 이 책을 중심점에 두고 뻗어나갈 계보없는 독서의 목록을 상상해본다. 시하고 새하는 종족이 펼치는 공중의 복화술, 문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 수탉과 아기 새
    지현경 (지은이) | 보림 | 2026년 1월 "아름다운 우리 민화 그림책"

    마음씨 고운 수탉이 길을 가다 버려진 점박이 알을 발견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 수탉은 알을 소중히 품고 다니다가 "뾱!" 소리와 함께 태어난 작고 보드라운 점박이 아기 새를 만난다. 수탉은 아기 새를 품에 꼬옥 안고 산과 들을 함께 누비며 세상을 보여준다. 사랑을 듬뿍 받은 아기 새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고,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을 따라 자그마한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시늉을 해본다. 날 줄 모르는 수탉은 아기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새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는다.

    "힘내, 아기 새야! 조금만 더!" 청둥오리와 학, 꿩에게 차례로 부탁해 보지만 연습은 쉽지 않고, 마침내 찾아간 새들의 왕 봉황새마저 "아직 날지 못한다면 영원히 날 수 없는 새야."라며 매몰차게 거절한다. 수탉은 그럴 리 없다며 펄쩍 뛰며 화를 내고는 아기 새를 안고 자리를 떠난다. 과연 둘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넓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우리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아름다운 그림이 따스한 이야기에 깊이와 멋을 더하며, 장면마다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어지는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이다.

2.202026
  • 셔터우의 세 자매
    천쓰홍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 민음사 | 2026년 1월 "<귀신들의 땅> 천쓰홍 최신작"

    구아버 농장이 많고, 양말 공장과 양말 공장 사장님들이 많고, 무엇보다 샤오(蕭) 씨 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바닷가 마을 셔터우. 많고 많은 샤오 씨 가운데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삼합원 건물의 샤오 씨 세 자매다. 각기 다른 세 어머니에게서 한날한시에 태어나 1호, 2호, 3호로 불리는 세 자매는 서로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1호, 냄새를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단숨에 알아낼 수 있는 2호, 사람들이 숨기고 싶은 마음의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3호. 서로 다른 능력만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오던 세 자매는 모종의 이유로 서로 얼굴조차 보지 않으며 각자의 지옥에 갇힌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셔터우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셔터우의 향장 샤오다웨이가 주도하는 ‘슈퍼 토요일’ 이벤트 덕분에 세 자매가 한자리에 모이고, 그 가운데 1호는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예견하는데…

    <귀신들의 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만 작가 천쓰홍의 신작. 작가의 고향인 장화현의 세 고장인 용징, 위안린, 셔터우를 배경으로 각각 써 내려간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천쓰홍은 <위층의 좋은 사람>(국내 미출간)과 <귀신들의 땅>을 쓸 때부터 이미 고향인 장화현을 그리는 삼부작을 염두에 두었는데, 이는 장화현을 지나는 열차가 위안린역→용징역→셔터우역으로 이어지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작가가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빌어 ‘미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하는 셔터우를 배경으로 온갖 욕망과 고통과 상처가 세 자매의 삶을 교차한다. 통제할 수 없는 신비한 능력과 그 능력으로도 구원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펼쳐지는 세 자매의 괴이하면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
    카렌 하오 (지은이), 임보영 (옮긴이) | 생각의힘 | 2026년 2월 "불편한 제국을 고발한다"

    인류 문명의 도약은 언제나 기술이라는 지렛대에 기대어 이루어졌다. 증기의 힘이 대륙을 잇고, 전기가 밤과 낮의 경계를 허물고, 인터넷이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우리를 연결했을 때, 그 모든 혁명의 순간마다 인류는 경이로움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언제나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이 힘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22년, 챗GPT의 등장은 그 질문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로 우리 앞에 다시 세워놓았다. 기술의 진보가 곧 인류의 진보라는 서사는 어느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명한 진실이 되었지만, 역사는 그 서사가 늘 온전한 진실만을 담고 있지는 않았음을 조용히 증언한다.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는 책이 여기 있다. 이 책은 챗GPT의 성공을 단순한 기술적 성취로 읽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면에서 권력이 어떻게 축적되고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며,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는지를 낱낱이 폭로한다. AI의 화려한 성과 뒤에 숨은 저임금 노동, 과도한 자원 소비와 투명성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기술의 미래를 누가 결정하는지 묻는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찬사도, 막연한 공포도 아니다. 변화를 꿰뚫어 보는 눈과 그 변화를 통제할 권리를 되찾으려는 용기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눈과 용기를 갖추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필독서이다.

    좋은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더 나은 질문을 남길 뿐이다. 책을 덮고 난 뒤, 한동안 그 질문들을 곰곰이 되뇌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된 이상, 이전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오래된 세계의 농담
    이다혜 (지은이)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고전의 쓸모와 아름다움에 대하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에세이스트 이다혜가 지금, 다시 고전을 이야기한다. 왜 다시 고전이냐고 묻는다면,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요즈음 시대의 가장 확실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악한 일들은 이미 수 세기 전에도 벌어졌던 일이며, 지금 내가 겪는 아픔 또한 과거의 누군가가 겪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약간의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는 고전을 박제된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의 삶과 끊임없이 말을 섞는 존재로 불러낸다. 작품 속 인물의 망설임과 선택, 반복되는 실패와 농담 같은 통찰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얼굴과 겹쳐지며 뜻밖의 생기를 얻는다. 이 책은 고전을 ‘잘 읽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각자의 삶에 맞게 ‘다시 만나는 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오래된 이야기들이 여전히 웃기고, 아프고, 쓸모 있는 이유를 조용히 증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고전을 이어 읽고 싶게 만든다.

  • 패티
    패티 스미스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 아트북스 | 2026년 2월 "패티 스미스의 예술가적 삶"

    한 시대와 펑크 음악의 아이콘 패티 스미스. 그는 음악가뿐만 아니라 시인이며 내셔널 북어워드 수상 작가이다. <저스트 키즈> 이후 처음으로 유년부터 현재까지 삶과 예술 전반을 아우른 이번 회고록은 아이콘이란 단면을 넘어 입체적인 '패티 스미스'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저스트 키즈>가 젊은 날의 우정과 예술의 탄생을 기록했다면, <패티>는 시간을 건너온 예술가가 지금도 예술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책에서 그는 거창한 고백 대신 절제된 문장으로 사랑, 상실, 나이 듦, 창작의 고독과 같은 삶의 취약한 순간들을 응시하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선보인다. 그 글들이 전해주는 파동에 몸을 맡기다 보면 예술이 인간을 어떻게 지탱하고, 상실과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건너게 하는가, 라는 질문은 이제 우리에게 향한다. 예술에 온전히 나 자신을 바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