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니 톨레다노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그곳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막 의식을 되찾은 멜리사가 걱정스러운 딸 외제니와 남편 르네에게, 다가오는 10월 13일 금요일 인류 문명이 몽매주의 세력에 의해 파국을 맞이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외제니가 ‘내면 여행 체험’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현재를 구할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외제니는 멜리사가 혼수상태에서 악몽을 꾼 것이라 여기지만, 곧 르네의 인도에 따라 퇴행 최면을 시도하고 12만 년 전 전생의 기억을 마주한다. 그 경험이 단순한 환상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 외제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류가 불을 발견한 선사시대부터 문자가 탄생한 수메르와 이집트, 수학과 철학이 꽃핀 그리스까지 여러 전생을 거치며 인간이 어떻게 문명을 일구었고 어떤 힘이 그 세계를 무너뜨리려 했는지 목격한다. 멜리사가 경고한 10월 13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외제니는 과연 인류 문명의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문명 판타지. 작가는 선사시대와 고대 문명, 오늘날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문명을 지키려는 이들과 무너뜨리려는 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대결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문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나 거대한 도시를 뜻하지 않는다. 불을 지키고 문자를 만들며 기록을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지식을 전하려는 노력 전체가 문명이다. 반대로 문명을 무너뜨리는 것은 무지와 폭력,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끊어 내는 힘이다. 사회를 지탱하던 믿음이 무너지고 이성이 증오의 도구로 쓰이며 공동체가 서로를 밀어내는 순간들이 겹쳐질 때, 베르베르는 우리가 뉴스에서 매일 목격하는 균열이 종말의 시작일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그렇다면 우리 문명의 종말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 소설 서문에 "책과 도서관, 서점의 존재 의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적어둔 것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박동명
정세랑이라는 이름은 어느새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믿고 읽는 기준이 되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지구에서 한아뿐> 등 소설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온 작가가 이번에는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몇 년간 이어온 강연에서 창작의 즐거움을 이야기해온 정세랑에게 한 독자가 "그 이야기를 책으로도 읽고 싶다"고 건넨 말에서 시작되었다.
정세랑이 말하는 창작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삶과 창작 사이에는 두려워할 만큼 높은 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도 뚫을 수 있는 얇은 막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좋은 창작은 완벽함보다 이완된 상태에서 나온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창작을 둘러싼 오해와 선입견을 하나씩 걷어내며, '계속 쓰는 사람'이 되는 일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창작을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로 바꿔놓는다. '섣불리'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창작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라고 다정하게 등을 밀어준다. 책을 덮고 나면 완벽한 첫 문장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한 줄부터 써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당신의 창작은 시작된다. - 에세이 MD 박진희
이 책의 한 문장
삶과 창작 사이의 벽은 그리 두껍지 않다. 그것은 저쪽이 어른어른 비치는 얇은 막에 가깝다. 손가락으로도 뚫을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두려워할 필요 없는 막을 함께 상상하고 걷어내고자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자.』시리즈의 완결권이 출간되었다. 이전 권에서 사토미는 쿄지와의 관계를 뭐라고 정의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한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쿄지는 오사카에서 도쿄 가마타까지 찾아와 사토미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 사토미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하기도 하며 답을 찾으려 애쓴다. 쿄지 역시 사토미 만큼 티를 내진 않지만, 깊은 고민에 휩싸인 듯 보인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의 관계와 미래를 그리려고 하는 사토미의 마음은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다.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와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하는 와야마 야마의 만화는 자꾸만 책장을 다시 들추게 만든다. 표정 하나, 배경 하나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연출 속에서 작가의 숨은 뜻을 짐작하다 보면, 어느새 도쿄 가마타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일에 진심이 된다.
- 만화 MD 박보영
20대 땐 늘 초조하고 조급했다. 왜 그리 20대의 끝이 곧 삶의 끝인 것처럼 굴었는지. 마치 20대 이후의 날들은 절벽 아래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정된 젊은 날이 끝나면 그 뒤론 늙은 미래만이 있을 것이 분명했고 어린 내게 늙은 미래란 없는 미래나 마찬가지였다. 나이 든 나의 구체적인 삶이 딱히 상상되지 않았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30대가 되니 아무렇지도 않게 삶이 이어졌다. 있는 줄도 몰랐던 날들을 생각보다 경쾌하게 걷다 보니, 여전히 무수히 남은 미래의 날들이 갑작스러운 현실로 나타났다. 비로소 주름 짙은 여자들의 삶과 생활이 나와 관련 있는 실체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을 염탐하며 나는 남은 미래, 더 먼 미래, 미래의 끝에 대해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내가 원하던 상상의 구체적인 현실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썼던 두 저자 중 한 명인 수전 구바가 이번엔 여러 여성 예술가들이 노년에 펼친 창조적 에너지에 대해 썼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용맹한 올드 레이디들"의 이야기다. 인간상의 디폴트 값이 젊은 남성인 이 세상에서 '늙은 여성'에게 허락된 이미지는 아주 편협한 구석에 머무를 뿐인데, 이 책에선 그 어떤 고정된 인식에도 갇히지 않고 각자의 멋진 삶을 살아내는 '여성 선배'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특히 좋은 점은 이들이 딱히 모범적인 인간상으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각기 어떤 실수와 실패들로 굽이치는 삶을 넘어온 그들이 노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예술가답게 지내는 모습을 읽다 보니 희망에서 비롯되는 작은 설렘과 의지, 기쁨 같은 것이 서서히 차오른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또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엄마와 이모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모든 여자들이 이 책 속에서 에너지와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운이 좋다면,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하지만 그 대상을 살아 있는 이들로만 한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 개개인의 웅장한 피날레를 거기에 따르는 좌충우돌과 오점까지 포함해 고스란히 전달한다면, 필시 울퉁불퉁하고 얼룩덜룩할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