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와 손그림으로, 자연 관찰 일기, 도시 관찰 일기, 시베리아 횡단기, 반려식물 이야기까지 이다 작가는 그림과 글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넓혀온 창작자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온 그가 이번에는 '어린이 이다'와 '어른 이다'의 목소리를 한 권에 담아냈다. 어린이였던 어른과 지금의 어린이 모두에게 건네는, 다정한 마음의 기록이다.
<어린이 탐구 생활>은 작가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책이다. 손그림, 손글씨 만화, 그리고 에세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오래도록 회자된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다 작가는 특유의 창작 방식으로, 어린이와 어린이의 세계에 대해 무심했던 우리에게 어린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린이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분명하게 들려준다. 재미는 덤인 이 책을 통해 어린이였던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고, 지금 곁에 있는 어린이, 그리고 앞으로의 어린이를 생각하게 된다.
-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어린이를 대하면서 느꼈던 막막함과 두려움이 이 책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일단 한바탕 웃을 준비를 하고 책을 펼치는 것이 좋다. _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지은
한국 SF라는 장르 시작점의 도드라지는 한 축이자 32년째 이 장르의 현재인 듀나의 첫 장편소설. 2002년 웹진 이매진에 연재된 후 책으로 묶인 적이 없던 작품이 24년 만에 시간여행자처럼 독자에게 도달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분단을 겪지 않은 평행세계의 한국 의천시. 공산화되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 하에 있는 이 도시에서는 셰익스피어는 잊혀진 시인이고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가 즐겨 연주되고 볼셰비키가 활보한다. 잠재적 적국이자 우방인 러시아, 중국, 합중국이 자치지역구를 설립해 서로를 견제하는 이 국제도시에서 '머리 없는 시체' 들이 출현한다. 경찰 파견 근무자인 '나' 현주와 약이 필요한 '무영', 타인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미향'은 각자의 방식으로 '머리도둑' 연쇄 살인 사건을 신체가 터지고 머리가 잘리는 하드보일드의 방식으로 추적하며 우주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수많은 SF소설이 그렇듯 이 책도 어느 정도 미래 예언의 성격'(337쪽)이 있다는 작가의 말대로 21세기 초의 이야기에서 현재가 읽힌다. 환태평양 지진으로 낮은 지대의 땅이 침몰한 탓으로 이 지역으로 이주한 자바인들과 그의 자식들이 밑바닥에서 호텔을 짓고 지하구역에서 녹물을 마시며 살다가 죽어가는 도시. 의천 시민들은 2026년처럼 나와 다른 얼굴을 한 존재를 무시하고 못 본 척한다. '이후 나온 내 소설들을 이루는 수많은 재료가 <몰록>에서 나왔다.'(336쪽)는 작가의 말을 상기하며 '듀나'를 꾸준히 탐독해온 독자가 이 책에서 '듀나다움'을 확인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나 무엇보다 이 작가의 대체역사소설이 지금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며 현실과 소설을 대비해가며 읽는 쾌감이 주요할 듯하다. 환태평양대지진 등의 종말론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제국이 침략전쟁을 벌이고 1세계의 시민들이 사살당하는 것이 2026년의 현실이다. '인류를 만신창이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퇴행의 역사'(338쪽)를 목도하는 우리 역시 24년 전의 활기찬 소설을 작가처럼 부러움과 연민의 눈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시간여행자의 소설과 여행을 떠나보자.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러시아 화성 탐사선에서 새로운 사진들을 받았습니다.
그중 두 장에는 제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담겨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어떻게 생각합니까?”
살인자는 조심스레 교수가 넘겨준 사진을 받아 들여다보았다.
“갑골 문자처럼 보이는군요.”
“맞습니다. 심지어 일부 문자는 뜻까지 통합니다. 아래 부분을 보세요. ‘선한 사람에게는 자연이 답한다’라는 문장이 읽히지 않습니까?”
긴장감과 설레는 두려움이 교차하는 입학 시즌. 초등 6년 내내 학교생활에는 자신이 넘치는 전교 회장 출신 도하민은 갓 입학한 중학교에서도 인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싸는커녕 한 달이 넘도록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활발하던 성격도 점차 소심하게 바뀐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실수를 연발하니 자신을 타박하기에 이른다. 투명 인간과 벌레 사이를 오간다는 생각은 "내가 별로"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는다.
<오백 년째 열다섯> <열세 살의 걷기 클럽> 등 십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써 온 김혜정 작가의 신작 <이 망할 열네 살>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새로움의 혼란을 담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제멋대로 엉켜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때의 곤란함은 누구나 겪어 보았을 것이다. 또 이런 감정과 시절은 한순간이라 어느새 부쩍 자란 자신과 마주할 거란 것도. 이 작품 속 흐르는 김혜정 작가의 다정한 위로가 모든 처음을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입학식 날, 처음 입었던 교복 소매 끝이 이제 손목까지 올라왔다. 그사이 내가 좀 자라긴 했나 보다. 지난 1년간 어렴풋이 깨달은 게 있다. 어제의 내가 잘나갔다고 오늘의 내가 잘나가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내가 후졌다고 내일의 나까지 후진 게 아니다. p.198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저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새로 쓰는 화인열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 2001년 출간된 <화인열전> 1, 2권에서 김명국, 윤두서, 조영석, 정선, 심사정, 이인상, 최북, 김홍도를 다루었던 저자는, 이후 그간 축적된 미술사학계의 새로운 연구성과들을 반영하여 수정, 증보된 ‘새로 쓰는 화인열전’ 시리즈를 계획하였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 종래의 관념적인 산수화풍을 벗어나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개척하여 조선적인 산수화풍을 완성한 선구자로 이름 높은 겸재 정선을 선택하였다.
2026년은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으로, 작년(2025년)부터 올해까지 호암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겸재정선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등에서 겸재를 다룬 대형 전시가 이뤄졌거나 이어질 예정이다. 책은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겸재 작품을 직접 살펴보며 그 가치를 알아가기에 더없이 적절한 시기에 맞추어 출간되었다. “인문학의 줄기는 문화사이고, 문화사의 꽃은 미술사학이며, 미술사학의 열매는 예술가의 전기”라고 밝힌 저자의 신념처럼, 이후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풍성한 문화사의 꽃밭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 역사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겸재가 섣불리 자기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이처럼 고전을 차근차근 방작하는 중년의 겸손과 성실성을 거쳤기 때문에 훗날 자신의 개성에 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