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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022
  •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은이) | 열림원 | 2022년 9월 “김초엽 에세이, 소설가로 이끈 우연한 책들”

    영화 <토이 스토리 3> 관람 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것을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열여덟 살의 어느 밤. 김초엽 작가는 그날의 특별한 경험 이야기로 첫 에세이집 <책과 우연들>을 열어 보인다.

    작가의 소설 작품을 충분히 경험한 독자라면 그 놀라운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쓰기 위해 읽는다는 작가는 이 책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시간, 즉, 다양한 책을 섭렵하는 과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소설 쓰는 방법, 상상력의 소재가 되어주는 책들, 소설의 탄생 비화도 다정하게 공개한다. 작가를 소설가로 이끈 우연한 책들과 그 책으로부터 확장되는 작가의 시간이 기록된 <책과 우연들>은 이전 작품과 다른 즐거움으로 매료시킨다.

  •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은이), 김선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에라세 케 세 에라, 옛날 옛적에"

    근 미래의 지구.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만큼의 위력을 가진 핼리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세이건이라는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만 비행선을 타고 지구를 떠날 수 있다. 세이건 행성 이주 계획의 주체인 '콜렉티브'는 지구와의 영원한 단절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을, 지구의 기억을 가진 자들의 기억을 모조리 삭제해야 한다. "갈등, 기아, 전쟁으로 가득 찼던 세계에 대한 기억은 단 하나도 우리의 미래에 발붙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 같은 우연에 의해 지구와 핼리 혜성과 지구에 남은 이야기꾼 할머니와 가족의 기억을 잃지 않은 페트라는 그들을 위해, 새 땅에서 살아갈 친구들을 위해 자신만의 쿠엔토(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기억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왜 곱씹어야 하는가? "잘못한 부분을 기억하고, 우리 자녀와 손주들을 위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를 감싸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22년 지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전쟁, 기아와 난민, 불평등, 자연재해 같은 문제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항상 존재했다. 그러면 지구에 발붙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 인간 다울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반복되는 역사를 곱씹으며 걸음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준다. 2022년 뉴베리 100주년 대상 수상작.

  •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문지혁, 백수린 (지은이)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한국문학의 오늘, 편혜영 대상"

    10년 이상 작품세계를 일궈온 작가들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김승옥문학상과 맞는 네번째 가을이다.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가 대상을 수상했고,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구병모, 문지혁, 백수린의 소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우리가 즐겨 읽는 그 작가들은 이제 한 모퉁이를 돌아 다른 경로를 향하고 있다.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던 초기의 편혜영을 지나, 지금 편혜영은 구조가 탄탄한, 건물처럼 잘 지어진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여상을 졸업한 네 친구는(인물) 은행과 백화점 같은 직장에서 하급 점원으로 근무하며 "성실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최악의 노동자가 되기 십상"(27쪽)이라는 것을 깨닫는 나날을 보낸다. 은행 업무와 대학 공부를 병행하며 열렬히 삶을 향해 돌진하던 친구 한오에게 '사건'이 생긴 후, 친구들은 '시커멓게 죽은 가지가 비석처럼 꽂힌'(배경) 포도밭을 지난다. 이들의 삶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삶의 어떤 부분도 선택할 수 없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소설을 왜 읽는가를 생각하며 이 작품집을 읽었다. 드라마 <안나>의 원작 <친밀한 이방인>을 쓴 정한아의 인물은 <일시적인 일탈>이라는 작품에서 소설을 '아무 쓸모 없는 일, 허무맹랑한 일, 떳떳하지 못한 일'(153쪽)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의 문지혁의 인물은 '몸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주되 실제로는 몸을 던지지 않는'(195쪽) 것을 소설이라고 말한다. 백수린의 소설 속 인물처럼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지, 너무 무서워.'(<아주 환한 날들>, 234쪽) 중얼거리면서도 이 허무맹랑함에 우리는 기꺼이 몸을 던진다. 잃어버릴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소설을 읽는다. 백수린의 "앵무새 산책시키는 할망구"(229쪽) 같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소설 읽는 사람들만의 은밀한 기쁨. 소설 읽기는(특히 무르익은 작가들의 원숙한 작품을 읽는 것은) 역시 너무 멋진 취미다.

  • 카미노 아일랜드
    존 그리샴 (지은이), 남명성 (옮긴이) | 하빌리스 | 2022년 9월 "존 그리샴 신작, <위대한 개츠비> 친필 원고 도난 사건"

    프린스턴 대학교 파이어스톤 도서관은 지하 수장고에 유명 작가들의 원고를 철통 보안 아래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낙원의 이편>, <밤은 부드러워라>,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 <라스트 타이쿤> 친필 원고는 도서관이 자랑하는 각별한 보물이었다. 원고 5편이 하룻밤 사이 모두 도난당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총 300억 원대의 가치로 추정되는 원고와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플로리다의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독립 서점을 운영하면서 희귀 도서를 취급하는 브루스 케이블이 암거래로 원고를 손에 넣었다는 소문이 떠돈다. 원고가 어딘가에 반드시 숨겨져 있다는 의심을 품은 이들이 브루스의 뒤를 쫓으며 은밀한 책략들이 횡행한다. 그동안 발표한 47권의 작품이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매혹적인 범죄 활극.

10.72022
  • 트렌드 코리아 2023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수진, 권정윤, 이준영, 이향은, 한다혜, 이혜원, 추예린 (지은이)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웅크렸던 토끼가 더 높이 뛴다."

    작년 이맘때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2>는 당시 2년여 동안 계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희망을 품고 위드 코로나를 준비할 것을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고, 국제정세와 경제위기의 이중고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왔던 세계화는 끝났다."는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말처럼, 이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평화와 공존의 시대는 막을 내린 듯하다. 부동산, 주식 등의 붕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세상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김난도 교수는 격동하는 변혁의 시대에 '바꾸다'의 상대어는 '유지하다'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 눈앞에 놓여진 선택지는 “바꾸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자기 혁신을 통해 위기의 순간을 도약을 위한 준비의 순간으로 바꾸고 싶다면,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를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훗날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돌이켜 이렇게 회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은이)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9년 만에 출간된 김연수 소설집. 새카만 밤하늘을 향해 노를 젓는 두 사람을 본다. 새카만 밤하늘 정 가운데의 동그란 달을 향하는 사람들.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단편 <진주의 결말>의 등장인물 유진주는 한때 범죄심리학자인 내가 했던 말을 인용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97쪽) 오랜 시간을 지나 만난 김연수의 소설은 계속 이 가능성을 탐색하며 노를 젓는다. 달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진주의 결말>
    그럼에도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김연수의 인물들은 기어코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 재난과 방역을 지나 2020년대를 맞은 우리.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 김연수의 사람들은 이제 설산이 아닌 타임라인을 넘는다. 그들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미래를 기억하고,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30쪽)라는 아포리즘을 묵상한다. 제주도로 유배를 간 정난주 마리아에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수난을 환대하는 바르바라의 마지막처럼, 담대하게 현재를 바라보며 다음 바람(세컨드 윈드)를 기다리며 삶을 소화한다.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115쪽)들은 그렇게 노를 젓는다. 저 달을 향해.

  •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은이)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슬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피고용인인 복희와 웅이에게 월급과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려면 우선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그런 슬아를 보고 복희와 웅이는 중얼거린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21쪽) 비아냥, 거들먹 등의 묘사가 오가는 풍경. 이곳은 가정집이자 낮잠 출판사. 가부장인 할아버지로부터 글월을 배우던 슬아 어린이는 어른이기에 노동을 감당하고, 더러움을 참는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매일 이메일로 원고 한 편을 보내는 단정한 기획, <일간 이슬아>를 통해 선보인 가녀장 이야기,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이슬아의 첫 장편소설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독자를 만난다. 존자, 복희, 슬아로 이어지는 익숙한 가계도의 인물이 등장해 낮잠 출판사와 스스로의 삶을 경영한다. 슬아는 필력으로, 복희는 살림력으로, 웅이는 청소력으로 시간과 정성을 헐어 노동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아 서로를 돌본다. 공짜로 일하지 않고, 받은 값보다 덜 일하지도 않는 산뜻한 태도로 "각자 다른 것에 취약한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한 채로 살아"(98쪽)가는 모습을 본다. 가부장제의 전복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하다. 하루 분량의 노동이 곧 시대의 물꼬를 틀 것이기에.

  • 딥 타임
    크리스티앙 클로 (지은이), 이주영 (옮긴이) | 웨일북 | 2022년 9월 "인간은 시간을 재발명 할 수 있을까"

    15명의 사람들이 40일간 동굴 속에서 생활하는 실험에 돌입한다. 빛도 시간 개념도 없는 이 어두운 공간엔 전자기기도 지참할 수 없다. 공포와 두려움을 품고 들어간 동굴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프랑스에서 인간의 위기 대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딥타임 프로젝트에는 주요 외신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우울과 불안, 무질서와 돌발 상황에 대한 걱정들은 성공에 대한 믿음을 파먹었다. 그러나 '딥타이머'들이 동굴 속에 들어가고, 적응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프로젝트는 점차 희망 쪽으로 방향을 튼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협력한다. 회의와 갈등, 협력과 연대를 통해 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꾸리고 서로에게 사이클을 맞추어 시간까지 만들어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 작은 사회는 노동과 여가, 봉사를 실천한다.

    붕괴되는 세계 속,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깜깜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을까. 딥타임 프로젝트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디스토피아는 없다"고. 냉소와 회의를 타파하는 멋진 실험의 기록이다.

10.112022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은이), 박소현 (옮긴이) | 다산책방 | 2022년 9월 "세계가 주목한 한국계 작가, 격동의 한반도 이야기"

    1917년 겨울, 함박눈이 내리는 평안도의 깊은 산속에서 벌어진 조우. 호랑이의 공격에서 조선인 사냥꾼이 우연히 일본인 장교를 구한다. 엄밀히는 호랑이를 죽이려는 일본인 장교로부터 호랑이를 구했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는 책 속 문장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이를 시작으로 운명처럼 이어진다. 이를 중심으로 가혹한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얽혀 하나의 시대를 직조한다.

    <파친코>에 이어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한반도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것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라 말하는 김주혜 작가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다양한 이들의 삶을 그린다.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소설 속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는 야수. 호랑이에게서 작가는 한국의 영적인 힘을 보았다. "빌어먹을 전쟁 따위도, 외로움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라고 되뇌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이들의 이야기.

  • 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지은이), 밤코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걱정하지마, 엄마가 곁에서 늘 지켜줄게."

    <아홉 살 마음 사전> 박성우 시인과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밤코가 만났다. <엄마 어디 있지?>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분리 불안의 모습을 사실적이고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세계는 재기 발랄하고 유쾌하다.

    주인공 아기 토끼는 엄마가 안 보이면 무섭고 불안하다. '왕거미가 엄마를 잡아갔을까? 아니면 해적이?'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엄마를 잡아간 악당들과 용감하게 싸우고 엄마 토끼를 구해 낸다. 상상 속에서는 누구보다 용감한 아기 토끼, 하지만 현실은 울먹이며 엄마의 품에 꼬옥 안겨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라고 말한다.

    풍성한 디테일과 색감, 만화와 같은 구성은 글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에 엄마가 귀가 후 아이와 부둥켜 안으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엄마도 아이가 안 보이면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지은이), 김정아 (옮긴이),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리처드 도킨스 추천, "인간의 본성은 ‘협력’이다."

    "인류는 어떻게 진화했을까?"라는 물음에 이 책은 '협력'이라고 답한다. 우리의 유전자에 협력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이는 얼핏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유전자의 속성과 반대되는 주장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은 협력이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전략의 결과라고 말한다. '유전을 통한 영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유전자는 협력을 택했다는 것이다.

    심리학과 진화생물학, 행동생태학 등 분야와 종을 초월한 연구를 지속해온 진화심리학자 니컬라 라이하니는 “협력하지 않았다면, 지구에는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언하며 인류의 진화사를 찬찬히 살핀다. 수십조 개에 이르는 세포가 협력하여 이루어낸 다세포 생명체로서의 인간, 그리고 가족과 공동체 내에서 인간이 해온 협력, 완전한 타인 사이의 협력 등의 사례를 살펴보고,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무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 또한 오직 협력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통찰력 있는 과학 이론과 다양한 일화의 유쾌한 병치! 매우 잘 쓰인 읽기 쉬운 필독서다." 라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책.

  • 비탈릭 부테린 지분증명
    비탈릭 부테린 (지은이), 블리츠랩스 (옮긴이), 정우현 (감수) | 여의도책방 | 2022년 9월 "블록체인은 어디로 가는가."

    지난 2022년 9월,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프로젝트 이더리움이 합의 메커니즘을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경했다. 합의 메커니즘이란 암호화폐들이 데이터 조작으로부터 블록체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지금까지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마다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고 이 문제를 푸는 컴퓨터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작업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컴퓨터의 막대한 연산 능력, 그리고 그런 컴퓨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가 소모되는데, 이더리움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이 네덜란드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은 일차적으로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분증명 방식에서는 컴퓨터의 연산력 경쟁 결과가 아니라 예치한 토큰의 양으로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질 사람을 선정하기 때문에, ‘채굴’을 위한 기업형 ‘작업장’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그들이 야기하는 다양한 환경 문제, 사회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지분증명 방식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줌으로써, 중앙화된 대기업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호운용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이나 정부에게서 벗어나 탈중앙화된 방법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종의 운영체제로서의 이더리움을 지향하는 비탈릭 부테린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에는 1994년생 천재 프로그래머,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생각하는 크립토 생태계와 이더리움 플랫폼, 그리고 새로운 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그가 직접 작성한 다양한 칼럼들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각 장 말미마다 역자의 친절한 해설이 덧붙여 있어 이해를 돕는다. 이더리움의 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현시점에서 블록체인을 보다 근본적이자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10.142022
  • 스페이스 (논)픽션
    정지돈 (지은이) | 마티 | 2022년 10월 "정지돈이 말하는 공간과 건축"

    정지돈의 지적인 수다를 애정 하는 독자들을 위한 반가운 소식. 이번 주제는 공간이다. 건축과 관련한 여러 출판물과 도록 등에 기고하며 건축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인정받아 온 그가 그간 발표했던 글들을 엮어 냈다. 공간의 정의에 대한 질문과 도시, 기억, 자본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짧은 픽션을 통해 그는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두드리며 넓힌다.

    분야를 넘나드는 참고 자료와 수많은 인용 들을 쉼 없이 연결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 정지돈의 유니크한 장르다. 야나 베란코바, 마르크 오제,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팀 크레스웰... 줄지어 나오는 이름들이 머리와 손을 바삐 만들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맥없는 농담이 긴장을 풀어버리니, 정지돈 표 산문의 팬이라면 이번 책도 실망 없을 것 같다. 산책하듯 수다 떨듯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빵빵해진 알라딘 장바구니와 함께 건축과 공간에 대해 새롭게 생겨난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다니엘 핑크 (지은이), 김명철 (옮긴이)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후회는 인간의 특권이다."

    누구나 한 번쯤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이키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이불을 걷어찬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에 뒤척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샌 뒤에는, 퀭한 눈으로 아침을 시작하며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다 지나간 일인데, 후회하지 말자." 그리고는 마치 지난 밤 스스로를 괴롭히던 그 모든 후회들을 '없었던 일'처럼 외면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 후회의 감정은 언제 어느 때고 갑자기 나타나 또다시 자신을 괴롭게 만들 것이라는 걸.

    후회라는 감정을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편이 낫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사상가 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가장 오해가 심한 감정 가운데 하나이며,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 후회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당시 고르지 않았던 선택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현재와 비교하며 상황을 파악하는 고도의 사고이며, 자연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현명한 후회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후회를 현명하게 마주하고 싶다면 다니엘 핑크가 제안하는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에 주목해보자.

  • 올리버쌤의 미국식 아이 영어 습관 365
    올리버 그랜트 (지은이), 정다운 (그림) | 다산북스 | 2022년 10월 하루에 한 문장씩, 영어 습관 완전 정복

    209만 구독자들의 영어 멘토 올리버쌤이 아이를 위한 영어 문장 일력을 내어 놓았다. 딸 '체리'가 태어나면서 언어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깊어졌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 답을 '교감'에서 찾았다. 저자는 엄마와 아빠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을 들으며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영어 역시 아이와 하루에 한 문장씩 말하고 듣고 대답하며, 아이와 영어로 '교감'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사랑, 몸, 오감, 기분, 자립심 등 12달 테마, 총 365가지 다른 그림으로 구성되었다. 17만 구독자 '마님툰'을 연재하는 한국인 아내가 그린 365가지 사랑스러운 그림은 아이가 영어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흥미를 북돋아 준다. 영어 교육비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데도 그만큼의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올리버쌤의 미국식 아이 영어 습관 365>을 통해 영어와의 '교감'을 실천해 보길 바란다.

  • 사로잡는 얼굴들
    이사 레슈코 (지은이), 김민주 (옮긴이) | 가망서사 | 2022년 9월 "마침내 살아남아 나이 들 자유"

    돼지는 생후 6개월 즈음 도축된다. '새벽이생추어리'에 사는 돼지 새벽이는 3년 이상 생존해 예외적인 긴 삶을 경험하고 있다. 농장과 동물원 등에서 갇힌 삶을 사는 동물들이 평온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 일종의 '요양원'인 생추어리에서 사진작가 이샤 레슈코는 자신을 사로잡는 동물들의 얼굴을 만났다. 정중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눈 먼 칠면조 간달프 (초상 42, 101쪽)의 얼굴 같은 것을. 그는 미국 전역의 생추어리에서 만난 동물들의 얼굴을, 고요하고 품위 있는 쇠락의 표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동물들의 이름과 각자의 사연도 함께 실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허락을 구하며 작가는 사진을 찍는 행위와 사냥하고 총을 쏘는 행위가 모두 슛shoot이라는 동사를 사용한다는 걸 깨닫고 얼굴이 붉어진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구조된 동물의 영혼엔 아직 상흔이 남아 있고, 그들은 목표물을 사냥하듯 사진찍는 이를 경계한다. 작가는 오래 들여다보며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방법을 찾는다. 염소가 반사판을 씹어버리는 순간까지 기다려 얻은 한 컷엔 각자의 개성과 고요한 평화가 담겨 있다. 공황발작을 앓는 말 버디,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보고 신나서 껑충 뛰는 돼지 제레미아, 호기심 많고 애정을 갈구하는 염소 멜빈. 이들에겐 각자의 격이 있고, 모두가 다른 존재다.

    카메라가 동물을 볼 때, 동물의 눈도 우리를 본다. "동물이 우리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 드러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에게 노년을 허하지 않는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노년을 맞은 동물들의 초연한 얼굴이 침묵한 채 말을 건넨다. 홍은전, 하재영, 사이 몽고메리, 피터 싱어 등의 작가가 이 사진집을 추천했다.

10.182022
  • 이국에서
    이승우 (지은이) | 은행나무 | 2022년 9월 "나는 그 도시에 없는 사람이에요"

    인구 300만에 육박하는 광역시의 시장, 황선호의 보스는 "쩗지는 않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떠남을 승인, 혹은 종용했다. 시장의 뇌물 스캔들을 둘러싼 모든 과오를 뒤집어쓰고 잠적, 실종될 역할이 황선호의 역할. 5개월 29일 뒤의 광역시장 재선이 있기 전까지 그는 '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한'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기로 했다. 식민 지배, 군부 쿠데타, 종교 갈등, 난민, 뜨거운 기후 등을 이유로 교민조차 없는 곳이다. 왜 하필 나일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이국의 이방인이 되어 햇볕 아래로 숨어든다.

    "그런데 왜 그여야 했을까?"(28쪽)라는 질문을 붙잡고 황선호는 배회한다. 왜 "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하다는 보보를 묘사한 문장은 그에게 다가왔을까? 전작인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부터 연작 소설 <사랑이 한 일>까지, 필멸과 필연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이승우의 소설이 고독하고 낯선 공간에서 그 질문을 이어간다. 외부인은 두통을 겪고, 비자를 받아야 하고, 수용소에 머물러야 한다. 검은색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우리가 이 땅의 내부인인 것은 필연일까? 외부인에 대한 경계는 정당한가? 오래 닫혀있던 국경이 조금씩 열리는 지금, 이국을 상상하는 일은 지금 이 자리를 들여다보는 것이 될 것이다.

  • 에브리바디
    올리비아 랭 (지은이), 김병화 (옮긴이) | 어크로스 | 2022년 10월 "우리 몸이 지나온 저항과 투쟁, 그리고 실패"

    당연해야 마땅한 존재가 왠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너무나 뻣뻣하고 딱딱해서, 누군가가 닿으면 쥐덫이 튕기듯 움찔"하는 몸 안에서 불행을 느끼던 올리비아 랭은 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운동, 근육,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의 신체보다 그는 몸이라는 관념을 둘러싼 흐름에 관심이 있다. 몸이 지나온 역사, 그러니까 자유, 해방, 저항에 대한 이야기.

    그가 파헤치는 이야기들의 중심엔 빌헬름 라이히가 있다. 몸과 자유의 관계를 평생 연구한 라이히로부터 올리비아 랭은 여러 사상가, 활동가, 예술가를 끌어내고 이들의 사유와 삶의 궤적을 엮어 보인다. 질병과 삶의 유한함, 피임과 임신 중단, 인종주의와 폭력의 주제가 돌돌 풀려나온다. 랭이 이 이야기들을 넘나드는 동안 몸은 자유의 억압물이고, 기억의 보관소이고, 투쟁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였던 우리의 당연한 몸을 낯설고도 진지하게 살피게 하는 책이다.

  •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지은이) | 창비 | 2022년 10월 “백수린, ‘내’가 전부이지 않은 세상과 풍경들”

    소설가 백수린의 산문집이 2년 만에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작가가 수년 전 높은 언덕 위 낡고 작은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긴 시간에 걸쳐 틈틈이 써온 산문을 엮은 것으로, 창비 ‘에세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기도 하다. 혼자의 공간에서 혼자의 시간을 채운 편린들이 한 편 한 편의 글로 단정히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옛 성곽이 보이는 풍경에 반하고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연고도 없는 동네로 이사했다. 높은 언덕과 폭이 좁은 골목, 방 안까지 흘러들어오는 각종 외부 소음, 무례한 이웃 등 얼마간의 불편이 따르지만, 다정한 M이모, 살뜰한 E언니, 인생의 첫 강아지 봉봉, 무심히 챙겨주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같은 따스한 존재 덕분에 행복의 순간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었다. 작가는 이해와 사랑의 시선을 담아 집과 동네에 찬찬히 스며들어가는 여정을 촘촘하게 그려 보인다.

  • 우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은이) | 비룡소 | 2022년 10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글자 없는 첫 그림책

    한 남자의 뒷모습으로 시작하는 <우화>는 제목 외의 단 한 줄의 글도 등장하지 않는다. 책을 펼치면 양쪽 페이지에 같은 사람, 같은 동작의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의 동작과 아이를 때리고 있는 여자의 동작, 총을 맞고 양팔을 벌리고 있는 남자의 동작과 노래를 열창하며 양팔을 벌리고 있는 남자의 동작은 동일하다. 같은 동작에 대비되는 다른 상황은 작가가 의도한 장치지만 작가는 대비되는 형태 자체로 독자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우화>는 작가가 '창작의 조국' 한국에서 선보이는 '글자 없는 첫 그림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의 시작점을 찍고 싶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독자의 방대한 상상력을 통해 이 책이 한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빌려 글을 마치고자 한다. "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

10.212022
  •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대니얼 C. 데닛 (지은이), 신광복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22년 9월 "대니얼 데닛, 마음의 기원과 작동 방식을 찾아서"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지구 최강의 지식인"이자 "지구를 대표해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칠 단 한 사람"으로 불리는 우리 시대의 석학 대니얼 데닛이 답한다. 50여 년에 걸친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40억 년 전 지구 최초의 생명인 박테리아의 번식 활동이 전부였던 지구에 인류가 태어나고 언어와 마음이 출현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간 데카르트를 위시한 서양 철학에서 마음은 과학과는 별개인 영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데닛은 이를 마음 연구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라 본다.

    데닛은 신경과학, 언어학, 인공지능, 컴퓨터학, 심리학의 최신 성과를 바탕으로 "마음은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 말하며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정의한다. DNA의 진화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 자연과학이라면 마음의 진화 과정을 살피는 것이 과학철학이라는 것이다. 이 "과학과 철학의 정글을 뚫고 가는 험난한 여정"에 닻을 올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50년 이상 이 덤불과 진창을 헤치며 싸워왔다. 그리고 마침내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우리 마음의 '마술'이 성취되는가에 관한 만족스러운―그리고 흡족하기까지 한―설명에 우리 모두 함께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라고 단언하는 믿음직한 안내자와 함께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지적 모험이 될 것이다.

  • 눈에 선하게
    권성아, 김은주, 이진희, 임현아, 홍미정 (지은이) | 사이드웨이 | 2022년 10월 "세상을 글로 그려내는 사람들, 화면해설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서 맹인은 남자에게 대성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달라고 한다. 남자는 TV에 나오는 대성당을 뚫어지게 보지만 설명할 길이 없다. 아주 높다, 아주 크다 같은 뻔한 말만 맴돌 뿐.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시각적인 요소들을 설명하기는 망망한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보이는 것'을 글로 옮겨내는 사람들. 나희도와 백이진이 주고받는 눈빛과 몸의 기울기를, 염미정과 구씨가 흐릿하게 짓는 미소를, 유재석과 전소민이 농담을 주고 받는 동안 자막이 알려주는 추가 정보를 가장 섬세하게 보고 세밀하게 표현해 내는 화면해설작가들이다. 화면을 '듣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이들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모으고 내내 단어들을 메모한다. 대사와 대사 사이 짧은 시간, 화면을 채우는 시각 요소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한다.

    10여 년 간 이 일을 해온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 일에 대한 글을 썼다.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일인 만큼 낯설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이다. 작가들의 업에 대한 진중한 자세와 화면해설 방송을 듣는 시각장애인들의 진심 담긴 후기가 합쳐져, 책은 왠지 로맨틱한 감동을 남긴다. 방송인 이동우는 책을 읽으며 "내내 사랑에 관하여 생각했"다고 하니, 책에 감도는 따뜻한 온도가 역시 주관적 감상은 아닌 것이다.

  • 반도체 삼국지
    권석준 (지은이)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0월 "한국 반도체의 도전과 응전"

    2022년 9월 28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 '칩4동맹'의 첫 예비회의가 열렸다. 미국은 메모리 분야 최강자인 한국,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기술력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갖춘 일본과 함께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봉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은 과거 30년 동안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했던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고 하고, 대만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글로벌 포지션을 더 확고히 하고자 한다. 각자의 셈법에 따라 칩4에 적극적인 미국, 일본, 대만을 바라보며, 대 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약 40%(2021년 기준)에 달하는 한국의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간다.

    세계 프로세서 칩 생산의 83%, 메모리 칩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만과 한국, 반도체 산업 전통의 강자 일본, 막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까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요 국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현재 동북아시아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발생시켰던 페르시아만 지역처럼, 21세기 '반도체 쇼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 등의 변수 속에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동북아시아에서 펼쳐지는 전쟁과도 같은 경쟁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21세기 ‘반도체 삼국지’에서 살아남아 승자가 되기 위해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과 전망, 각국의 주요 어젠다를 망라하여 충실한 정보와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하고 있는 책이다.

  •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은이), 강초아 (옮긴이)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정세랑 추천, 비밀에 짓눌려 침몰하지 않도록"

    아내가 실종됐다. 무작정 찾아간 아내의 직장에서 판옌중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고아라고 한 아내의 어머니가 생존해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에 직장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매달 병원 방문을 이유로 휴가를 내왔다고 한다. 언제나 사려 깊고 차분하던 아내의 모습에서 어떤 비밀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던 판옌중은 배신감에 휩싸여 아내의 어머니라는 사람의 연락처로 전화를 건다. 그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건은 겨우 시작에 지나지 않음을.

    비밀과 금기라는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 목소리를 잃고 침몰하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이들의 목소리를 돌려주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어두운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한다. 책장에서 손을 떼기 힘들 만큼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미스터리 속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날아와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다. 정세랑 작가가 “이 책을 읽고 우샤오러가 지금까지 썼고 앞으로 쓸 모든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라고 추천했고, 여성학자 정희진이 "이 책은 문학이 왜 위대한 언어인지를 증명하면서 문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론이다."라고 상찬한 작품이다.

10.252022
  • 녹스
    앤 카슨 (지은이), 윤경희 (옮긴이) | 봄날의책 | 2022년 8월 ""나의 비가를 온갖 빛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차분한 톤의 박스를 조심스레 열면 192쪽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쭉 이어진 한 권의 책이 자리 잡고 있다. ‘활판공방'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쳐 독특한 형태로 완성된 <녹스>. 펼침 면의 왼쪽 면에는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이, 오른쪽 면에는 오빠를 먼저 떠나보낸 동생 앤 카슨의 상념이 담겨 있다.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이채로움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앤 카슨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2년 동안 오빠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오빠의 죽음을 맞는다. 오빠는 죽고 없지만, 그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존재를 삶으로 불러오기 위해 그와 관계된 파편들을 모은다. 카툴루스의 시 속 낱말 하나하나의 의미를 더듬어 가듯이, 오빠가 썼던 편지, 오빠와 찍었던 사진, 오빠가 남긴 유품 등을 수집하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오려 붙이고, 묻고, 의심하고, 기록하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한 권의 비가를 만들어 나간다. 밤의 단어, 밤의 문장, 밤의 구절로 이루어진 카툴루스의 시와 카슨의 산문은 아코디언이 움직이듯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반짝이는 밤의 비가로 완성된다.

  • 여성, 경찰하는 마음
    여성 경찰 23인 (지은이), 주명희 (엮은이), 경찰 젠더연구회 (기획) | 생각정원 | 2022년 10월 "당신이 생각하는 여경은 없다"

    '여경무용론'은 늘 잠복 상태다. 여경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으켰다고 오해받는 순간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등장한다. 사건의 맥락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간단한 진실에 대중은 관심 없어 보인다. 여경무용론이 일단 머리를 들었다 하면 그때부터는 잔혹한 모욕이 놀이처럼 이어진다. 여경이 필요 없다 말하는 이들 중 여경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평소 여경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은 13%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굳이 인상 쓰며 '무용'을 외치기엔 이미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있는 수준이다.

    '여경무용론'이라는, 논리와 맥락 밖의 혐오. 이제 이 지루한 이야기의 주도권을 바꿔 쥘 때가 되었다. 얼굴 없이 '무능한' 그림자로 비치는 이 13%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이들이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외부로부터 진실을 호도당하고 가치를 저평가받지만, 조직 내에서도 차별받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만,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제 할 일을 해내는 여성 경찰 23인의 이야기가 책에 눌러 담겼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도 이들이 계속해서 경찰의 길을 걸어 나가는 이유가, 걷는 그 길에서 자신을 찾느라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이 글들에서 온전히 느껴진다. 혐오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혐오하는 대상은 허상'임을 단단하게 말하는 책이다.

  • 감정의 뇌과학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은이), 장혜인 (옮긴이) | 까치 | 2022년 10월 "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 아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둔 우리는 가장 먼저 감정의 스위치를 끄곤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에 따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감정적'이라는 말이 어쩐지 미숙하고 비합리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성적'이라는 단어는 옳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실상이 전혀 다르다면 어떨까.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오해받아온 '감정'을 파헤친다. 이성이 목표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감정은 우리가 목표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데이터에 부여하는 가중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두루뭉술하거나, 혹은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일수록 오히려 감정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정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감정을 가지는가?", "감정은 어떻게 발생하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이 지금까지 알아낸 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과 마주하지 않으면 자신과도 마주할 수 없"고 "내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므로.

  •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강은주 (지은이) | 이봄 | 2022년 10월 "이화여대 명강의 <여성과 예술> 강의실로"

    2022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유명 모델 벨라 하디드는 속옷 차림으로 '코페르니'(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딴 브랜드라고 한다.) 무대에 섰다. 스태프 두 명이 그의 몸에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하자 온 몸을 덮은 기체가 섬유가 되어 그의 몸을 가리며 드레스가 된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처럼 포즈를 취한, 흰 드레스를 걸친 몸은 더이상 누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 속 벌거벗은 여성들의 몸을 떠올려본다.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부터 마네의 '올랭피아'까지. 왜 어떤 여성의 몸은 예술로, 어떤 여성의 몸은 외설로 평가받았을까? 누드 이미지에 담긴 젠더 이데올로기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의 다섯번째 수업이 펼쳐지는 강의실로 향해본다. "누드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이상화된 모습에 지나치게 익숙해져"(125쪽) 자연스러운 신체를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강의실에서만 공유되었던 '인생수업'이 25년 만에 단행본으로 공개된다. 이화여대의 교양수업 '여성과 예술'을 맡은 미술사학자 강은주의 관점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시도한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첫 수업 주제부터 '위대함'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생각을 깬다. 연구자이자 강의자인 저자가 다양한 의견과 연구 결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개하는 신중하고 단단한 논리를 따라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마침내 다른 눈으로 본다.

10.282022
  •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은이)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선의, 의미, 희망 없이도 살아가기 위해"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하루하루 번민하며 살아내는 사이에 한 해가 또 꾸물렁 지나갔다. 찬바람 불면 아차 싶지만 남은 시간은 짧고, 올해도 이룬 것 없이 흘려보냈다는 생각에 입맛을 쩝 다신다. 허무는 인간의 유일한 진리. 시간은 녹아 없어지고, 진실은 변색되고, 악은 자주 발 뻗고 자며, 미래는 항상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마음 한편의 휑한 공간엔 늘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을 안고 사는 일은 모두에게 버겁다. 하여, 누구는 외면하고 누구는 허무에 집어 삼켜진다. 양쪽 다 삶을 얼마간 거짓으로 만드는 일이다. 김영민은 허무를 똑바로 보고,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고민한다. 그는 영화와 미술 작품과 책들을 이리저리 이어가며 삶과 죽음, 소멸과 작은 진실들에 대해 말한다. 시니컬한 농담의 옷을 입은 통찰이 구석구석 박혀있다.

    볼프 비어만이 말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사기꾼이나 개자식이 되지 않기 어려운 세상, 김영민은 희망도 절망도 없이 건조하고 담대하게 삶을 관조한다. 허무를 껴안고 살아가는 방법, 그것은 메리 올리버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 여름 아이
    최휘 (지은이), 김규아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해맑은 어린이를 상상하지 마시오."

    '동시'가 주는 인상은 밝고 통통 튄다. 어린이만의 시각으로 본 세상은 좀 더 빛나고 윤택할 것 같다. 음식 모형이 비쳐내는 빛처럼. 그러나 최휘 작가의 시선으로 쓴 동시는 그렇지 않다. 어린이가 가진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여 녹아낸 시구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인다.

    "나는 다 컸나요"라고 물어보는 화자, "어른들은 왜 질문을 이렇게 할까요"라고 의문을 가지는 화자, 성격이 모나지 않다는 말에 "넌 성격이 참 둥글둥글하구나/이런 말, 멍청이 같다는 말로 들려서 싫"다고 말하는 화자. 기존에 어린이에게 요구하는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화자는 항상 무언가를 요구하는 어른들을 향해 "꽃 화살"을 날린다.

    뜨거운 여름에 태어나 뜨거운 마음으로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가는, "여름 아이". 아프면서 성장하는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아름다운 시집이다.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 합격 공식
    최하은 (지은이) | 클랩북스 | 2022년 10월 "방식은 달라도, 공식은 통한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더 자유롭게 공부하기 위해 저자는 중학교 2학년, 만 14세에 학교를 박차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저자는 '학교 밖 공부'를 통해 신나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채워갔지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혼자 공부하며 스스로 깨달아가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큰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기에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 대학에 가자!'

    '1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목표를 세우고 도전한 첫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뤄냈지만, 아쉬움이 남아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내게 된다. 최종 결과는 연세대 당해 연도 '최연소' 합격. 경험도 시간도 경쟁자들보다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차곡차곡 노하우를 쌓아가며 자신만의 '합격 공식'을 만들어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합격 공식>은 저자가 입시를 준비하며 1년 10개월 동안 쌓아 온 데이터를 공식화해 담은 책이다. 저자는 동기, 잡념, 시간, 계획 4가지 키워드를 사칙연산에 빗댄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 냈고, 이를 압축한 '3배속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다. 공부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공부에 대한 관심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자이언트 임팩트
    박종훈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세계화의 종말"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세계는 미국이라는 유일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았다. 그 결과 지난 30년 동안 물가, 임금, 금리, 자원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 경제에 유례없이 특별한 상황이 펼쳐졌다. 새롭게 세계 경제에 편입된 제3세계 국가들에서 자원 탐사와 개발이 크게 확대된 덕분에 자원 가격은 안정되었고,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유휴노동력이 공급되어 낮은 노동비용으로 값싸게 물건을 생산할 수 있었다. 자본의 국경이 사라지고 어디서든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저금리가 오래도록 유지되었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전 세계의 자원과 노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세계화의 시대는 이제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해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와 위안화 국제화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서방 진영과 중국, 러시아 진영 간 패권 전쟁이 가시화되었다. 주요 선진국 내부에서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중산층이 세계화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진영의 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 탈세계화와 패권 전쟁이 야기할 세계 경제의 격변에 대비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국내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 박종훈 기자는 이 책에서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의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최신 글로벌 경제 이슈를 분석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속내, 이것이 세계 경제와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효과가 궁금하다면 저자의 분석에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