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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하는 마음 감정의 뇌과학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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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가를 온갖 빛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녹스
앤 카슨 지음, 윤경희 옮김 /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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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톤의 박스를 조심스레 열면 192쪽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쭉 이어진 한 권의 책이 자리 잡고 있다. ‘활판공방'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쳐 독특한 형태로 완성된 <녹스>. 펼침 면의 왼쪽 면에는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이, 오른쪽 면에는 오빠를 먼저 떠나보낸 동생 앤 카슨의 상념이 담겨 있다.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이채로움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앤 카슨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2년 동안 오빠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오빠의 죽음을 맞는다. 오빠는 죽고 없지만, 그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존재를 삶으로 불러오기 위해 그와 관계된 파편들을 모은다. 카툴루스의 시 속 낱말 하나하나의 의미를 더듬어 가듯이, 오빠가 썼던 편지, 오빠와 찍었던 사진, 오빠가 남긴 유품 등을 수집하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오려 붙이고, 묻고, 의심하고, 기록하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한 권의 비가를 만들어 나간다. 밤의 단어, 밤의 문장, 밤의 구절로 이루어진 카툴루스의 시와 카슨의 산문은 아코디언이 움직이듯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반짝이는 밤의 비가로 완성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앤 카슨은 슬픔을 연주한다. 그는 엎질러도 끊어지지 않는 '계단의 슬픔' 위에서 질겅질겅한 '감정의 질감'을 연주한다. - 박연준 (시인)

녹스-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 사무치게 진실한 것은 어둠을 꿰뚫는 빛이 되고 마는 것일까? - 한강 (소설가)

<녹스>와 비슷한 책을 나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못다가두름”이 고안한 (불능의) 형식은 이토록 아이러니하게 빛난다. 그 빛은 죽음으로부터 온다. 삶은 죽음에게 “온갖 빛으로 가득 채운” 노래를 불러줄 수 없지만, 죽음은 삶을 향해 예기치 못한 빛을 건네기도 한다. 빛은 우리가 직접 채울 수 없는 것. 빛은 그저 은총으로써 오는 것. - 신해욱 (시인)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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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여경은 없다"
여성, 경찰하는 마음
여성 경찰 23인 지음, 주명희 엮음, 경찰 젠더연구회 기획 /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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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무용론'은 늘 잠복 상태다. 여경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으켰다고 오해받는 순간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등장한다. 사건의 맥락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간단한 진실에 대중은 관심 없어 보인다. 여경무용론이 일단 머리를 들었다 하면 그때부터는 잔혹한 모욕이 놀이처럼 이어진다. 여경이 필요 없다 말하는 이들 중 여경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평소 여경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은 13%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굳이 인상 쓰며 '무용'을 외치기엔 이미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있는 수준이다.

'여경무용론'이라는, 논리와 맥락 밖의 혐오. 이제 이 지루한 이야기의 주도권을 바꿔 쥘 때가 되었다. 얼굴 없이 '무능한' 그림자로 비치는 이 13%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이들이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외부로부터 진실을 호도당하고 가치를 저평가받지만, 조직 내에서도 차별받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만,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제 할 일을 해내는 여성 경찰 23인의 이야기가 책에 눌러 담겼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도 이들이 계속해서 경찰의 길을 걸어 나가는 이유가, 걷는 그 길에서 자신을 찾느라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이 글들에서 온전히 느껴진다. 혐오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혐오하는 대상은 허상'임을 단단하게 말하는 책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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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 아니다."
감정의 뇌과학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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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둔 우리는 가장 먼저 감정의 스위치를 끄곤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에 따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감정적'이라는 말이 어쩐지 미숙하고 비합리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성적'이라는 단어는 옳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실상이 전혀 다르다면 어떨까.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오해받아온 '감정'을 파헤친다. 이성이 목표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감정은 우리가 목표에 부여하는 중요성과 데이터에 부여하는 가중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두루뭉술하거나, 혹은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일수록 오히려 감정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정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감정을 가지는가?", "감정은 어떻게 발생하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이 지금까지 알아낸 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과 마주하지 않으면 자신과도 마주할 수 없"고 "내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므로. - 과학 MD 권벼리
추천의 글
감정이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사고를 조종하는지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몹시 흥미를 끌 만한 책이다. 믈로디노프는 설득력 있는 사례와 최신 연구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감정이라는 주제를 꼼꼼하게 파헤친다. 합리성과 의사 결정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점점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밝히는 책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저자 믈로디노프는 심도 있는 연구와 생생한 개인적 일화,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매우 다가가기 쉬운 이야기를 만들어, 복잡한 주제를 독자에게 친근하게 전달한다. 믈로디노프의 주목할 만한 이 책은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개인적 성장을 향한 여정에서 중요하는 사실을 일깨우며 독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 북페이지

재능 넘치는 과학저술가인 믈로디노프는 또 하나의 보석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감정의 본질에 관한 100년도 넘은 오래된 논쟁이라는 과학계의 극적인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독자가 직접 뛰어들게 만드는 매혹적인 이야기이다. 독자는 과학적 발견의 최전선에서 이 모험을 즐기게 될 것이다. - 리사 펠드먼 배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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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명강의 <여성과 예술> 강의실로"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강은주 지음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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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유명 모델 벨라 하디드는 속옷 차림으로 '코페르니'(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딴 브랜드라고 한다.) 무대에 섰다. 스태프 두 명이 그의 몸에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하자 온 몸을 덮은 기체가 섬유가 되어 그의 몸을 가리며 드레스가 된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처럼 포즈를 취한, 흰 드레스를 걸친 몸은 더이상 누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 속 벌거벗은 여성들의 몸을 떠올려본다.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부터 마네의 '올랭피아'까지. 왜 어떤 여성의 몸은 예술로, 어떤 여성의 몸은 외설로 평가받았을까? 누드 이미지에 담긴 젠더 이데올로기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의 다섯번째 수업이 펼쳐지는 강의실로 향해본다. "누드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이상화된 모습에 지나치게 익숙해져"(125쪽) 자연스러운 신체를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강의실에서만 공유되었던 '인생수업'이 25년 만에 단행본으로 공개된다. 이화여대의 교양수업 '여성과 예술'을 맡은 미술사학자 강은주의 관점으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시도한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첫 수업 주제부터 '위대함'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생각을 깬다. 연구자이자 강의자인 저자가 다양한 의견과 연구 결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개하는 신중하고 단단한 논리를 따라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마침내 다른 눈으로 본다. - 예술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노클린은 19세기 농촌 사회에서 이삭을 줍는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며, 밀레의 그림에서 이삭을 줍는 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농촌 사회에서 성가신 반복 노동에 동원되는 것은 주로 여성이었으며,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 여성의 몫일 때 이는 운명적인 자연 질서로 해석된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