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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정수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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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김혜자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어떤 샘이 떠오른다. 마야 유적지에 갔을 때 가이드가 근처에 유명한 우물이 있는데 가 보겠냐고 했다. 처녀의 샘, 혹은 황금의 샘이라 불린다는 얼핏 보기엔 그저 평범한 연못 같았다. 자세히 보니 물빛이 오묘했다. 그 물빛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검푸르고 무언가 귀중한 것이나 깊은 슬픔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듯한 그 물빛에서 그녀를 떠올렸다…… 김혜자. 눈이 예쁜 여배우는 많지만 김혜자만큼 아름다운 눈은 드물다. 예뻐서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그 눈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애정, 연민,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40년 전, 「전원일기」를 쓰게 된 신인 작가라고 연출가가 소개한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김혜자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젊은 사람이 쓰기 힘든 드라마인데,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염려와 함께 사람에 대한 대접이 담겨 있었다. 이름 없는 작가라고 무시하는 대신, “꼭 잘 써 줘요.” 하는 격려와 응원이 담긴 따뜻한 눈빛. 그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쓸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김혜자의 다소 심술궂은 광팬이다. 나는 그녀가 맡은 역에 일부러 대사나 지문을 장황하게 쓰지 않았다. 그녀가, 그녀의 눈이 대본을 보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겨울 안개」라는 드라마도 함께했었다. 그때도 「전원일기」를 쓰고 있을 때여서 새 작품 쓰는 것이 무리라며 사양했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김혜자’라는 말을 듣고 밤을 새며 대본을 썼다. ‘그 깊고 짙은 눈으로 슬픔을 얘기해 본다?’ 「겨울 안개」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시청률이 어떻고 신드롬이 어떻고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김혜자의 눈을 통해 세상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실컷 볼 수 있었기에. 대본 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배우가 김혜자이다. 나는 그녀와 한 약속이 있다. “저하고 한 약속, 잊지 마세요. 마지막 작품은 제가 쓴다고 했었죠?” 그녀의 깊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서 푸른 바닷물을, 영롱한 진주를 한가득 건져 올리고 싶다. 그녀의 우물은 아래로 아래로 깊은 지층을 따라 흐르다가 마침내 드넓은 바다와 만나는 그런 신비한 샘이기 때문이다.
2.
김혜자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어떤 샘이 떠오른다. 마야 유적지에 갔을 때 가이드가 근처에 유명한 우물이 있는데 가 보겠냐고 했다. 처녀의 샘, 혹은 황금의 샘이라 불린다는 얼핏 보기엔 그저 평범한 연못 같았다. 자세히 보니 물빛이 오묘했다. 그 물빛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검푸르고 무언가 귀중한 것이나 깊은 슬픔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듯한 그 물빛에서 그녀를 떠올렸다…… 김혜자. 눈이 예쁜 여배우는 많지만 김혜자만큼 아름다운 눈은 드물다. 예뻐서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그 눈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애정, 연민,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40년 전, 「전원일기」를 쓰게 된 신인 작가라고 연출가가 소개한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김혜자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젊은 사람이 쓰기 힘든 드라마인데, 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염려와 함께 사람에 대한 대접이 담겨 있었다. 이름 없는 작가라고 무시하는 대신, “꼭 잘 써 줘요.” 하는 격려와 응원이 담긴 따뜻한 눈빛. 그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쓸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김혜자의 다소 심술궂은 광팬이다. 나는 그녀가 맡은 역에 일부러 대사나 지문을 장황하게 쓰지 않았다. 그녀가, 그녀의 눈이 대본을 보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겨울 안개」라는 드라마도 함께했었다. 그때도 「전원일기」를 쓰고 있을 때여서 새 작품 쓰는 것이 무리라며 사양했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김혜자’라는 말을 듣고 밤을 새며 대본을 썼다. ‘그 깊고 짙은 눈으로 슬픔을 얘기해 본다?’ 「겨울 안개」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시청률이 어떻고 신드롬이 어떻고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김혜자의 눈을 통해 세상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실컷 볼 수 있었기에. 대본 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배우가 김혜자이다. 나는 그녀와 한 약속이 있다. “저하고 한 약속, 잊지 마세요. 마지막 작품은 제가 쓴다고 했었죠?” 그녀의 깊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서 푸른 바닷물을, 영롱한 진주를 한가득 건져 올리고 싶다. 그녀의 우물은 아래로 아래로 깊은 지층을 따라 흐르다가 마침내 드넓은 바다와 만나는 그런 신비한 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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