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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정경량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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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인문학, 노래로 쓰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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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눈으로 감사하며 바라보는 자에게 가을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가을은 언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헤르만 헤세에게 가을은 어떤 계절일까?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바람이 불어 수풀에서 들리는 풀벌레들의 우는 소리가 유난히 깊어지고, 밝고 푸른 청명한 하늘을 보면 우리의 마음마저 하늘을 닮아 청랑(晴朗)해지는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들을 바라보거나 논밭에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걸 보면 우리의 마음마저 아름답고 풍성해지는 수확의 계절. 이윽고 나뭇잎들이 떨어져 길 가에 흩날리거나 추수가 끝나 황량해진 들판을 바라볼 때면, 어쩐지 스산한 마음이 되어 인생의 가을을 느끼거나 머지않아 다가올 추운 겨울과 죽음도 떠올리게 하는 가을. 여름(7월 2일)에 태어난 헤세는 태생적으로 여름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기에 가을로 접어들어 찬란했던 여름의 태양과 따사로운 온기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 헤세는 여름이 벌써 지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에 젖어들곤 했다. 여름철에 그가 즐기는 일들, 즉 호수에서 수영하고 풀밭에 눕는 일, 저녁에 보트를 타는 일, 정원에서 식사하는 일 등이 끝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을은 안개가 끼거나 비가 자주 내려 을씨년스러운 날들이 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예민하며 건강상으로도 밝고 따뜻한 기후가 필요한 헤세에게 가을은 썩 내키지 않는 계절이었다. 전쟁과 폭력을 거부하고 인류의 평화를 추구한 헤세는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조국 독일을 등지면서 스위스로 거처를 옮긴다. 헤세의 정치적 신념에 의한 일이었지만, 체질적으로도 늘 따뜻한 남쪽나라를 그리워한 헤세의 열망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9월이 되어 가을이 오면 헤세는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의 무상함에 젖게 되어 <구월의 비가(悲歌)>를 읊조린다. 머지않아, 오늘은 여전히 생기 넘치고 바삭거리며 푸르렀던 것들은 모두 창백해지고 추위에 떨며 사라지고, 안개와 눈 속에서 죽어 가리라. 이처럼 가을이 되면 헤세에게는 “해마다 같은 노래의 가을이, 늙어가야 하는 일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러한 가을 속에서도 헤세는 “유혹적인 다채로운 가을의 생각들로 위로를 받는다. 순수하고 밝은 파란색에, 금빛처럼 명료한 하늘에 대한 생각, 은빛 같은 이른 아침 안개에 대한 생각, 붉은 사과와 황금빛 노란 호박에 대한 생각, 가을 색을 띤 숲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는 이제 “과일 수확과 포도 수확을 하는 즐겁고 다채로운 날들이 그런 우울한 날들을 다시 몰아내고, 생각에 잠기고 따스한 수확과 휴식의 느낌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풍요롭고 그윽하게 빛나는 시월이 온다.” 그러니 헤세에게 가을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찬란한 계절이다. 그것은 결국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행복한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이 책에 실린 헤세의 주옥같은 가을 시편과 글에서 우리는 헤세 문학과 삶의 진수를 만나게 되리라.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헤세는 ?이탈리아 쪽을 바라보며? 애틋한 인생의 가을을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과 고독, 사랑과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 그것은 예술의 어머니이다. 내 인생의 가을인데도 그것은 여전히 내 손을 이끌어주고, 그것이 부르는 그리운 노래는 마법의 광채를 드리운다, 호수와 산맥 위에, 그리고 작별을 고하는 아름다운 세계 위에. 평생에 걸쳐 인생의 모든 계절을 노래해 온 헤세는 가을이 되면 유난히도 이렇듯 애틋한 인생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노래했다. 11월 늦가을이 되어 겨울의 문턱을 눈앞에 두게 되면, 헤세는 이제 우리 모두를 위하여 죽음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삶을 노래한다. 너 역시 죽는 것과 몸을 맡기는 것을 배우라. 죽음을 아는 것은 성스러운 지혜이니. 죽음을 준비하라― 그러면 죽음에 끌려가도 너는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리라!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만년의 대작 <유리알 유희>에서 “세계의 깊이와 그 신비로움은 맑고 명료한 것 속에 있다”고 한 헤세. 그것은 바로 “밝고 투명한 푸른빛의 보석 같은 가을”을 두고 말한 게 아닐까. <헤르만 헤세, 가을>과 더불어 헤세가 보고 듣고 느낀 그 가을을 우리 독자들이 함께 느끼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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