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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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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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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이 시집은 시인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뿌리 내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겪게 되는 사건들이 촘촘히 전개된다. 오래 떠났다 돌아온 고향은 더 이상 기억 속의 낭만적인 터전이 아니다. 산천은 의구하지만 모든 게 예전 것이 아니다. 어찌 고향이라고 세월의 변화를 피해 갈 수 있으랴,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달리 보인다. 이런 ‘다름’을 인식하고 펼쳐 보이는 과정이 바로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시인의 눈에 새롭게 포착된 ‘작은’ 사건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돌아가신 부모님 기억, 당숙모, 옥산댁 같은 이웃 어른들, 농사지으면서 알게 된 벌레와 새들, 집 주변에서 자라는 동물과 나무와 풀들…… 이들은 시인의 인식에 불을 밝히며 동시에 ‘함께 살아야 할 의미’를 일깨운다. 이 시집의 독자들은 시인이 펼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풍경의 끝에서 ‘따스한 연민’을 읽게 될 것이다. 혹시 귀가 밝은 이라면, 시인이 세상을 향해 울리는 고요한 “북소리”도 듣게 될지 모른다.
2.
김송포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욕망과 절제’ 그리고 ‘혼돈과 질서’라는 두 길항의 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시인은 현실이 주는 여러 갈등과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모색한다. 이 욕망은 주어진 한계 앞에서 스스로를 억제하고 주저앉힌다. 그에게 세상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절제와 함께 내재화해야 할 숙명 같은 곳이다. 그는 이 혼돈을 헤쳐 넘기 위한 해결책으로 대상에 말을 건다. 다행히 언어는 로고스의 세계, 즉 질서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마네킹에 말을 걸고, 심지어 언어 자체에도 말을 걸고,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말을 건다. 세상의 폐기물, 우리 몸속의 유전자, 썩지 않는 플라스틱 페트병, 접속이 자주 끊기는 신 등, 흩어져 있는 “혼돈의 수렁”에 언어의 “색을” 칠해 주면, 어느덧 그들은 “살 없는 사랑”이 된다. 말을 통해 비로소 활력을 얻고 제자리를 찾아간다.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7월 23일 출고 
세상은 흩어져 있으며 삶도 늘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시인은 이런 파편을 간추려 ‘완벽한 중심’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장문석 시인의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너의 향내와 나의 향내”(「허브 비빔밥」)가 섞이는 시간, 그리고 “같은 진흙탕에 주춧돌을 박고 사는”(「가시연꽃」) 공간을 그린다. 당연히 이를 위한 통합의 수단이자 결국 결핍의 근원이 되는 것은 언어이다. 미지의 당신, 즉 언어를 향한 “나의 기도는 이미 치명적인 중독”(「내 사랑 도미니카 2」)이라 했다. 답이 있지만 결국 그 답에 이를 수 없는 “영원한 갈증”(「내 사랑 도미니카 3」)에 괴로워한다. 이 틈새 앞에서 우리는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거부하며 분노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아파하고 연민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인에 따라 길이 갈리는데, 장문석 시인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적만 남은 내 삶의 토막이 자글자글 냄비 속에서 끓고 있다”(「생선 요리를 하며 문장론을 강하다」), 또는 “사랑도 꿈꾸지만” “퍼덕거려도 이젠 날아갈 수가 없어요”(「계란프라이」)라 고백한다. 삶의 불안과 미혹을 따뜻하게 감싸려 애쓴다. 이순을 넘어 세상을 보는 시인의 눈이 순정해지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7월 23일 출고 
십여 년 만의 시집이라니 간이 많이 배어 있겠다. 시집 표제작 「부끄럼주의보」에서는 시인의 내면을 짐작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를 읽을 수 있다. ‘미끄럼’을 ‘부끄럼’으로 오독하면서, 부끄러움이 어떻게 타자를 향해 번지는지 보여준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하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순정의 부끄럼” 앞에서 “고개 살짝 돌려야”한다. 부끄러움은 바로 이 ‘순정’에 바탕을 둔 것인데, 이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달빛에 꽃잎을 여는 “달맞이꽃”과 같다. 순정을 감추는 마음가짐이 바로 부끄러움의 본질일 터, 내가 수십 년 바라본 김은숙 시인이 바로 이런 분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식물성’이다. 나무나 꽃을 소재로 한 것은 물론이고, 여행 후기나 일상사를 다루는 시편들에서도 식물의 이미지가 은밀하다. “햇살 한 잎 바람의 손짓에도/떨림으로 울림으로 응답하는 것”(「식물성 발화」)이 바로 ‘침묵’을 일으켜 세우는 생명이 된다. 어머니를 “목련”과 “연꽃”에 비유하고, 아버지가 떠난 빈 공간을 “서서히 발효되는 시간”(「마침내 발효되는 시간」)으로 치환시킨다. “꽃이었으며 바람이었고 폭풍이었던 마음들”(「마음곳간」)이 시인의 삶을 두텁게 만든다. 이렇게 식물처럼 한자리에서 환경에 순응하며 오래 인내해야 하는 게 바로 우리 인생 아닐까.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가 간명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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