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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고재종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7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담양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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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매일, 시 한 잔>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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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3일 출고 
이지담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죽음과 노년의 시간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집중하게 된 것은 자신의 마음속 ‘바위’를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언제부턴가 깨부숴야 하는 이 단단한 생각들”은 드디어 깨진다. 그 바위가 깨진 것은 나무뿌리 때문이었다. 나무뿌리가 바위를 갈라서 그 사이로 나무를 키웠다. 바위에 비견이 안 되게끔 연약하기 그지없는 식물뿌리가 바위를 뚫은 것이다.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 바위로 살면서 바위를 품은 비탈의 꽃이 되고 싶었고, 들판의 부드럽고 말랑한 흙이 그리웠고, “흔들리고 싶었던 날들을 키우는 바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엔 “뿌리와 바위를 하나로 묶는 건 부드러운 흙”이었다고 말한다. 시인은 그 바위를 깨뜨리고 나서 침묵 한가운데에서 모든 “경계를 짓는 습관 하나를 지우고 나를 지”운다.
2.
김경윤 시인이 해남에 오려거든 빈 몸 빈 마음으로 ‘싸목싸묵’ 오는 길에 혹여 화산 그 어름 물 맑은 둠벙에선 길 잃은 해오라기와 봄에 떠난 청동오리 가족의 안부도 챙기고, 마음이 몸보다 먼저 달마산 기슭에 이르거든 거기 잠시 가부좌하고 참선도 해 보고, 엄남포나 중리 어름에선 조개잡이 한창인 사람들도 돌아보라고 하며, 가슴에 안고 온 세월의 옹이나 마음의 상처쯤은 평생 외로움에 지친 장구도나 어룡도에게 쉽사리 내비치지도 말 것이며, 마침내 땅끝, 사자봉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앞 단추 두어 개쯤 풀어놓고 그리운 이의 이름을 목 놓아 불러 보라는 것, 그것은 오늘날 자본과 정보에 찌들어 사는 우리 인간의 본래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김경윤 같은 ‘오래된 미래’의 한 생활방식을 사라져야 할 유물로 간주하는 현대 속도 문명인에게 통렬한 일갈을 놓는 풍자이기도 하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3일 출고 
박현덕의 이번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등의 상처인 바,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 이렇듯 마음의 풍경, 상처로 들여다보는 풍경을 체화하는 시법은 전통 서정시의 제1원리다. 그만큼 그것은 근원적인 것으로, 그 근원적인 마음의 행로가 찍히는 풍경을 통해 “먼 길을 끌고 왔던 생”의 본질 추구에 천착하거나, “파도에 휩쓸린” 난파된 삶에 대한 자기 위로나 멘탈 정립, “눈물 버무리면 뼈만 남”거나 “부도난” 마음을 복원하려는 생의 의지 등을 격렬히 피력한다. 그 격렬함 속에 이따금 정제되지 않은 분노나 과잉된 슬픔이 터져 나오는 것까지― 그의 시는 가장 정직하고, 진정성 있고, 성실한 인생론의 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우물」,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은 오고」, 「저녁비」, 「숨비기꽃」 등등의 작품은 이 감상에 부합하는 시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의 이곳저곳에서 ‘독작(獨酌)’하는 시인의 고통들이 사회적 연대의 ‘건배’로까지 적극적으로 나아갈 때 그의 시적 진정성이 더욱 빛을 발하리라.
4.
박노식에겐 시가 사랑이고 사랑이 곧 시다. 박노식의 한 편 한 편의 시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울렁거리고, 서럽고, 맹렬하고, 지독히 아픈 사랑의 고백이다. 그 한 편 한 편 사랑의 고백은 다시 시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 대상을 향한 마음에서 모든 시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실제 인물이거나 아니거나, 시는 이미 상상력의 가공을 거치기에, 다다르거나 가닿을 수 없는 사랑의 환상이기도 하리라. 나이 육십 세를 넘어서까지 사랑의 환상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박노식의 사랑의 우울과 서러움은 이게 또한 지옥이 되기도 하는 걸 어떡하랴.
5.
별로 오래 지탱해 주지 않을 것 같은 고가 한 채를 마침내 마련해서 ‘불편당不便堂’이라는 당호를 내걸고, 그 비좁은 방을 “축복받은 나의 큰 육체”쯤으로 생각한다. 철마다 들풀들을 채취해다 “잡초 밥상”의 ‘사치’를 부리고, 방랑의 유전자를 섬겨 곧잘 “붉은 모란의/ 고요한 순례”를 떠난다. 주일이면 시골 할머니들 교회에 가서 ‘당신들이 곧 하느님’이라고 말해 드리고, 그중 시는 “생음악을 연주하는 소리의 집” 곧 나무와 새가 되어서 “푸른 혁명의 뇌관을 갖춘 씨앗”을 팡팡 터트릴 생태미학적 상상력을 따른다. 불편하기 짝이 없어 불편당인 그 옛집에서 지렁이, 제비 집, 질경이, 왕고들빼기 등과 함께 ‘소농小農’을 하며 새와 구름과 달과 별을 벗 삼아 “우주의 경이를 연주”하는 데에는 “시골살이의 불편도 즐기고 불행도/ 즐기자고 마음먹”은 ‘자발적 가난’ 뒤의 여유다. 생일날 식구들 “흔들리지 않게 하는 지축”인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며, 우리 “그냥 사랑해요 콩켸팥켸 이유 없어요”라고 무심히 말하는 사람, 그는 ‘우주인宇宙人’ 고진하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2일 출고 
김령의 시는 관계와 소통의 단절 속에서 욕망과 불안과 자기 상실의 심리학에 빠져 일탈의 헛된 몽상을 하는 현대인의 슬픈 초상을 수일하게 드러낸다.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심상을 즐겨 드러내면서도 그 표현은 평담하고, 리듬은 단정하며,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것은 혼종과 착종의 언어들로 자기 변설과 사적 표현에 바쁜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에 대응한 소통을 중시하는 데서 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지 못하는 문”이 만든 벽 속에 갇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가족을 통해 소통과 관계의 단절을 얘기하고, “반짝이는 구두”로 대변되는 욕망의 극점에 닿기 위해 “피가 흐르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서도 맞지 않는 구두에 발을 맞추는 여인의 극단적 분투를 얘기하며, 카프카의 벌레가 된 그레고르 잠자처럼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악하는 ‘나’를 통해 현대인의 자기 상실을 거의 민낯으로 드러내는 그 진정성이라니! 그런 슬픈 초상들이 “젊음을 유예하고 노년을 가불해서” 애써 살면서도 늘 원하지 않는 “플랜 B”의 삶을 살 수밖에 없어 “화성으로 가는 편도 여행”표를 끊고 싶은 일탈의 꿈을 꾼대도, 그것은 눈물겹도록 서럽고 또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2일 출고 
김인석 시인의 시에는 시와의 오랜 고투가 격렬하게 묻어난다. 고통, 통증, 비명, 피 등 격정과 울분의 언어가 수시로 출몰하고, “죽창 같은 저 붉은 화살”(「활」)과 “압정에 찍힌 피멍”(「매화꽃이 18을 쓰다」) 같은 비유들은 그 고투 중에 체화한 것들이다. 그런 격렬함이 있기에 그의 고향과 옛집과 섬과 누이와 꽃들에 대한 애틋하고 절절한 기억들은 “환한 호각 소리처럼 밝게”(「낡은 수건」) 빛나고, “보리밭처럼 드러누운 고요”(「응어리지다, 라는 말은」)까지를 지향한다. 하지만 ‘백련암’이라는 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백 년째 부르고 있다”는 진술은 백련암이라는 기호에서 발흥한 펀(fun)적인 기법이라기보다 김인석 시인이 실제 삶과 시에서 그리워하고 있는 어떤 이데아의 주객관적 표현이리라.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3일 출고 
문귀숙처럼 시적재능이 출중해도 “싱크대에 빠진 생쥐”처럼 “비명의 시간을 긁어대는”(「뒷방」) 삶의 비루한 현실에 먹혀버리면 별도리가 없다. “생은 꿈의 부력을 잃는 동안/물먹은 솜이 되기”(「폐업 견적」)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을 구출해내는 것 역시 시이다. “사선을 그으며 쏟아지는 눈 첩첩/세상을 지우고/허공을 찰나로 딛고 선/검은 새 두 마리/제 길을 찾아 물고/사선을 부러뜨리며 솟아오른다”(「비상」)고 할 때 ‘검은 새’ 두 마리는 삶과 시의 꿈이다. 결국 시인은 일요일에도 일을 나온 외국인노동자에게 뚝배기를 파는 「뚝배기집」, 폐업 견적을 내는 자영업자의 절망인 「폐업 견적」, 퇴직자들의 무력감을 다룬 「놀기를 시작하는 봄」, 시장에서 닭을 잡아 파는 여자의 이야기인 「연꽃이 피는 계절」, 그리고 밤늦게까지 손님들의 허풍과 꽃뱀과 끝발과 주사와 넋두리와 함께 불면의 길과 시간을 돌고 도는 택시기사의 삶(「둥근 길」) 등에 자기의 꿈과 시를 연대시킴으로 작지만 소중한 구원에 이른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3일 출고 
시인이 자기의 오랜 고독과 시간의 고투에서 살아남은 자라면, 김애숙은 이 말에 꽤 부응하는 시인이다. 그 끈질긴 자기와의 투쟁으로 몸부림했기에 그는 죽음과 시간과 사랑과 삶 등의 무거운 주제를 관통하면서, 서툴지만 강렬한 임팩트가 있는 그만의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길에서 주운 해진 명함 한 장으로 삶이 마감처리되는 「어떤 기록」의 죽음 인식, “뼈아픈 성찰을 화두로 삼은 수도승마냥” 거대한 벽을 타며 페인트칠을 하는 「벽 타는 남자」의 삶과 꿈, 평생 북처럼 맞고 살았으나 이제 그녀 자신이 ‘난타’를 하며 억울한 삶을 극복해 내는 「북치는 여자」의 여성성, 그리고 “바람을 정독한 햇살”이라는 문장을 뽑아낸 「햇살의 무늬」의 생태미학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무겁고 큰 주제들을 좀 더 활달하고 자유로운 목소리로 노래할 때가 있으리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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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경의 시는 대다수가 모호성 속에 존재한다. 모호성은 시적대상에 대한 주체적 사유의 몸부림에서 온다. 이 몸부림은 평범성과 상식성 속에 갇힌 삶과 세계에 대한 시적 진실을 톺아 내고자 하는 백열된 정신력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녀의 시는 그 주제가 세 갈래 정도로 나뉘는데, 먼저 「맨홀」, 「계산대 위의 단상」, 「노상의 시간」 등 “누구 하나 아래를 향해 안부를 묻지” 않고 모든 “신상이 털리면서도” 맨홀에서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노상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을 모두 통닦구이통에 돌돌 돌려서 “삶의 착색된 폐유를 빼버리면 젠틀한 신사가 될까”라고 묻는 시들이 있다. 다음으로 「엄마의 팬티는 몇 호일까」, 「권태기의 이력」, 「밤송이를 들여다보며」 등의 시는 엄마의 ‘여자’에 대한 물음이나 “강퍅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원시적이어서 연필에 긁힌 갱지 같았다”는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탐색을 통해 ‘여성성’을 드러내려는 경우이다. 그리고 「마지막 잎새」, 「day care center의 아침」, 「파랑새는 어디에서 날개를 접을까」 등 “답답한 터널을 통과하”지만 “기다림 없는 출구” 속에서 절망과 사랑을 앓는 복지 대상자들의 이야기가 여러 시에서 노정된다. 어느 경우나 그녀의 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시를 출발시킬지라도 시적진실이 실존적 각성이나 세계에 대한 깊은 물음에까지 가 닿도록 하려는 치열한 방법론을 들이대서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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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선생은 우리나라의 창조적 교육실험을 하는 교육운동가다. 대안학교를 세 곳이나 운영한 그 고독과 열정은 자본주의적 인간형을 만들고자 하는 공교육의 커리큘럼에서 소외된 많은 청소년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주체적 자유의지에 근거한 《앎과 삶의 일치》, 소통과 대화를 통한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지혜》추구라는 교육의 본질을 구현코자 한 지난한 고투였다. 그런 선생은 최근 《죽음의 집》에서 돌아온 이력을 추가한다. 심장판막수술, 간이식수술, 뇌수술 등 인간 신체의 핵심을 담당하는 곳의 수술을 여러 차례나 받고도 불사조처럼 살아낸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그런 실존의 고독과 고통에 대한 진정성과 핍진성의 극한 기록이 이 시집이다. 아울러 그런 개인적 목숨 값의 엄중함을 통해 이웃들의 모든 아픔에 참예하는, 어쩌면 너무도 당위적인 연민과 희망의 실천은 들뢰즈가 말한 소위 《육체적 고통이라는 사건》의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어떤 경우든 이미 발생한 일이 사실이나 사고보다는 《사건》으로 끌어 올려져 그것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의 황홀을 경험케 하는 것! 그것이 김창수 선생의 이번 시집의 《사건》인 것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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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영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시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이고, 수묵화며 캘리그라피를 하는 미술애호가이자 무엇보다도 시에 정진하는 시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시 「물 위의 현弦」에서는 악기를, 「유성처럼 떨어지는」에서는 시를, 「날이 갈수록」에서는 소리를, 「미롱의 꽃」에서는 우리춤을 하는 여러 예인들이 예술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인 '미롱媚弄'의 득의를 위해 목숨을 건다. 그만큼 그의 예술에 대한 다양한 꿈을 확인할 수 있는 시들인데, 사실 그의 아들과 딸마저도 연극과 국악 그리고 미술을 전공하는 학도인 걸 보면, 신남영은 예술의 신인 뮤즈에 들림 받은 게 틀림없다. 한데 그의 시적 소재들도 매화음, 몽유 선유도, 모란 앵무, 목어, 제비꽃, 거문고, 누란, 청장고원 등 매우 전통적인 것들로 이것들이 요새 부박한 혼종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예의 단아한 품격과 진정스런 공경의 자세로 우리를 시서화악詩書畵樂의 세계로 고즈넉이 초대하고 있거니, 그가 평소 술을 하지 않는 이유가 이미 '예술의 술'에 대취해 있기 때문임을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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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내면과 고즈넉한 삶의 옆, 그 먼 거리를 가다 임혜주의 시는 겉으로는 단아하고 기품이 넘쳐흐른다. 한데 그 내면은 바람의 등뼈를 구워먹고 생명을 풍장하는 “그리움의 오랜 후예”인 사막남자를 사랑한다. 그런 남자에 게 상처를 옮길까 봐 그를 안지도 못하던 가슴 한복판의 ‘물집’이 화농으로 굳어진다. 풀벌레처럼 푸른 ‘울음옷’을 입고 온몸이 쓴맛으로 배어들도록 운 다음에야 “푸른 독 스민 쓰디쓴 쓸개에/ 새겨지는 문신 같은 말, 당·신”을 부르게 되는 사랑! 그 치열한 열정은 물론 삶이라는 이름에 다름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사는 게 뭘까요?”라는 “절박한 고리” 같은, 혹은 “치부를 다 드러낸 자의 절망적인 웃음처럼” “시커먼 입을 온종일 아, 벌리고 있는” 삶의 물음과 허기는 얼마나 깊고 깊던가. 결국 겨울소나무를 통해 “척추까지 닿던 서늘한 한기”를 되레 묵직한 ‘빽’으로 여기게 되고, 광풍과 맞서 공중에 정지해 있는 새를 보고 “어떤 극점을 넘어서는 1mm 만큼의 안간힘을” 수긍해 버린 다음에야, “오래 묵은 접신처럼 / 얇은 것들이 나누는 조용한 짝짓기 같은” 저녁숲의 온기를 얻거나, “늦은 봄 돌담에 기댄 졸음같이” 삶의 ‘옆’을 고즈넉이 지키게 되는, 그런 시인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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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으면 문학이 아니라고 했던가. 김미승의 시들을 보면 슬픔을 넘어 가슴에 사무치는 바가 심원하다. 뻘밭 위를 기어본, 간 쓸개 빼놓고 살아온, 날개 꺾인 채 바닥을 달려온, '것들'의 삶에 명치끝이 막힌다. 사무침이 예술과 미학이 되는 수일한 본보기들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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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온통 ‘산행’과 ‘여행’의 시들로 붐빈다. 물론 그의 산행과 여행은 단순히 건강 도모와 휴가를 위한 등산이나 관광이 아니거니와 마치 길 위의 인문 정신 궁리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모든 사물은 제 몸에 시간과 역사를 아로새긴다”는 그의 시구처럼 산행과 여행 중에 접하는 수많은 존재들 속에서 시와 철리를 건져 올리거나, 풍상에 울고 웃는 개개인간의 시간을 보고 이름 없는 백성들의 “늘 아픈 역사”를 사유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풍물 속에 마음을 내려놓거나 활짝 열어서는, 그 속에서 자연스레 펼쳐지는 가지가지 생태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인간의 도리와 삶의 희망을 단도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거대한 힘도 자연이 내는 묵음의 소리를 가둘 수는 없다”는 그의 단호한 발언처럼, 그의 산행과 여행의 궁극은 자연의 묵음과 그 속 어디서든 멈추지 않는 우주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구도행에 다름 아닌 걸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이는 “환자가 경전”이라는 의사 시인 김완의 아주 신실하고 웅숭깊은 매력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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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의 시는 거친 갱지에 철필로 꾹꾹 눌러쓴 것 같다. 소박하고 평담한 만큼 진정성으로 넘쳐나는 철필로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삶과 꿈을 또박또박 적는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민중에 대한 자전적 시들을 놓아버리지 못하는데, 그 시들은 대상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할 터. 어쩌면 그의 시들은 시인을 꼭 닮았다. 나는 이봉환을 만나온 이후로 그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해석하려 드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미소로 가만가만 말하는 그는, 화려한 이미지와 능변의 진술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제련되지 않은 원석이다. 그 진정과 순수가 뿜어내는 소박미와 평담미의 시학은 시인의 표현대로 “삼동에 식구들 덮을 이불 꿰매려”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순정하다.
1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1일 출고 
시로 꿈꾸고 시로 상처 입고 시로 깨닫고 시로 다시 일어서는 안오일 시인이 드디어 첫 시집을 냈다. 그녀에게 시는 그 빛이 무덤인 줄 알면서도 생의 가장 찬란한 한 순간을 향해 빛으로 달려드는 메뚜기의 날개다. 그녀에게 시는 백 개의 혀로 사랑하는 이의 백 개의 가시를 뽑는 티티새처럼 형벌을 형벌로 다 살아낸 뒤 비로소 ‘내’가 되어 날아오르는 운명이다. 그 운명의 시로 그녀는 너무 낡아 밑으로 물을 흘리는 냉장고를 보고 그 가족들의 냉장고를 운영했던 어머니의 요실금을 화려한 반란으로 읽는다. 그 시로 상처 난 사과에서 되레 더 진하게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내’ 상처도 타자들을 풍성하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의자를 고치다가 연결 부위에 고이게 마련인 피로를 보면서도, 또한 포옹하는 사람의 등을 보고서도 품는 것은 짊어지는 것이라는 애절한 사랑의 전언까지 들려준다. 담담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갖가지 존재나 사람살이에서 세계에 대한 가장 깊은 곳, 곧 진실을 묘파해내는 안오일 시인의 시와 삶에 대한 진정성이 요새 젊은 시인들에겐 보기 드물어서 무척 미덥다.
1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3일 출고 
그는 자연 그대로, 시계 밖에서 살며, 교육자의 시간 외에는 이웃농민들과 함께 전통적 농사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산다. 삶을 사는 데 있어 모든 것은 ??아주 조금만 필요하며 그것도 영혼에 바치는 일만큼 고상한 일이 있을까???라고 에머슨은 말한다. 그리고 이 말뜻을 아는 사람들만이 단순함과 소박함이야말로 사람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요 덕목이라는 것도 안다. 송만철은 이런 삶을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꽉 찬 시로 기록하고 또 표현하고 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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