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박판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3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함양

최근작
2014년 11월 <날개 돋친 말>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7월 29일 출고 
추사 글씨 보러 봉은사에 가끔 간다.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다가 이제는 보는 듯 마는 듯 보고 돌아오는 일도 있는데 이번 설에 갔다가 그 글자 밑에 가서 뚫어지게 보다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글자가 피카소 그림처럼 늙은이와 어린이가 같이 들어 있는 느낌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천진한 얼굴은 어디로 가고 귀기가 서려 있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금박 떨어진 부분은 지금 누구누구의 몸뚱이의 티끌이 되었을까? 선생님 시집 얘기를 해야 하는데 웬 추사 글씨 타령이냐고 독자들은 묻겠지만, 추사 글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새벽녘 고요는 뼈나 근육도 없이/그냥 그대로 그린 듯 앉아 있다”(「새벽 고요는」). 추사 글씨 금박이 여기에 떨어져 있어 집으려는데, “찻숟가락을 집었는데 그놈은 제멋대로 탁자에 떨어져 구른다./세면대에서 틀니를 닦다가도 놓친다. 낙하한 타일 바닥에 쨍그랑 나뒹군다./그때그때 실착으로 물건들을 놓치고 나서는/이건 해탈이다 해탈이야……”(「손에 관한 명상」). 선생님 만나 뵙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선생님, ‘수선화 걸레질’은 ‘중봉’으로 잡는 것 아니지요? 여전히 세상은 “지옥철 출근하고 어깨 맞부딪치고 밀치며 아귀다툼하듯/커피 컵 들고 희희덕거리며/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데(「낮달이 뜨는 방식」) 선생님은 삭발을 감행하셨다. 깊고 시원한 가을 하늘 기대하고 시집을 펼쳤는데, 시집 속이 아비규환이다. ‘노숙자 얼굴을 재삼 들여다보는 실종된 아들 찾는 아비의 눈 한짝’(「대야미역 대합실에는」), ‘예초기에 잘려 시산혈해를 이룬 허벅지 잘린 방아깨비, 더듬이 뭉개진 사마귀, 또 무언가의 떨어진 귀때기들’(「죄의 빛깔」), ‘시와 농사가 하나라고 뒤엎은 생흙’(「도시농부」). 선생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다. “이 가을 찬비에 온몸 쫄딱 젖은 늙은 고양이가/절집 처마 끝에 은신해 그 비를 긋고 있다”(「내 안의 절집」). 계획대로 잘 안 되는지 시가 집 나간 고양이처럼 선생님 말은 안 듣고 좀 놀고 싶은 젊은 애들처럼 제멋대로 이리 튀고 저리 튄다. 늙었는데 젊거나 젊었는데 일찍 늙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