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연구자. 문학평론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연세대 국학연구원을 거쳐,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로 있다. 『문예중앙』 『작가세계』 『21세기문학』 『문학웹진 뿔』 『웹진 비유』 기획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광장과 젠더』 『올빼미의 숲』 『하위의 시간』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 『분열하는 감각들』 『문학청년의 탄생』 『부랑청년 전성시대』가 있으며, 공저로 『#문학은_위험하다』 『비평 현장과 인문학 편성의 풍경들』 『감성사회』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감정의 인문학』 등이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작정 읽고 쓰는 것이 좋았던 시절을 지나, 내내 문학과 비평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시간의 기록들이다. 개별 글들은 포스트모던한 소비사회로, 자본의 글로벌화로, 문학의 생존을 말해야 하는 시대로, 권력이 폭력으로 이해되는 시절로 움직이고 있던, 이른바 변화하는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들이기도 하다. 초조하고 심란하거나 조급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혼란스러운 변화의 국면들을 추적하고 가늠해본 기록들은, 하나의 글이 던진 해소될 수 없는 질문들이 다른 글들에서 반추되고 재질문되면서 문학과 비평에 대한 두꺼운 질문지의 형국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두꺼워지는 그 질문의 갈피에서, 장소에 깃들어 있는 시간의 층차들이나, 점유하거나 배제된 자들에 의해 다르게 이해되는 장소 자체의 속성과 조우하게 되었다. ‘다른 것the other,’ ‘다르게 하는 것difference’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시작과 끝이 따로 없는 개별 글들에서 다른 사유와 상상을 요청한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분열하는 감각들을 아로새기게 되었다.
분열하는 감각들 사이에는 예로부터 있어왔으나 많은 이들에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으며 대개의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여전히 그것들 사이에 그어진 실금보다는 그것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몇 가지가 더 강조되는 세상이라서인지, 분열이 달팽이처럼 더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실금을 지우거나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the others’을 볼 수 없게 하는 어떤 힘이다. 그러니 ‘다르게 하는 것’을 막는 그 힘은 어떤 종류든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의식이든, 이념이든, 감각이든 이 모든 것이 단지 개별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평은 그것들을 개별화하는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하여, 이 책에서는 그 분열과 희미한 실금들이 만들어내는 파동의 정치학에 기대어 미래의 문학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개별적인 것의 특이성sigularity은 좀더 오랫동안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도래할’ 문학의 얼굴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다른 것,’ ‘다르게 하는 것과 관계하는 문학과 비평을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할 것인가, 비평가의 눈을 믿지 않는 시대의 비평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하는가, 문학과 비평의 미래는 어떻게 가늠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분열하는 감각들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 허공을 떠돌던 언어들이 하나의 문장이 되어 나에게 온다. 떠도는 언어들은 내가 접하고 있는 세계 혹은 대상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자 과거의 사유/상상으로부터 온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피부로, 머리로, 문자로, 대화로 만난 모든 것이 실패의 기록일 뿐인 보잘 것 없는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들 혹은 그것들 모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