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인천에서 거주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 『촉진하는 밤』과 『마음사전』을 비롯한 다수의 산문집을 썼다. 제10회 노작문학상, 제57회 현대문학상, 제12회 이육사시문학상, 제21회 현대시작품상, 2024년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요한 물속에서 듣는 내 숨소리를 자주 그리워한다.
즐기다가, 매혹되다가, 홀려버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에 나는 행복했다. 그 행복 때문에 몸이 아팠었다.
세상의 자질구레한----그러나 나에게는 위대했던----변죽들에게, 황홀하게 흡입되고, 또한 침식되는 것. 침식된 자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침윤하고 침식하는 것.
이것은 새롭게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이끌려 망가질 수밖에 없는 자들이 체득한, 어쩌면 유일한, 접신술이다.
그저 ‘호흡’하다가 내 몸 속에 빨려들어온 것들. 그리하여 나를 만들어버린 것들. 무너지고, 쏟아지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 그 불순하고 찰나적인 것들이 나에게 위로한다.
“너는 내 자식이다. 그래서 내 젖을 빨게 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착하고 지고지순한 노래들이 아무 의미 없이 여겨지는 이 천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