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식이와 김만도는 내가 쓴 첫 습작
「눈꺼풀은 왜 떨리는가」에 나온 인물들이다.
9년 만에 다시 만났다.
‘스모킹 오레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메모했다.
첫 문장을 쓰는 데 6년이 걸렸다.
계속 쓰면 길이 생긴다고 믿으며 썼다.
그런데 요즘은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뒤를 돌아보면 내가 온 길은 길이 아니다.
둘러보면 모든 것이 무너져 있다.
그래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신기하다.
요즘엔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빈속이 아우성을 치면
닥쳐, 하고 조용히 타이른다.
오늘은 비가 오지만 곧 무더워질 것이다.
추운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미안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2020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