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젊은 사람이 쓴 글이 아닙니다.
인생을 가을까지 살아버린 사람이 쓴 글입니다.
봄에 씨를 뿌려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아 추수가 끝난 빈 들, 그 빈 들에 서 있는 잎도 열매도 떨구어버린 나무와 같은 사람이 쓴 글입니다.
그 사람이 십 대에 들었던 한마디가 어떻게 일생을 관통하는가를 소설이란 그릇에 담아 본 글입니다.
무슨 인연인지 나는 평생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평해주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작가들이 글을 쓰면 순수한 독자로서 평판해 달라고 해서 그건 했지만 내가 소설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또 그것이 당선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나에게서 맑고 시원한 옹달샘이 마르지 않고 흘러나와 누군가의 목을 시원하게 축여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