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준 최고의 선물, 훈민정음
하루는 운전을 하다 옆 차선에 ‘불금홍대주차쫑내는법’이란 포스터를 달고 달리는 버스를 보았다. 처음 보는 글귀였다. ‘홍익대학교 근처에 주차를 하면 큰일 난다는 뜻인가? 이상야릇한 말도 있군’. 나는 얼굴을 짱당그렸다.
그날 만나는 사람마다 그 뜻을 물어보았다. 모두들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그 다음 날, 수업 중에 6학년 학생이 무슨 말 끝에 ‘개이득’이라고 했다. 이 것은 또 무슨 뜻인가? 그 말을 한 학생한테 그 뜻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학생이 ‘개’는 완전‘이라는 뜻이며, 전체를 풀이하면 ‘완전 이득을 봤다’를 줄여서 한 말이란다. 이외에도 ’응 그래’, ‘안물’, ‘안궁’ 등 뜻도 모를 말을 학생들은 예사롭게 입에 올리고 있었다.
그 즈음 받은 책이 박해진 선생님이 쓴 『훈민정음의 길』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꽤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학생들에게 훈민정음이 걸어온 길을 알려 주어야한다는 사명감이 샘솟았다. 그러나 훈민정음이 조선의 오랜 역사와 맞물려 있기에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일단 박해진 선생님을 만나 『훈민정음의 길』을 어린이용으로 쓰고 싶다고 했더니 쾌히 승낙하셨다. 그 때부터 자료를 뽑아 원고를 써 내려 가기 시작했다.
훈민정음이 걸어 온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사대주의 사상에 물든 신하들의 무수한 공격에 시달렸고, 연산군은 훈민정음으로 된 책을 모조리 불태웠으며, 일제시대에는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려고 우리의 말과 글을 못 쓰게 했다. 그래도 훈민정음 죽지 않고 꿋꿋이 버텨왔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 훈민정음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것이다. 그리고 온갖 고난을 겪으며 걸어 온 훈민정음의 용기에 머리가 숙여질 것이다. 훈민정음을 사랑한 조상들의 의지와 용기가 그렇게 만들 것이 틀림 없다.
세종이 혼신의 노력으로 만든 훈민정음을 여러분들의 마음 밭에 심고 속눈을 틔우고 덩굴을 뻗게 하자. 그러면 훈민정음을 욕되게 하는 뜻도 모를 말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여러분들을 위한 책이라 참 쉽다. 조선의 역사와 함께 훈민정음이 나무가 물관을 통해 물을 뿌리에서 줄기로 또 잎으로 옮기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조선의 역사도 아울러 알게 될 것이다.
학문의 대가인 ‘토마스 아퀴노 성인’의 말씀으로 끝을 맺는다.
“어떻게 하면 학식을 높일 수 있느냐. 우선 책 한 권을 읽으십시오. 그리고 읽거나 들은 것은 이해하도록 힘쓰시오. 혹시 의문이 생기거든 확실히 알 때 까지 노력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