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위원회와 청운대학교 방송영상산업학과에 재직하였으며,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한국언론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커뮤니케이션핵심이론>(2023, 개정판, 공저), <미디어플랫폼의 이해 - 방송에서 메타버스까지>(2022), <새로운 방송론>(2017, 공저), <뉴미디어 뉴커뮤니케이션>(2014, 공저), <현대매스미디어의 이해>(2004, 공저), <방송산업과 정책의 이해>(2002)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코로나19가 국내 영화 VOD 공급구조에 가져온 변화와 함의 : 홀드백 구조 변화와 갈등이슈를 중심으로”(2021), “글로벌 OTT의 확산에 따른 미래 예측과 정책 대응”(2020), “방송정책의 ‘사회적 가치’ 구현에 대한 평가”(2019), “방송법 개정 역사를 통해 살펴본 ‘방송정책수단’의 변화와 함의분석”(2018) 등이 있다.
머리말
플랫폼은 생존재이다. 플랫폼 없이는 일하기도 밥 먹기도 놀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이 책은 디지털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재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플랫폼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플랫폼의 산업 경제적 기능과 역할이야 차고 넘치지만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치열하지 않다. 대개 미디어와 관련된 논의나 정책은 산업 진흥적 관점에 치중되어왔었고 저자 자신도 그 분야를 전공으로 삼아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용자 관점의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세상을 살아갈 때 인지해야 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 쪽의 연구 동향이나 활동과 비교해 볼 때 활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성 역시 산업적 관점의 진흥과 혁신에 치중할 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사회 문화적 위험 관리나 이용자 또는 시민 권리 보호적 측면의 정책 진전이 더딘 편이다. EU 국가들의 정책 문제에 대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권위 있는 분석과 연구를 제공하고 있는 EPRS(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가 2021년 발간한 보고서 <Online platforms: Economic and societal effects>를 보면 우리의 미디어 정책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관점에서 어떤 정책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의 경쟁과 혁신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 증진과 노동 여건의 개선 및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책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설탕이나 조미료같다. 이는 치명적 유혹이다. 편리하고 달콤하고 입에 딱 맞는 음식 같은 존재이지만, 설탕의 치명적 유혹에 넘어간 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플랫폼 역시 예기치 않은 병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 SNS 플랫폼의 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논란이 이를 말해준다.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하여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이슈를 다루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으며, 플랫폼 기업과 국가가 이용자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던지고자 하였다. 디지털 플랫폼이 가져오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거부하자는 반기술주의적 러다이트(Luddite) 관점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 제반에 미치는 영향력 차원에서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함이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나누어 총 9개의 챕터로 구성하였다.
제1부(1장, 2장)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생존재로 규정하고 그것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다. 특히 2장 ‘글로벌 플랫폼의 초국가적 지배’에서는 플랫폼의 지배력이 AI의 지배력으로 그대로 이어지면서 플랫폼의 승자 독식 구조가 AI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제2부(3장-6장)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이슈를 크게 커뮤니케이션의 왜곡, 의식의 산업화, 노동 위험 관리의 개인화, 디지털 식민화에 초점을 맞추어 디지털 플랫폼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반 위험 이슈를 다루었다. 특히 이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보다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였다.
3장 ‘커뮤니케이션 : 왜곡’에서는 ChatGPT의 사회적 파장, 공론장 기능의 변화와 해체, 소셜미디어의 관계 왜곡 등 초연결사회의 병리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살펴보았다.
4장 ‘소비 : 의식의 산업화’에서는 개인 데이터를 수익의 원천으로 삼는 플랫폼이 우리의 관심사를 더욱 추적하면서 나타나는 주목 경제 혹은 데이터 경제의 작동 시스템과 그것이 가져오는 의식의 산업화 현상을 다루었다.
5장 ‘노동 : 위험 관리의 개인화’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더 유연한 형태의 긱 이코노미를 가져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6장 ‘시장 : 디지털 식민화’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의 세계적 지배력이 미디어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의 식민화를 초래하고 있는 현상을 다루었다. 디지털 식민주의는 영토 식민주의와는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식민주의로서 특히 경제 빈국인 남반구의 디지털 자립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전 세계 지배 역시 자국 미디어 플랫폼 시장과 콘텐츠 시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3부(7장-9장)에서는 디지털 시민권 보호를 위한 노력과 제도적 장치를 설명하였다. 2부의 4개 장에서 다룬 각 영역별 문제에 대해 개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을 생존재로 안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플랫폼 기업과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구체화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특히 지금까지 출간된 경제 산업적 관점의 플랫폼 관련 저술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해 공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다루었다.
이 책을 통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려는 예비 수험생이나 전공자 그리고 일반인들이 우리 사회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현상에 대한 이해를 플랫폼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관련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해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의 저술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대형 서점에 가서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 꽂힌 저술들을 살펴보면 미디어 학문 분야의 위상이 더욱 축소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미디어 플랫폼적 관점에서의 저술 발간이 보다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OTT는 물론 소셜 미디어, 포털 미디어,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최근 미디어를 관통하는 핵심 기제는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경제 산업적 관점에서만 다루게 되면 미디어 플랫폼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놓치게 되며 정책 방향성이나 정책 과제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플랫폼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저술의 발간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 한국방송학회와 GS리테일의 지원에 감사함을 전한다. 책을 출판하기 직전 책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리뷰를 해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플랫폼산업정책연구회의 회원 여러분께도 학문의 동반자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을 쓰는데 참고한 저술과 논문, 기사 등의 원저자에게도 감사함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강성곤 전KBS 아나운서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 책을 출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출판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ChatGPT까지 등장하여 책을 출간하는 일이 출판사에 경제적 보상을 주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결정해준 형설출판사의 장진혁 대표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2023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