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했다. 1970년 <문화비평> 에 <詩人의 屛風> 외 4편을 발표하고 1972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1988년 강원문학상, 1990년 제22회 한국시인협회상, 1994년 제6회 정지용문학상, 1996년 제1회 시와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1년 5월 60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시집으로 <詩人의 屛風> <늘 문을 두드리며> <몸은 지상에 묶여도> <밧줄> <시인을 꿈꾸는 아이>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 <별이 비치는 지붕> <별까지 가면 된다> <새벽 꽃향기> <향기나는 밤> <절정의 노래> <벌레시인> <山詩>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등이 있다.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상을 건너갈 수는 없을까. 요즈음은 이것이 내 작은 꿈의 하나이지만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얼마나 큰 욕심인가. 구름은 이런 생각 없이도 밟으면 산이 깨끗해지고 풀과 나무와 사람이 맑아진다.
그 길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를 지우고 지워서 닿은 세계. 마침내 형체가 다 지워지고 적막한 저녁 하늘 끝에 안타깝게 떠오른 한 줄기 능선. 울음 같은 그 노래. 여기 시편들은 그 길을 찾아가는 이 땅의 누더기 옷이다.
입고 갈 수 있는 누더기 한 벌. 이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가. 달빛 속을 걸을수록 누더기는 눈부시다. 이제는 달빛 길로만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