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우체국장으로서 영화 보고 글 쓰고 강의와 상담도 하는 칼럼니스트이며 영상영화심리상담사(1급)도 병행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년여 동안 힐링시네마를 강의하며, 그간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에 영화치료 칼럼을 2백여 편을 게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영화치료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색적이며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현재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이자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영화에세이 <울면 지는 거야>와 영화 치료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영화치료의 기초: 이해와 활용>(공저)가 있다.
“울지 마! 바보같이 왜 울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는 울음이 헤픈 나를 보며 이렇게 나무랐다.
그러나 나는 계속 울고 다녔다. 얻어맞고 울고, 달리기 꼴찌해서 울고, 옥수수가루 죽 배급 안 준다고 울고, 웅변 연습하다 울고…….
눈물 흔적을 지우려고 냇가로 달려가 세수를 하고 집에 가면 이번에는 어머니가 왜 울었냐고 다그쳤다. 걸핏하면 우느냐고 혼나면서 또 울었다.
자라면서 울음이 차츰 줄었다. 없어진 게 아니라 억눌러 참은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우는 일이 눈물 한번 흘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첫사랑이 고무신 바꿔 신었다고, 일이 안 풀린다고, 몸이 많이 아프다고……?
대학원 후배인 김광화(金光花) 스님은 나를 볼 때마다 눈물을 쏟아내라고 말한다. 몸이 눈물로 가득 차 있다며 성화다.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이렇게 물으면 “저도 우는 데 많은 시간을 쓰거든요.”
라며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는다.
후에 다른 자리에서‘평상심’이라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평상심이라!
어느 날 안구건조증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인공눈물을 넣으며 울음은 눈물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 안 깊숙이 스며드는 놈이 있고, 한숨과 함께 입을 통해 빠져나가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긴 대롱 타고 악착같이 머리끝까지 올라와 눈언저리를 달궈놓는 놈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울음. 그 알 수 없는 원천. 억압, 자존심, 두려움, 슬픔, 고통…….
에둘러 말하면 이는 삶이다.
그러기에 예술치료가‘닐(Knill)’은“고통이 오는 것을(Come In To Be) 내보내는(Passing Away)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 감정 사용법≫이란 책은‘발산의 형태로 감정을 과도하
게 표현하는 것은 동시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루디야드 키플링’의 이란 시 한 구절을 놓고 눈망울을 굴려
본다.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어디서 무엇으로 이 기술을 연마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찾은 것이 영화다. 공허함을 있는 그대로 떠맡기기에 더없이 좋은 기제라 생각하고 빠져들었다.
‘한국영상응용연구소’로 달려가 영화치료를 공부하였고, 지금은 강사가 되어 많은 사람과 만나고 있다. 울음을, 생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영화, 그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브릿징하다 보면 내 안 깊은 곳에 이르게 되고 빗장도 풀게 된다.
일본 영화 은 주인공에게 “울면 지는 거야. 사랑해도 지는 거야. 이겨도 지는 거야.”라고 말한다.
한편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우리 영화는 뇌성마비 청년 시인을 통해 울음의 다른 차원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나 때문에 울지만, 나는 나 때문에 운다.”라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니 컴컴한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울음을 토해내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전북도민일보≫에 를 1년 6개월간 연재했다. 많은 해법을 제시하는 영화를 안내하면서 보람을 느꼈기에 56편의 영화를 골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
글은 여섯 개 소제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또 본문 내 부제는 영화의 대사를 많이 사용하였다.
책을 통해 자기조력(Self Help)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부족한 필력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넓어질 것으로 믿는다.
“너는 생각하고 우냐?”
신문 보다 말고 들이대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녀석! 울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