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을 전공한 뒤 신문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만화가의 꿈을 좇아 만학도로 만화예술과를 졸업했습니다. 만평을 그리면서 처음 만화와 인연을 맺은 이후,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사이언스 타임즈]와 [매일경제]에 ‘만화로 읽는 과학 상식’, [중앙일보]에 ‘고윤곤의 패밀리 카툰’, [EBS 매쓰]에 ‘수학 열차’와 ‘수학사’ 등을 연재했습니다.
그간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우수 과학 도서’로 선정된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과학 교과서』(전 2권), 『만화 EBS 수학 교과서』(전 3권), 『선생님도 헷갈리는 수학』(전 3권) 등을 비롯해 주로 과학과 수학에 관련된 학습 만화를 쓰고 그렸으며,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과학에 대한 만화를 만든 지도 20년이 되어 가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과학과 별 인연도 없었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덤볐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이쯤 해 오니 요즘엔 팔자였나 하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어쨌든 과학 공부를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지 제 눈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거죠. 커 가는 아이에게 해 줄 말도 많아지고요. 아이에게 제가 해 주는 말은 이런 거예요.
핸들을 돌리면 어떻게 적은 힘으로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젓갈은 냉동실에 보관해도 왜 꽁꽁 얼지 않는지, 뉴스를 보다가 핵에너지는 어떻게 발생하는지,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무엇인지. 어찌 보면 특별해 보이지만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말하곤 하지요. 전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지 않은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아요.
맞아요. 단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전 학창 시절에 과학을 싫어했어요. 알고 보면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데 말이죠. 저뿐만 아니라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과학을 좋아했던 친구들보다 싫어했던 친구들이 훨씬 많았어요.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는 너무 드물어서 별나게 보일 정도였죠.
그런데 왜 과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 걸까요?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과학만큼 해결해 주는 게 없는데도 말이에요. 그 이유를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지식들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과학은 이해보다는 일단 외우기 바쁜 과목이 되었죠. 따분한 데다가 생소한 용어, 어려운 기호와 숫자까지 잔뜩 나오는 암기 과목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왜 이렇게 과학이 암기만 해야 하는 재미없는 과목이 되었을까요? 바로 ‘이야기’가 빠졌기 때문이에요. 이야기가 빠지니 밑도 끝도 없이 과학 지식을 외워야하는 따분한 공부가 되고 만 것이죠. 과학도 사람들이 발명하고 발견한 것이고, 그 과학자들에게는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가 살아 있는데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빼고 과학만 얘기하니 재미없을 수밖에요.
그래서 이 책을 만들었어요.
과학을 어렵고 딱딱하게 느끼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말이에요. 과학 지식이 만들어지던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서, 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리를 알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이 책을 읽은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들 일서가 주위의 현상만 보지 말고, 그 속에 흐르는 원리를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