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께 고백해야겠다.
여기에 실린 시들이 왜 앞서 낸 시집 『마부』 『말들도 할 말이 많았다』보다 먼저 창작된 시들이면서 시집으로 먼저 묶지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에 대한 해명이다.
제2시집 『귀뚜라미 생포 작전』(2011) 출간 이후 기계 정비 작업 중 불의의 낙상 사고를 당하였다. 뇌내출혈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향후 인지장애나 기억력 손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가 있었다.
그런 다급한 우려로 긴 세월 가슴에 묻어둔 채 ‘언젠가는 써야지’ 하며 미뤄두었던 자전적 이야기 시 『마부』를 쓰게 되었고, 주변의 독려로 그 후속편인 『말들도 할 말이 많았다』를 내었다. 그 바람에 10여 년이 지나서 두 시집 이전의 시들을 이렇게 정리하게 된 것이다.
내가 시인을 꿈꾸면서 품었던 나와의 약속인 ‘자전적 이야기 시’를 두 권으로 정리해낸 것을 큰 다행으로 여긴다. 다시금 내가 걸어가야 할 세계와 존재에 대한 물음에 묵묵히 성찰할 일과, 조발성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아내의 치유를 위해 헌신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