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반성의 산물이다. 자신을 타자인 양 바라보며 객관화할 때 소설은 성립되고 세계는 조형된다. 그런데 2000년대의 새로운 소설들은 반성의 세계를 무반성으로 교체하고자 한다. 자기 자신을 가능케 한 문학적 자산을 의도적 거부, 그들은 반성 위에 구축된 기존의 문학을 무반성의 감각으로 전복하려 한다. 반성을 뜻하는 영어 'Reflex'는 물에 비친 스스로의 반영을 바라보는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구분과 구별이 없다면 그 세계가 바로 혼돈의 카오스일 테다. 반영물을 볼 수 없는 눈먼 자들, 2000년대 문학이 놓인 형편이 그렇다.
눈을 잃은 오이디푸스의 공간은 오늘날의 소설이 토양으로 삼고 있는 지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눈을 잃은 오이디푸스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상징적 시체였다면 만성적 종말론에 시달리는 소설 역시 매장당한 산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실존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유령처럼 소설은 그렇게 21세기를 관통 중이다. 이는 소설의 위기를 작품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절실히 토로하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무반성적인 양 우회하지만 실상 그들은 고통스럽게 어두운 우물 속의 문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