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쓸데없지만 필요하고, 무익하지만 유용하다.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 '만약에'의 대답 속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 가지기도 하고 영원한 삶을 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인공이 되고 세상을 다 가지고 영원한 삶을 누려보기 위해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늘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만약에, 내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쓸 때면 괴롭다. 쓰고 싶은 말과 막상 씌어진 글 사이의 괴리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실은 고통 빛깔옷을 입은 행복임을 나는 안다. 글을 씀으로써 고통스럽게 행복하고, 행복하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는. 이 진부한 역설의 뒤편 어딘가에 풋내기 '작가'로서의 내 정체성이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