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하면, 우리는 가장 멋진 일을 해낼 거예요.”
내가 어릴 때 우리 외삼촌은 밤이면 스탠드를 켜 놓고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좋은 글을 노트에 옮겨 적곤 했어요. 잠에서 깬 내가 불빛을 따라 외삼촌 방으로 가면 외삼촌은 내게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는 법이라던가 낡은 만년필을 청소하는 법, 연필을 멋지게 깎는 법, 넥타이 메는 법 등을 알려 주었어요.
지금도 나는 모두 잠든 시간에 스탠드를 켜 놓고 노는 시간이 좋아요. 왜 캄캄한 밤에 작은 불을 켜놓으면 모든 게 더 재미있어 지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밤에 스탠드를 켜 놓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던 습관 때문에 이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몰라요. 혼자 재미있게 노는 법을 그때부터 안 거니까요.
사람마다 소중히 간직한 기억도 다르고 가장 편안한 장소와 시간도 달라요. 좋아하는 물건도 다르고 또 좋아하는 일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달라요. 그러니 잘 할 수 있는 것도 다 다르겠지요. 나는 화분도 잘 가꿀 줄 모르고 운동도 못하고 매일 펜 뚜껑이나 로션 뚜껑을 찾아 헤매고 달걀을 삶을 때 불 끄는 걸 깜빡 잊어서 달걀이 폭파 되는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해요. 책을 버스에 두고 내리는 일도 흔한 일이고요. 뭐든 덜렁거리고 실수가 많지요. 하지만 그 대신 방을 뒹굴며 책을 읽거나 공상에 빠지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오래오래 신 나서 할 수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건 상관없다고 나는 생각해요. 남들처럼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내 마음의 조용한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아주 작은 것부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세요. 이 책의 샘 선생님이 지민이와 동진이에게 했던 말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하면 우리는 가장 멋진 일을 해낼 거예요.
나는 앞으로 찾아올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오래 오래 글을 쓸게요. 밤마다 스탠드를 켜 놓고 재미있게 놀면서요. 언젠가는 지구 반대편 마을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그때 동그랗게 둘러 앉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일기 먹는 일기장』을 쓰는 동안 나를 위해 기도해 준 가족과 친구들이 고마워요. 또한 이 이야기를 누구보다 즐거워 해준 김원숙 편집자와 홍기완 화가에게 고마워요. 떠오르는 이름들이 너무 많네요.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