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러시아 남부의 도시 보로네슈 근교의 역참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철도노동자의 맏이로 태어난 작가는 어린 나이에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는 철도대학에서 엔지니어 교육을 받았고, 시와 산문을 쓰면서 문학에 몰두했다.
스탈린 체제가 견고히 자리를 잡아가던 1920년대 후반 플라토노프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 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체벤구르(Чевенгур)』, 『코틀로반(Котлован)』 등의 대표작들도 이 시기에 집필되었다. 하지만 동시대 유토피아의 허상을 겨냥한 날카로운 풍자는 문단 안과 밖 권력자들의 눈에 거슬렸고, 작가는 스탈린의 직접적 비난까지도 감내해야 했다. 1930년대 플라토노프는 창작을 계속했지만, 문단의 주류로부터는 점점 멀어졌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플라토노프는 최전선에서 전쟁을 목격하고 증언했다. 이때의 작품들은 전쟁이라는 현상 자체보다는 전쟁을 추동하는 힘에 주목하고 있다. 전후 발표된 중편 소설 「귀향(Возвращение)」에서 플라토노프가 그려낸 귀향을 망설이는 이바노프 대위의 모습이 사회주의 전사의 긍정적 전형에 적합하지 않다며 작가는 다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제대로 지면조차 얻지 못한 채 타격을 입은 작가는 1951년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플라토노프에 대한 평가는 사후 점차로 바뀌었는데, 초기 단편 작품들과 ‘전쟁 산문’ 작품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전쟁 산문’은 인류사 가장 비극적인 전쟁인 2차세계대전에 대한 중요한 증언이자 악과 증오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관찰로, 역사적, 철학적 관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플라토노프는 완벽히 복권되었으며, 20세기 소비에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