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일본 도쿄에서 동화작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오하이오 주립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시절을 거쳐 미국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고,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및 소아과 교수 시절, 그해 최고 교수에게 수여하는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이후 털리도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부원장까지 역임했다. 은퇴한 후에는 연세대 의대의 초빙 교수로 본과 2년생에게 새 학과목인 ‘문학과 의학’을 5년간 가르쳤다.
『이슬의 눈』(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06), 『하늘의 맨살』(2010), 『마흔두 개의 초록』(2015), 『천사의 탄식』(2020) 등의 시집과 『마종기 시전집』(1999),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2010), 『우리 얼마나 함께』(2013),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2014) 등을 펴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문학 부문), 2018년 자랑스러운연세인상 등을 수상했다.
내 문단 등단 50년을 기려주겠다고 해서 졸시 50편을 골라 그 시에 관련된 이야기나 그 분위기에 대한 글을 보태어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나 내 시에 대한 분석이나 해석이나 이론이 아닌, 그 시를 읽으면서 내가 시를 썼던 당시의 내 문학적 상상력이나 당시의 분위기를 평이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정말이지 시는 애초부터 내게는 사랑의 대상이었지 분석과 해석의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아무리 볼품없는 시일지라도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 편의 시를 써왔다면, 그 인간의 가슴 어느 곳에 몇 개의 상처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몸의 어딘가에 눈물의 흔적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허둥댄 흔적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내 탓일 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 나는 오늘도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늦은 나이의 하룻밤을 지새우며 볼품없는 시 한 편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운다. 가족도, 이웃도, 그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외국의 하루, 혼자 목소리를 낮추어 새로 만들어본 시 한 줄을 가만히 읽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한국 시인의 시도 정성껏 읽어본다. 그리고 그 시에서 우러나오는 빛나고 뿌리 깊은 기쁨을 혼자 은밀히 즐긴다. 그런 기쁨 역시 아무의 것도 아닌 바로 나 혼자의 것, 그래서 나 혼자의 승리라는 것을 느끼며 나는 오늘도 그 뿌듯한 마음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