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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배미주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서울

직업:소설가

기타: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4년 8월 <너의 초록에 닿으면>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은 해마다 화제가 되었습니다. 성장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완득이>가 그랬고, 성장소설도 충분히 기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위저드 베이커리>가 그랬습니다. 여기 <싱커>라는, 푸르고 건강하여 놀라운 SF 소설로 제 3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있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라는 설명대로 작가는 서글서글하고 다정한 인상이었습니다. 배미주 작가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창비 청소년 문학상 <싱커>를 선택하다


창비 청소년문학상의 전작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처음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전화로 연락을 받았는데, 받은 순간은 큰 상이니까 기뻤어요. 소리지르고. (웃음) (동행한 편집자분은 전화를 담담하게 받으셨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3회 수상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부담이 되었죠. SF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하잖아요. 영화에서도 아직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하는 장르고, 문학은 말할 것도 없구요. 책 수정하고 할 때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1,2회의 명성이 있는데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해서요. 그래도 다 좋게 얘기해주시고 하니까 마음이 가볍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작품이 이 작품으로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탄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글 쓰시는 분들 중 SF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는데, 아직 문학상 수상자는 딱히 없으니까요. 상을 받음으로 해서 SF 쓰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기존 SF는 팬덤 안에서만 소비되지만, 싱커가 문학상을 받았다는 게, 일반인 독자에게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작가님의 이력이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08년 어린이 소설 <웅녀의 시간여행>을 발표하셨지요. 싱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셨는데, 혹시 어린이 소설과 청소년 소설의 다른 점이 있는지요.

다른 점이 많지요. 독자의 눈높이가 다르니까요. 다루는 이야기의 깊이가 다를 거고. 쓰기도 훨씬 어려웠어요. 아이들이 읽는 것과, 청소년 이상이 읽는 건 달라야 설득력이 있잖아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서투르다는 얘기는 아닌데, 초점이 다르다는 느낌이에요. 아이들 이야기는 더 즐겁게, 재미있게 쓰려고 해요. 하지만 청소년 대상 작품은 ‘공상’과학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자료 공부도 많이 했어요.

글 쓰시는 동안 오랜 시간이 걸리셨나 봐요.

이야기의 무대는 비슷했지만, 다뤄지던 배경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달라져서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발상에서부터 지금까지 2년 정도 걸렸고, 디테일한 설정은 1년 정도 더 다듬었구요.

특별히 청소년 문학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아동문학 하시는 분도 딱 아동문학만, 저학년만 해야지 하는 분은 없으실 것 같아요. 대개는 아동문학 하시는 분들이 청소년 문학을 쓰시는 경우도 많고, 순수문학 혹은 일반문학 하시는 분이 청소년을 쓰시는 경우도 많구요. <싱커>는 본래 단편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장르가 장르다보니, 배경 세계를 그리는 게 공이 많이 들어 단편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렁ㅆ어요. 청소년으로 가겠다는 생각까진 없었는데, 점점 글이 아동문학으로 쓰기엔 어려워졌어요. 처음부터 청소년 대상으로 하진 않았는데, 써보니까 고학년 이상한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싱커가 처음엔 동화일 수도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랬을 수도 있어요. 더 폭넓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아동부터 성인까지 보여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할까요. 

 



싱커Syncher에 싱크Sync하다


독특한 청소년 소설이라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주인공 아이들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주인공 미마 등, 도시의 하류층인 아이들은 하나같이 ‘늦둥이’로 설정되어 있어요. 부모가 워낙 고령이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안 내에서 부모와의 유대 없이 살아가고 있기도 하구요. 이런 상황을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안이라는 사회는 과학기술이 아주 발달하고, 인구는 정체된 사회에요. 사회 특성상 직업을 가지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겠죠. 소득이 높아야 과학기술을 누릴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럴 수도 없을 테고요. 그렇다 보니 사회 하류층은 일반적인 적령기에는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낳을 수 없는 상황을 거예요. 이런 사회의 특성 반영해봤어요. 결혼은 하기 힘들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사실 초고에는 나오는 내용인데(웃음) 구세계를 아는 1세대들이 구세계의 ‘가정’이라는 방식에 향수를 느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종의 베이비붐 현상처럼 늦둥이 현상이 생겨나 거죠. 우리가 경험했던 전후 베이비붐 세대처럼 자란 아이들이 미마 세대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은 모두 미래가 불투명해요.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없고. 기성세대는 반기지 않죠. 복지국가를 위해 제공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건 적은 세상이지요. 이 아이들은 꿈을 꿀 수가 없어요. 사회로부터 꿈이 제공되지 않으니까요.

현실에 빗대자면 88만원 세대 같은 요즘 젊은 계층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겠습니다. 기성세대처럼 많은 걸 누리고는 싶지만 이미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비집고 들어갈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늦둥이’에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안에 충분히 적응했고, 만족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즐기기도 바쁘니까 굳이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구가 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늦둥이’들을 낳은 건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위안일 수도 있을 거예요. 소설 속에도 나오는 말인데, “사랑받고 사랑하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데.” 시안은 그 욕구가 자연스럽지 않은 사회니까요. 자신의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싶은 욕구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거죠. 이 소설이 과학기술 자체를 부정하고 있진 않아요. 문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구요. 다만 구세계에 대한 향수. 새로 얻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듯이. 한번쯤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해요. 눈을 잃었다 되찾은 물고기의 상징처럼요. 두고 버리고 온 것들이 꼭 비효율적이고, 나쁘고 버려야 할 유물이고 이런 건 아니니까요.

SF 소설인데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종 플루(H1N1)’ 등의 소재를 선정하심으로써 현실과의 ‘싱크’를 더 공고히 하신 것 같은데, 이토록 현실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소재를 채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현실을 풍자해야지’ 하는 강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쓰다 보니 점점 그런 의도가 생겨나더라구요. 바이러스의 이름은 초고엔 없었는데, 원고를 고치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명시하게 되었어요.




싱커는 독특한 SF 작품입니다. 기존 SF 문법처럼 똑같은 ‘묵시록적 미래’를 소재로 삼았어도 그 안에서 주인공들이 성장해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싱커 댄스 같은 장면을 볼 때는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오히려 원시시대의 제의를 수행하고, 원시적인 유대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어요. 이렇듯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연대에 특히 주목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글은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는 사람이 어둡고, 비관적이고 미래를 한쪽 측면에서 보고 이런 사람이 아니고, 낙관적이고 밝은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도 중간중간 위기에도 처하지만, 심난하면 주저앉거나 그런 아이들은 아니에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마냥 부정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발전이 현실이고, 그런 현실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잖아요. 또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세계가 인간과 무관하게 어느 순간 멸망할 수도 있는데, 그 전날까지는 자기의 삶을 지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꿈도, 희망도, 웃음도 있어야겠지요. 전쟁터에서도 포화가 있고, 농담도 하고.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꿈도 꾸고 했으면 좋겠어요.

글을 쓰면서 안네의 일기를 읽었는데, 이 싱커 속 아이들이 미래의 안네들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안네가 참 밝잖아요. 안네의 언니, 아빠, 이웃집 아저씨가 썼다면 그 당시 유태인의 다락방 생활을 전혀 다르게 읽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안네가 썼으니까, 글이 건강하지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작품 세계가 달라질 텐데, 제겐 미마는 그렇게 밝고 건강한 아이였어요.

말씀 대로 아이들이 일관되게 건강합니다. 사실 탕쯔칭도 악역이지만 악당보다는 악동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작가들끼리는 너무 착하다라고도 말하곤 해요. (웃음) 악한 인물이 악독해져야 하는데. 이게 내 한계야 이런 말도 하구요. 사실 전 살면서 백 퍼센도 못된 사람도 못 봤어요. 그러니까 쯔칭도 그 나름으로는 못된 것이겠죠.


미마, 부건, 칸, 쿠게오, 탕쯔칭 등, 아이들은 하나같이 국적을 묘하게 초월한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주게 되셨나요.

인물의 성격 및 계급에 따라 이름을 붙였어요. 싱커는 백년 안쪽의 가까운 미래로 설정했어요. 어딘가 다른 모습으로 변할 테지만 언어는 유지가 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시안은 한국땅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설정했어요. 외국사람이 유입된 다문화도시라, 한국사람도 있고. 중국사람도 있고. 독일이나 미국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아이들의 이름은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혈통을 중시하는 건 고위층일 거예요. 그래서 미마는 어느 혈통인지도 안 나와있고, 성도 없어요. 국적도 따로 드러난 부분이 없구요. 시안이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성장한 곳이라 중국계는 지도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탕쯔칭이 중국계구요. 일본계는 전락했다는 얘기가 소설에도 나오지요. 그래서 쿠게오는 난민촌에 있구요.

짧은 소설 속에서도 캐릭터가 선명한데, 캐릭터를 만드신 계기도 알고 싶습니다.

사실 캐릭터에 대해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입체적이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웃음) 미마나 부건 등은 작가의 성격도 들어있는 것 같아요. 지식은 많으나 행동을 하진 못하고, 충격도 많이 받구요. 미마는 무모하고, 일단 뛰어들고 보는 성격이에요. 다이하드의 주인공이 합리적이어선 안되잖아요. 다운이는 마음이 여리고, 쿠게오는 계산적인 면이 있긴 한데 속정도 깊고 그런 아이요.

미마는 많은 분들이 남잔줄 아시더라구요. 남자인줄 알고 읽다가 주인공 여자라는 걸 알고 놀라시구요. 대체로 SF 작가는 성의식이 보수적이지는 않아요. 군대 지휘관이라 당연히 남잔줄 알았는데 여자고, 이런 일도 많지요.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이런 부분은 독자들이 보수적인 게 아닌가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이전 작품(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들처럼, 로맨스를 넣어볼까 했는데. 작품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미마의 로맨스는 포기했어요.

아, 처음부터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생각하고 원고를 다듬으신 건가요?

네. 다른 데는 안 될 것 같아서. (웃음) 여담이지만 이런 생각도 해요. 창비는 어떡하나, 4회는 뭘 뽑나 싶구요.

(편집자 주: 창비 청소년 문학상 담당 편집자도 <싱커>의 수상 후 위와 같은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음엔 오히려 리얼리즘에 천착한, 오래된 느낌의, 소설다운 소설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와 편집자와 MD가 입을 모아 얘기한 대로 이야기로 승부하는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이 많이 나왔으면 생각합니다)



소설 속에서 ‘일본인 거리’에 대한 설명이 무척 구체적이었습니다. 광장의 모습 등을 떠올리면 소설 속 시안 마을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이 상상한 시안에 대해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설정집까지는 아닌데, 머릿속에는 어느 정도의 그림이 있었어요. 작품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친구 둘 중 한 명이 일러스트레이터거든요. 그래서 더욱 신경을 썼고, 어느 정도는 영화 보는 것처럼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움베르트 에코의 <푸코의 진자>만 해도 상상 속의 장소지만 동선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다 떠올릴 수 있도록 자료 조사하고 상상하고 하잖아요. 그 정도는 안 되어도 영상적인 느낌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시안이라는 세계를 그림으로 그리는 건 가능할까요?

초고는 그림으로 그렸었었어요. 주변에 그림 그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려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구요. 그치만 한편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된 상태가 아니라면, 화가는 화가 나름으로 그릴 텐데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 다르면 의외로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배경 설명이나, 다른 이야기가 부록으로 더 펼쳐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어요.

영화 <아바타>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10월, 싱커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후 겨울에 개봉된 아바타를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지 궁금합니다. 일정부분 작가님의 상상이 현실화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싱커>를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 것 같으신지요?

싱커를 영화로 만든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웃음) 후반부는 영상적으로 풀면 더 디테일하게 재미있어질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구요. <아바타>와 <싱커>는 접속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각기 영상적으로, 소설적으로 풀었다는 데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표현도구가 다르다 보니 풀어가는 방법 자체도 달라진 것 같구요. 


 

 


싱커, 미래소설을 말하다 
 


작가의 말에 ‘SF 소설을 읽는 것은, 상상의 현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속한 현실이 얼마나 특별한지, 연약한지, 그리고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이 현실의 어떤 면을 깨달았으면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쓰인 그대로 느껴주셨으면 해요. 싱커는 생태주의적인 면이 강한 소설이에요. 인간은 수명이 짧은데도 자신이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낭비하고, 함부로 다루는 경향이 있지요. 백년 전만 해도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던 세상인데 이젠 동물이 갈 곳도 없어요.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대문 밖을 나가면 산소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요.

지표면이 아닌 지하에 사는 사람들(시안의 사람들)을 설정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지금우리도 사실 공기층 보호대에서 살고 있고, 보호받고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후, 자연,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 애써서 힘들게 얻고 벌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하고 특별한 것인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싸우고, 파괴하고, 오로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 낭비하고 대신에 누리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해요.

SF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나 봅니다. 지금 해주신 말씀은 무척 낭만적이세요. 

천문학자들도 낭만적인 경우가 많아요. 우주적인 차원에서 낭만적인 분이 천문학을 쓰고 또 SF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SF라는 생소한 장르 형식을 빌어 청소년 문학에 접근하셨는데요, 특별히 좋아하는 SF 작가가 있다면 어떤 분이신지요.

SF의 삼대 대부중 한 명인 아시모프를 좋아해요. 우주적 스케일과 따뜻한 유머감각이 공존하는 작가에요. SF는 메카닉한 묘사 때문에 차갑게 느껴지곤 하는데, 아시모프는 귀엽고 재미있고 소탈한 편이에요. 그런 성품이 작품에도 나타나구요. 필립 K. 딕도 좋아해요. 유빅은 매트릭스에 발상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저하고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면이요. 필립 K. 딕의 현실은 훨씬 다층적이에요. 로저 젤라즈니는 작품의 문학성과 문장력이 대단해요. 스토리적인 감각이라고 할까요. 인문학적인 SF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 SF 입문할 때는 르 귄과 테드 창을 읽었는데, 이 작가들은 주류 문학만 보시는 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요. 특히 테드 창은 전문 작가가 아닌데도, 몇 년에 걸쳐 쓴 글을 모아 낸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같은 책을 보면 무척 치밀하고 그래요. 대중하고 소통하는, 이야기가 강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절판되는 책이 많아 복사본도 사놓고 해서, 아직 읽지 못한 책도 많아요. SF의 아주 오래된 독자는 아닌데도, 워낙 빨리 절판되고. 초판 찍고 재판이 안 나오니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주변에 SF 소설을 쓰고 있다, 쓰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그런 생각을 해봐도 아쉽구요. 

 



작가 배미주 책을 말하다 
 


인터넷 서점은 자주 방문하시나요? 실은 알라딘 서재에서 <싱커>가 선호도 1위를 한 바가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라딘 주로 방문해요. (웃음) 제 책 서평은 아직 떨려서 못 보고 있구요. 주로 문학이나 청소년책을 읽곤 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글 쓰고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최근에는 글을 참 많이 못 읽었어요. 읽어도 SF나 이론서나, 문학 이론서를 정도예요. 리뷰 남겨주신 고수분들 글은 읽어보기도 해요. 서재 분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어요 (웃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SF라든지, 장르 책들 좋은 책이 많으니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젊은 작가 중에도 배명훈씨 같은, 훨씬 오래 써오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듀나 같은 분들은 독특하고 독보적이잖아요. 한국적인, 한국만의 특징이 담긴 에스에프 고유의 맛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민족성이나 지역성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구요.



작가님을 만나면 책을 추천받고 싶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 가장 좋아하는 책, 청소년 시절 읽었던 가장 좋아한 책과, ‘미마’와 같은 닫힌 현실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들려주세요.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아까 말씀드린 <유빅>이구요,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인 동화책 <이모의 꿈꾸는 집>을 읽었어요. 저는 청소년 때도 쥘 베른 같은 작가를 좋아했어요. 여성적인 취향의 작품은 안 읽는 편이였어요. 그리고 미마와 같은. 닫힌 현실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SF를 읽고 상상을 해봤으면 해요. 눈앞의 현실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차원 생각을 하며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들을 주지 않을까 싶어요.



장르 소설, 성인 타겟 소설, 청소년 소설, 어린이 소설 등 많은 길이 열려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쓰고 계신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청소년 문학이나 아동 문학을 계속 해나갈 것 같아요. 사실 어른들에게는 할 말이 없어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글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아직 쓰고 있는 글은 아니고, 구상중인데요, 시대적 배경이 있는 장르물을 써보고 싶어요. 마법적인 세계의 탐정소설이 되겠지요. 사실적이면서 용도 나오고, 법사도 나오고 하는 소설이요. 이계와 현실계가 공존하는 곳에서 현실의 문제를 다뤄보고 싶어요. 물론 여전히 씩씩한 캐릭터는 유지가 되겠지요. (웃음)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을 가진 SF 청소년 소설 작가. 배미주 작가에 대한 인상은 이 설명처럼 다층적이었습니다. 청소년 소설 이야기와 장르 소설 이야기를 동시에 나눌 수 있는 뜻 깊고 독특한 자리였습니다. 배미주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며,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님과,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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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바로가기hnine  2010-07-19 23:04
작픔에 대한 얘기는 리뷰로 이미 올린 바 있고,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네요. 마법적인 탐정소설이라니, 일단 흥미를 끌어당기는데, 작가님의 독특한 색깔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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