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장인물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원하지 않는 내용을 지워 주는, 1cm쯤 되는 작고 여자아이 책청소부 소소. 글자 사이 사이를 마냥 뛰어다니며 글자와 친구가 되는 이 작고 귀여운 소녀는 노인경 작가 자신을 닮은 듯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넘치고, 그리고 싶은 그림도 많아, 보약을 먹어가며 하루 14시간씩 그림을 그린다는 노인경 작가. 그림 작업도 인터뷰도 마냥 재미있다는 젊은 작가와의 만남은, 친구와의 대화처럼 소소하고 또 즐거웠다.
인터뷰 진행/정리. 알라딘 도서팀 강미연
알라딘: 작년 <책 청소부 소소>로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에 이어, 올해에는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하셨어요. <책 청소부 소소>는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새로운 시도를 인정받으셨는데요. 노인경: 처음부터 픽셀아트 방식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이야기를 구상하고 그림을 여러 번 그렸어요. 그런데 이게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참고를 많이 구했죠. 그러다 물방울을 셀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재미있겠더라고요. 아이들은 글보다는 그림을 열심히 보잖아요. 잘 보이지 않는 걸 발견하고, 특이한 데서 재미를 찾기도 하고. 물방울 100개를 세고, 또 날아가는 물방울 개수를 세고 그런 재미요.
알라딘: <기차와 물고기> <책청소부 소소><코끼리 아저씨…> 세 작품 모두, 작가 이름을 지우고 보면 동일 작가임을 눈치채기 어렵게 이야기나 화풍이 다릅니다. 노인경: 그 동안 동화나 학습 그림책의 일러스트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이걸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까 생각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생각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구나, 배우는 부분도 많아요. 또 다른 분의 글에 맞추어 그림 작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표현과 양식을 쓰게 되는데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또 제가 그림을 여러 장 그려보고 계속 수정하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한 작품 하는데 정말 많은 그림이 나와요. 그림을 여러 장 그려서, 이 부분 저 부분 따와서 다시 그리기도 하고요. 버려지는 그림이 많다는 건 아쉽기도 하지만, 그동안 연습이 많이 되었어요. 이걸 어떻게 그리면 잘 표현이 될까 하는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 온 셈이죠.
알라딘: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그림책이 나왔군요.
노인경: 정말 많이 그리고, 많이 고치고, 많이 버렸어요. 덕분에 그 과정에서 캐릭터도 명확하게 잡히고, 이야기가 정리 되었어요. 처음 구상대로였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그림책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소소’ 캐릭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언젠가 또 다른 작품으로 (시리즈 같은 것?)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알라딘: 그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도 <책 청소부 소소>인가요? 노인경: 음, 그렇진 않아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언제나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이에요. 작품이 완성되어 제 손을 떠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게 되니까, 이전 책은 생각도 안 나요. 그림 그리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그래서 하루에 14시간씩 작업할 수 있었어요.
노인경: 대학 4학년 때, 일러스트 수업을 들었어요.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었는데… 광고 같은 디자인 수업에서는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없잖아요. 대상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런데 일러스트 수업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표현하게 해요. 그게 좋아서 수업도 즐거웠고, 그러다 작품도 하게 되고… 어느새 이렇게 되었네요. 그림책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긴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어요.
알라딘: <기차와 물고기>는 성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닮았습니다. '속깊은 그림책' 시리즈 자체도 그렇지만, 이후의 <책 청소부 소소>나 <코끼리 아저씨…>의 경우도 어린이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의 느낌인데요. 평소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나요?
노인경: 저는 독자 혹은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긴 하지만, 우선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건 제 느낌, 생각, 상상 이런 부분이어요. 제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어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즐겁게, 절실하게 작업하지 않으면 창작의 긴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힘들고요.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아이들도 그렇게 봐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 아이가 생기고 키우다 보면, 저도 아이들의 생활이나 감정을 담은 이야기도 하게 되겠죠.
알라딘: 저희 아버지는요, 그 그림책이 당신의 얘기라고 전혀 생각 못 하세요. (웃음)
알라딘: 그럼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애착을 가지는 (현재 작업 중인)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다른 저자 인터뷰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