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연말병에 걸려 우울우울할 때 그 해 마지막 책으로 이 책을 골라서 읽었더랬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가 결말에선 평펑 울어 버린 후
결국 따뜻해진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더랬습니다.
세상에,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받아 자신만의 숨쉴 공간으로 차 트렁크나 가방 트렁크를 마련해두고...
거기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컬어 '트렁커'라고 합니다.
온두라는 처녀와 이름(성은 이 이름이 름...이름이 이름...ㅋㅋ)이란 상처 받은 두 젊은 남녀가...
썸도 타면서 서로의 과거 아픈 기억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랍니다.
굉장히 코믹한 대사나 장면들이 많은데...
그 안에 또 너무나 아픈 사연을 담고 있어 여운이 깊은 책이랍니다.
세상에 오롯이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사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겁니다.
다들 조금씩 기울어진 채로, 균형을 잡아 살아가는 거라는 걸 보여주며 위로가 되어 주는 책입니다.
<알바 패밀리 - 7530원짜리 이태백들이 삼포시대를 살아가다.>
중국 최고의 시인인 '이태백'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십 대 태반이 백수"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 문구가 뜹니다.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위인 '포기'라는 단어는
연애, 결혼, 출산이란 단어들과 어울려 쓰이며 N포 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그야말로 웃픈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로민과 로라는 대학생으로 학자금 대출의 원금도 아닌 이자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아버지의 가구 공장이 부도 직전이라 엄마 역시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라이프로 똘똘 뭉친 로라네 가족!
묘하게 나의, 동생의, 우리가족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 공감도 가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억울해지죠.. 우린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째서!!!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애면글명 아등바등 살아봐야 결코 내일의 내 인생은 화려할 거야~ 라고 믿을 수만도 없는 세상.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을 살아갑니다.
무책임한 것 같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 p.180 나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가 혹시라도 사는 걸 포기할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엄마는 식사를 거르지 않았고 불면증에도 시달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주말 드라마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으며 윗니 아랫니가 20개쯤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을 때가 많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지만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