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 스스로 감금하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단조로운 시간이었지만 늘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 혹은 좌절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스스로를 믿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버티는 데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내가 쓰고 싶은 것과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이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그래도 버티다 보니 이런 ‘운수 좋은 날’이 찾아왔네요.
저의 부족한 글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제 앞에 큰 등불을 밝혀 주셨습니다. 현진건 선생님의 아호인 빙허처럼 큰 빈터에 문장을 채워나가겠습니다. - 현진건문학상 수상소감
참 많이도 걸었습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나친 시장이나 오래된 골목길, 바람이 불어오던 해변, 조용한 공원을… 그 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모든 풍경이 제게는 소설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일상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써왔습니다.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들 역시 제 글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인사를 나누던 이웃들과 마음을 전하던 사람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눈빛까지. 때로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답답했던 날도 있었고, 예기치 못한 친절에 울컥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모든 감정이 제 안에 오래 머물렀고 결국 하나의 문장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은 언제나 평탄치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앞서서 뛰어가는데 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고 손에 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며칠씩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날들이었지만, 동시에 제 삶을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날들이 모여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이 소설집은 제가 걸어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함께 이 길을 걸어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인사입니다. 제 곁을 지켜준 많은 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글을 나누며 서로를 북돋아 준 문우님들,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준 가족,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실천문학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