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꼴을 다 본 뒤에야 권자에 오른 왕, 별별 글을 다 써댄 글쟁이, 별별 사랑을 다 해본 기생, 별별 인생사를 다 풀어낸 이야기꾼, 별별 곳을 다 다녀본 장꾼, 뼐별 노래를 다 불러본 가객…… 별별 인간들과 별별 이야기들을 쓰고 난 뒤에야 알았다. 별별 짓거리를 다 하는 게 사람이라는 걸, 별별 추한 꼴이든, 별별 아른다운 꼴이든, 다 봐야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도 살아서. 왜냐고? 그것이 삶이니까. 아무리 병통이어도 그게 삶이니까.
인도로 가는 길.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나이에 또다시 길에 홀려 다시 집을 떠났다. 낯선 길의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멀고 아득했다. 번지점프를 하듯이 그냥 그 길로 뛰어내렸다. 고맙게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길은 불쑥 찾아든 이방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었다. 마치 전생에 맺은 수많은 인연들이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