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 괴테(J. W. von Goethe) 『파우스트(Faust)』
악마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가 하나님에게 파우스트가 신의 뜻에 충실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내기를 제안할 때 하나님이 하신 말이다. 『파우스트』 전체를 관통하는 이 말은, 금융 공학을 공부하는 우리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2020년 3월 '코로나19 대폭락'까지 시장 참여자들의 '탐욕'은 언제나 크고 작은 위기를 가져왔고, 잘 작동하리라 믿었던 우리의 모델은 계속해서 조금씩 균열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퀀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설명하는 모델을 찾으려고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방황의 결과를 일부 정리한 책이며, 새로운 시장이 나타날 때 어떤 원칙과 아이디어로 시장을 이해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금융 공학 또는 금융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보다는 적절한 파생 상품 평가를 위해 현업에서 고생하는 퀀트와 트레이더를 대상으로 한다. 책의 주요 내용이 블랙-숄즈-머튼 모델의 결함 중 하나인 변동성 스마일을 옵션 가치 평가에 반영하고자 기존 모델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BSM 모델을 중심으로 공부하지만 실무에서는 해당 모델이 결함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시장에 대응하고자 어떻게 모델을 수정할지 고민한다. 따라서 학생들보다는 퀀트와 트레이더가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참여자를 설명하는 절대적 법칙이 금융 공학에는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파생 상품 평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 책은 이러한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변동성 스마일이라는 주제를 주로 다룬다. 변동성은 장외 파생 상품의 가치 평가뿐만 아니라 헤지, 리스크 분석, 손익 분석 등 파생 상품과 관련된 업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시장에서 직접 관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외 파생 상품을 다루기 위해서는 변동성에 대한 모델이 필요하다.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 이전에는 BSM 모델의 내재 변동성이 시장을 설명해 주는 변동성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존 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변동성 스마일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다. 퀀트들은 이 개념을 설명하고자 BSM 모델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국소 변동성, 확률 변동성, 점프 확산 변동성이라는 세 가지 부류의 모델을 개발했다. 이 책에서는 각각의 모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수학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집중해서 다룬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증권사에서 퀀트로서 일을 하면서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본 경험은 전무하다. 모델을 만드는 것은 학계의 일이고, 현업에서는 이미 개발된 모델을 이해하고 시스템에 구현하면 된다는 핑계가 언제나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퀀트로서 일을 하다 보면 시장이 바뀌고, 바뀐 시장에 맞게 모델을 수정하거나 개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에서의 모델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들이 자신만의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길 옮긴이 또한 바란다.
- 옮긴이를 대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