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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남상순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3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문경

직업:소설가

기타:동덕여대 국문과,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최근작
2023년 10월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걸걸한 보이스

이 년 전쯤 ‘에피소드 제조법’이라는 구절을 떠올린 것이 이 소설에 대한 직접적인 씨앗이었던 것 같다. 그 로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도무지 쓸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올 초에 큰맘 먹고 보따리를 싸서 지방으로 내려가 집필에 착수했다. 당시의 집필 환경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로서는 집을 떠나 써보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에피소드 제조법’이라는 구절 하나만 달랑 생각해둔 상태였을 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첫 문장을 시작하고 나자 세상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를 돕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필요한 정보들이 툭툭 날아와 내 컴퓨터 안에 저장되었다. 이를테면 나도 작가의 말 모르게 컴퓨터 커서가 “교회에서 베프가 된 인애였다.”라는 문 장을 쳤고, 교회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던 탓에 기독교 신자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는 지금 하느님과 관련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데?” 물었더니 그 친구가 “하느님 말씀은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는 것.”이라고 거창하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성경 말씀의 번역과 변형이 자신의 사유에 미친 영향에 관해 몇 마디를 덧붙였다. 문제는 원래 좀 뒤퉁스럽던 내가 친구의 말을 “일점일도 오류가 없다고?”라는 식으로 받아쳤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참 웃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그대로 소설 속으로 도입되었다. 일점일이라는 유머코드를 에너지로 삼아 열심히 쓰다가 글의 흐름이 막혔을 때였다. 내가 묵고 있던 숙소의 스텝 중 한 분이 능구렁이를 먹여 키운, 한 알에 백만 원 하는 달걀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이 달걀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에피소드에 대한 논쟁 역시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초대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단편소설 작업을 병행하느라 <걸girl한 boys>를 다 완성하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교회에 처음 간 시골 할머니가 목사님 앞에서 ‘관심보살’이라고 기도하는 유머 동영상이 카톡으로 도착했다. 마치 내가 그런 게 필요하다며 주문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퇴고를 진행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에 갔다가 ‘그린 망치’라는 영감을 얻어왔다. 이 소설을 쓰면서 내가 한 역할은 ‘일점일’과 ‘관심보살’이 내가 쓰려고 하는 주제에 꼭 필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알아본 것 정도랄까. 부품은 모두 남들이 주고 나는 그냥 조립만 한 것 같을 때가 있었다. 이 소설에 관한 한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나는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내 프레임 안에 들어온 장면은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었다. 내가 쓰는 소설도, 내가 사는 인생도 그런 식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패턴으로 향하는 원본들을 변형하고 비틀고 쪼개고 갈아엎는 것. 세상에 이보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내가 설치한 프레임 안에는 뭐가 들어와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 예술가들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든다. 나도 그렇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만이라도 상투적인 것들에 무릎 꿇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도라지꽃 신발

오래된 탁상시계 문학 강연에 다녀와 몹시 피곤한 상태로 일찍 잠든 날 새벽에 어머니가 불현듯 전화를 걸어와 잠을 깨우고 물었다. “거실 서랍 안에 든 탁상시계 네가 가져갔니?” 얼마 전 어머니는 여수 막내딸 집에 가서 며칠 묵었는데 비어 있는 집이 불안해 내게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고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시키는 일을 하다가 서랍에서 고장 난 옛날 시계를 발견했다. 건전지를 갈아 볼까 하는 마음에 그 길로 들고 내 집으로 왔는데 깜빡 하고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우연한 계기로 그 시계가 없어졌음을 알고 초저녁부터 집 안을 뒤졌으며 한밤중에 이르러서야 내가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해낸 것이다. 야심한 시각이다 보니 내게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 망설였을 것이다. 다음 날로 미루면 당신이 잠을 못 잘 것 같고 당장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면 딸이 잠을 못 잔다. 둘 다 예민하기에 한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는 것을 서로 너무 잘 아는 상황. 어머니는 내 어머니답게 당장 전화 거는 쪽을 선택했다. 연세가 적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 물기가 퍽 말랐다고 느꼈고 남아 있는 날이라야 길면 오년, 짧으면 삼 년 정도가 아닐까 가늠하고 있던 터라 당장은 나쁜 소식이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자다 깨어나 사라진 탁상시계에 대해 흥분된 설명을 끝까지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 해프닝에 적응이 돼 간단히 ‘나?전달’만 하는 편이었다. “나는 깊이 잠들었었다.”와 “나는 피곤했다.”를 복창한 다음 “필요하다면 내일 직접 가서 시계를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자식이라면 연로한 어머니를 먼저 다독이고 재우는 것이 순리일 테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 약간의 죄의식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시계를 당장 가져오라는 명령이 없었기에 나는 어머니한테 가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하루가 더 지나 어머니에게 갔더니 보고 있던 티브이를 슬그머니 끄고는 얼마 전에 새로 개통한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뒷모습이 무척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냥 어머니 근처를 어슬렁거리면서 “왜 티브이 안 봐?” 하고 물었고 어머니는 “재미있는 게 없어.”라고 대답했다. 어머니 목소리에서 갈등 상황이 모두 종료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사진 한 컷을 몰래 찍은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어떤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인생을 통해 갖추어졌을 것이다. 생활에서 오는 긴장감이 내 안에서는 비교적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가끔은 맥없이 범람하거나 불길이 옮겨 붙는다. 「도라지꽃 신발」의 딸을 통해 아빠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듯이 「앞집 여자」의 그녀나 「삭발」의 릴리가 없이는 ‘나’의 출현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내맡겨지는 일은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일이다. 소설은 이런 문제를 사유하기에 좋은 장르여서 분명히 힘에 부치는 데도 태 노트북을 덮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있는 여기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여겼으나 한 번의 평론으로 꼼짝 없이 존재를 들키고 만 것 같다. 선행 연구의 부재에도 여러 권의 작품을 두루 살펴보면서 감동적인 평론을 써 준 전상기 평론가와 이제는 슬슬 노트북을 덮고 퇴장해 야겠다고 결심한 내게 출간 제의를 해 다시 소설 속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맡아 준 이민호 시인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소설집이 지나간 날의 기록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조짐이었으면 좋겠다.

키스 감옥

감옥이라는 게 뭔가. 그 안에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못 나오는 곳이다. 누가 풀어줘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음의 감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건 누가 꺼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넘어진 곳에서 우리는 스스로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이것은 마음의 감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이 가진 하찮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출옥(出獄)이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또한 서로를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옥을 만드는 것도 거기서 나오는 것도 모두 우리 곁에 있는 그 사람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옥은 결국 ‘우리’라고 괄호 칠 수 있는 영역을 어디까지로 잡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영주와 태은이, 규원이가 나누고 있는 생각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아예 없앤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선은 ‘우리’의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그러면 마음의 감옥이 출현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곳은 핍박받는 곳이 아니라 다 함께 어울려 노는 장소가 될 테니 말이다. 이것은 믿어도 되는 이야기다. ‘키스감옥’에서 나와 스스로의 삶을 향해 ‘놋다리워킹’을 하는 세 주인공이 바로 증인들이다. 이 아이들이 세상 속 ‘우리’를 향해 어떻게 워킹하는지 궁금하다면 먼저 ‘키스감옥’ 안으로 들어와 봐야 한다. 청소년 여러분들이라면 반드시 행복해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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