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시집을 내놓으면서 시집 표제를 ‘고요함의 그늘에서’라고 정하기까지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와 함께 인생의 무게와 진정성에 대하여 진지한 물음을 하게 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시의 세계는 더욱 숙성된 응축미를 지녀야 함을 중요시하게 된다. 고요하고도 감각적인 아름다움과 세월이 침적된 깊은 숨결을 지닌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
시인은 시로 말하는 존재, 모든 아픔과 바람을 은유로 표현하면서 혼돈의 시대를 헤쳐간다. 근래의 시대적 고통을 겪으면서 새삼 우리 문학사에서 빛나는 선대문인들의 엄혹한 삶의 궤적과 차원 높은 문학을 통해 많은 깨우침을 받는다. 그분들의 시 세계와 삶을 시로 재현하고 싶었다. 이번 시집 제2부에 실린 ‘별들의 노래’가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며 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자연은 우주속의 하나의 작은 행성인 지구라는 별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을 주고 사색하는 힘과 지성과 창의의 꿈을 추구하게 하는 원천이다. 그것은 아직은 우주의 어느 별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강한 생명성이며 영성靈性이며 지구의 역사와 연결된 영원성이다.
우리는 이 위대한 자연에 안겨 살면서 풀꽃 한송이의 애틋한 어여쁨과 저 별빛 달빛에 이끌려 한없이 그리움에 젖기도 하는 성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인간으로서의 길,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가야할 자연사랑 정신을 가지고 나는 자연속의 존재감이라는 무한세계에 몰입하고 있다.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애인을 따라가듯이 이 주제를 계속 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