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교과 교육의 도전
기술은 인류 문명을 여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구조와 변화를 바꾸고 이끄는 동인이 되어 왔다. 힌편으로는 사회적 요구와 영향들을 기술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대변혁 속에서 인간의 고유영역인 지능적 영역까지 침범하여 인간은 기술을 더 이상 편리함과 발전의 수단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안일한 대처이다. 그래서 기술의 속성과 본질을 알아야 하고 욕망으로 잉태돠는 기술에 대한 지혜로운 안목과 대처가 필요하다. 즉 기술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보통의 시민이라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 과정과 가능, 가치와 태도의 탐구적, 체험적 학습이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강화되어야 한다.
기술은 위대한 변화의 성장동력(great growling engine of change)이고,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힘(a force that reshapes society)이다.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생활에서 만연된 기술적 환경에서 기술적 무지(technological illiteracy)를 벗어나기 위하여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즉 기술교양의 교육적 배려는 충분한 가치와 당위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기술의 여러 가지 종류나 제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기술을 피하여 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Walker, 1985).
기술은 본래 딱딱하고 비인간적이서 그 자체로는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기술이 관리될 수 있다면 유연해질 수 있다. 또한 기술을 교육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수용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Johnson, 1992).
‘기술의 본질이 닦달하는 것’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 ~ 1976)의 재미있는 비유에서 보듯이 우리는 매일 수없이 기술에 의하여 닦달 당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그동안 주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다. 기술 시대에 새롭게 드러난 이 양자의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 때, 기술시대의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술과의 공생도 충분히 가능하다 (돈 아이디(Don Idhe, 1936~)
위의 주장과 같이 기술을 교육적으로 배려하는 일은 학생들이 장차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익숙해지며, 기술적 문제와 활동에 참여를 돕고,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즉 기술의 교육적 배려는 학생들이 개인 및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능동적이고 창조적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s)와 혁신자(innovators)가 되도록 돕는다.
기술교과 교육의 새로운 도전은 정신과 사고교육의 강조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즉 ‘정신성(minds on)’ ‘근육에서 두뇌로(brain over brown)’ ‘물질에서 정신으로(mind over matter)’ ‘지적 기능(intellectual skills)’ ‘유체역학으로부터 유체정신으로(from fluid mechanism to fluid intelligence)’ 등의 용어와 슬로건들이 기술교과 교육연구에서 발견되고 있는 점은 이를 잘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한 기술교과 교육은 지식기반 사회의 담론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기술교과 교육학 탐구의 새로운 해석과 비전이 발명(invention), 혁신(innovation), 창조(creation), 교육(education)의 조화로운 만남 속에서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시기에서 기술교과 교육의 변혁적 요구도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오픈 유니버시티에서 해마다 10개의 교육 키워드로 혁신적인 교수학(innovating pedagogy) 보고서를 10년간 (2012-2022) 발간하고 있다. 10년 동안 키워드 100개에 담긴 교육의 트렌드는 몸과 마음의 체화 과정으로서의 교육 트렌드, 대화와 맥락 상황을 고려한 교육 트렌드, 새로운 테크놀로지인 인공지능, 드론, 메타버스 등의 슬기로운 교육 활용 트렌드, 인간의 감정, 감성, 공감, 협력을 이끌어 내는 교육 트렌드, 창조와 혁신 학습을 위한 학습자 소유권을 강조하는 교육 트렌드의 변화는 이른바 교육 4.0시대의 공통의 교육의 지향점이다.
또한 미국의 기술 공학 교양 표준(STEL, 2020),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은 공학과 강조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교과 교육의 지식 이해, 과정 기능, 가치 태도의 입체적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저술의 기본지향
이 책은 기술교과 교육학의 학문적 이해와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다음의 집필 방향을 견지하였다.
첫째, 기술교과 교육학의 학문적 토대인 ‘기술학(the study of technology)’의 이론과 방법론에 터하여 집필하였다. 따라서 기술의 본질과 방법론에 기초하여 집필한 이 책은 고유한 기술이 가지는 본질과 과정을 중시하였다.
둘째, 기술교과 교육학의 정체와 정당화의 관점에서 전문 기술교육이 아닌 일반 교양교육적 목적을 지닌 교과의 성격에 기초하여 기술교과 교육의 학문적 기초,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육평가, 교사교육, 교육시설, 교육연구 등의 핵심적인 주제만을 다루었다.
셋째, 기술교과 교육의 학습방법론적 철학은 구성주의적․자기주도적․수행 중심적인 학습과 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활동의 본질적 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넷째, 최근에 기술교과 교육에서 강조되는 정신적인 사고력 교육을 강화하고 전략화하는 방향에서 집필하였다.
다섯째,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절대적 내용이기보다는 문제제기의 차원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독자는 이 책의 주제를 중심으로 대안적 연구와 탐구가 장려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여섯째, 이 책은 기술교과 교육의 전문적 이해와 탐구를 위한 학술서로서 대부분의 내용은 기술교과 교육학의 범주에서 논의된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집필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기술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인간, 자연의 조화 속에서 실천 지혜의 담론을 추구하는 데 기본지향이 있다. 이는 기술교과 교육의 철학적 담론이기도 하다.
저술 체제
이번 출판은 총 3권, 7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에서의 기본 체제는 연구 주제로의 초대에서 각 부의 기본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각 장에서는 개요문과 주요 개념을 제시하여 다루어지는 내용의 안내와 목표를 구체화하였다. 또한 본문을 진술한 후 각 부의 마지막에서는 개념정리를 위한 탐구문제(concept mapping)와 성찰을 위한 토론과제(reflection)로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성찰하게 하였고, 각 부별로 참고문헌을 제시하였다.
저술의 담론과 내용
이 책은 기본적으로 2005년 출판된 기술교과교육학이 모태가 되고 있다. 기술교과교육학이 출판된 이후 교육과정의 개정과 학문적 담론의 변화로 인하여 새로운 이론과 내용을 담을 필요가 크게 느껴졌다.
2007년 개정된 교육과정을 보면, 기술학적 체계의 강화, 발명교육, 전통기술의 새로운 교육내용의 등장, 수행, 문제해결, 협력의 방법론적인 패러다임의 강화가 눈에 띠게 강화되고 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창조, 혁신, 발명, 공학 설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기술교과 교육과정의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2008년에 영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기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해 가고 있다.
또한 2005년 출판된 이 책의 미완성된 부분들을 재구조화하고 보충하는 작업이 필요하였다.
2005년 출판된 책은 교과교육학이라는 학문 영역에서 빠진 교육공학, 교사교육, 시설과 장학 등의 영역이 보충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에서 재구조화나 부분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였다.
2010년 출간한 기술교과교육학은 내용 분량상의 문제로 크게 2권의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제1권은 기술교과교육의 개념적 기초, 학문적 기초, 교육과정, 교사교육, 교육환경과 장학, 교육 연구를 중심으로 ‘기술교육론 I : 교육학적 이론과 탐구’ ‘기술교육론 II : 학습학적 이론과 실천’란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2023년에 새롭게 출간한 책은 기술교과교육학 시리즈로 3권으로 책으로 분권되었다. 기술교과교육 탐구, 기술 교육과정 탐구, 기술 학습과 평가 탐구의 3권으로 출판하였다.
제 1권 ‘기술 교과교육 탐구’는 다음과 같이 기술교과교육의 개념, 기술교과 교육의 가치, 기술교육 장학 및 교사교육, 기술 교육 시설, 기술교육 연구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제 1부에서는 기술교과 교육의 학문적 탐구로서 이와 관련된 개념과 가치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즉 기술교과 교육의 정체성(identity) 탐구의 차원에서 기술, 기술교과 교육의 개념, 기술교과 교육의 성격, 공학교 교육의 강조 등을 논의하였고, 기술교과 교육의 정당성(justification) 탐구의 차원에서 교과의 가치, 손놀림 활동가치, 노작교육, 기술적 교양, 기술과 사회, 기술과 철학 등의 담론을을 살펴보았다.
제 2부에서는 기술 교사교육과 교육시설의 이해로서 기술교사 교육의 이해와 자질, 기술교과 교육환경, 장학, 기술 교육 시설 등의 내용을 다루었다.
제 3부에서는 기술교과 교육연구와 관련된 이론적 탐색으로 기술교과 연구모형, 기술교과 교육연구 정보수집, 그리고 연구의 절차상 필요한 기법을 논의하였다.
제 2권 ‘기술 교육과정 탐구’는 기술 교과 교육과정의 모형, 변천, 2022 기술교육과정, 기술교육 교재 및 교육 공학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제1부에서는 기술 교육과정의 탐색과 동향으로서 기술 교육과정의 개발과 모형, 우리나라의 기술교육과정의 변천, 기술교과 교육과정의 통합적 접근, 미국․영국․호주․독일․프랑스․일본․대만․중국․북한의 기술교과 교육과정의 편제․특징․동향을 살펴보았다.
제2부에서는 기술교과 교육공학의 탐구로서 교육공학의 개념과 동향, 기술교과 교수설계와 매체, 기술교과서의 이해, 기술교과교육과 교육공학 등의 내용을 다루었다.
제 3권은 ‘기술교과 학습 및 평가 탐구’에서는 기술교과 교육의 방법, 학습평가를 중심으로한 수업방법론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제1부에서는 기술교과 학습방법의 탐구로서 기술교과 교육에서의 가르친다는 의미, 즉 학생들이 학습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하며, 그 전략으로 문제해결적 접근의 프로젝트 학습, 설계과정, 문제해결학습, 문제중심학습, 디자인 씽킹 등의 모형과 협동적 접근의 여러 가지 모형의 이론, 토의토론 학습 모형 등의 실제적 전략을 탐구하였다.
제3부에서는 기술교과 교육의 학습평가에 대한 탐구로서 학습 평가의 개념과 동향, 기술교과 교육에서의 학습과 통합된 수행 중심 평가와 루브릭, 포트폴리오 평가의 이론과 실제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었다.
저술대상과 저자의 바램
이 책은 기술교과 교육을 수학하는 예비교사, 기술교과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 기술교과 교육을 연구하는 연구자를 위하여 쓰여진 책이다. 모쪼록 이 책으로 인하여 기술교과 교육학의 학문적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기술교과 교육학의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연구하는 기초자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기술교과 교육학의 학문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새롭게 하고, 이 책에서 다루어진 모든 주제가 저자의 축적된 연구 결과이다.
기술교과 교육학과 관련하여 저자는 네 번째 출판된 책(2005, 2010, 2017, 2023)이다. 이 책은 다른 어느 책보다 애정을 가지고 새롭고 심오한 내용과 논의를 지속해왔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어진 주제와 내용에 대하여 독자들의 기술 교과교육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나아가 기술교육의 새로운 연구와 실천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감사의 글
이 책은 많은 분들의 모범과 애정의 결실이다. 학문적 연구와 정도를 몸소 가르쳐 주신 스승님, 학문적 깨우침을 이끄신 선배, 동료, 후배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실과교육연구(1997), 실과교육학연구(2001) 기술교과교육학(2005) 기술교과교육의 탐구(2010) 기술교과 학습의 탐구(2010) 발명교육학 연구(2014) 기술교육론 1: 교육학적 이론과 탐구(2017) 기술교육론 2: 학습학적 이론과 실천(2017) 기술교과교육 탐구(2023)기술 교육과정 탐구(2023) 기술교과 학습 및 평가 탐구(2023) 등 한결 같이 개인적 집필에 늘 관심과 지원을 해주신 형설출판사 장진혁 대표님과 형설출판사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이 책의 집필 작업은 길게는 저자가 기술교과 교육을 연구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즉 1997년 첫 출판으로 따지면 26년 동안 지속된 연구 결과의 성과이다. 다른 수십 권의 책을 출판하였지만, 위 열거한 책은 저자가 평생 연구해온 실과, 기술 교과 교육학 연구의 핵심 저술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지만 그에 따른 책무도 크게 느껴진다.
40여년 교사로서, 교사 교육자로서 교육하고 연구하면서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는 축복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 그 좋은 분들이 함께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참 고마운 그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늘 연구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지원해 준 아내의 사랑과 인내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험난하지만 나름 즐거운 업으로 연구의 길을 들어서고 또 성실히 성취하고 있는 아들 부부 용빈, 지원, 아들 용민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첫 들을 맞이하는 손자 이든(Eden)이의 재롱은 이 책을 출간하는데 큰 기쁨과 힘이 되었다.
‘교육은 들통에 지식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수 많은 지식들이 독자들의 교육과 연구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독자의 교육 철학으로 재 해석되는소중한 연구 자료가 되길 희망한다.
2023년 2월에
한밭, 대덕의 연구실에서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