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들은 아마도 내 젊은 날 가장 힘들고 막막했던 시절의 기록이다. 하기야 더 어려웠던 고비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그 역경을 견딜 만한 의미와 의지가 있었다. 그런 시간들은 고달프면서도 불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기를 쓰던 동안에는, 내가 선택한 삶에 내가 자신이 없었다. 쓸데없는 세월을 보내며 망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괴롭고 불안하였다. 그랬기에 오히려, 돌이켜보니, 다른 어떤 시간들보다 더 소중한 날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 책으로 묶기 위해 다시 읽다가, 나는 여러 군데를 다시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난날을 고칠 수는 없으니까. 과거란 그런 거니까. 안타깝고 아리고,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그리운... 추억이란 다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