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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유안

출생:1984년

최근작
2024년 6월 <새벽의 그림자>

먼 빛들

이 책의 초고를 쓸 때 말 그대로 정말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책의 큰 줄기가 정리된 뒤에 다른 원고들을 쓰는 사이사이 이 책에 실릴 소설을 한 부 한 부 써 나갔는데, 이 원고를 잡을 때마다 속도가 너무 잘 붙은 탓에 쓰면서 내심 걱정했다. 진짜 좋은 소설은 한 땀 한 땀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설 쓰기가 이렇게 재미있어서야. 그럼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쓰다 멈춘 부분의 다음을 얼른 잇고 싶어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 쓰는 내가 이토록 재미를 느끼는 소설을 써도 될까 싶었고, 이런 글을 쓰다가 누군가에게 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책을 다 쓴 이 순간에 돌이켜 보면 소설을 쓰는 일은 늘 내게 그랬다. 억척스러운 생활인인 나를 능청스러운 괴짜나 멋진 외톨이로 만들어 주는, 내게는 다만 경험하는 것으로 충만한 일. 이런 마음이면 소설을 책으로 묶어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주제를 밖으로 꺼내 놓을 수 있는 인물들은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왕 일하는 사람들을 무대 위로 올릴 거라면 굵직한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불러낸 이들은 고위직, 권력을 지닌 여성이 되었다. 이미 특별한 사례가 아닌데도 그들은 여전히 안줏거리가 된다. 나는 어째서 그들의 대부분이 권력을 밖으로 분출하지 않고 기꺼이 초연해지는지 궁금했고, 소설의 인물과 함께 실험해 보고 싶었다.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소설의 내용 탓이었는지 글 쓰는 동안 와인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아마도 그것이 이 소설에 대해 내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던 것 같다. 그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소설을 다 쓴 지금은 집에 늘 와인 두 병 정도가 비상용으로 대기 중이다. 세상일이 수선스러워질 때 언제든 꺼내서 마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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