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햇살과 바람을 받으면서 말없이 쑥쑥 자란다. 나무 아래서 바라보면 전혀 자라지 않는 것 같으나,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봄을 맞아 연초록 새순을 기지개 켜듯 쑥쑥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경이로움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꿈은 그와 같다. 내가 죽을 때까지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살듯, 내 딸과 아이들이 언제나 자신만의 꿈을 갖고 그 꿈의 주인공으로 나아갈 것을 믿는다. <꿈을 향해 크는 나무>의 동이와 아령, 기준과 정우의 꿈처럼 우리 모두의 꿈이 기적으로 일어서기를! - 작가의 글 중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사춘기를 몹시 혹독하게 겪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된 사춘기가 아직 다 끝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질풍노도의 길에서 한 뼘쯤 벗어난 듯하다.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나는 짧았지만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재혼생활을 끝냈다. 어미는 어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무척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의 사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사춘기가 극에 달했다. …
딸은 아빠의 보살핌과 조언이 가장 필요한 때에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성장하기 위한 통과 의례라지만, 딸의 슬픔과 분노와 어쩌지 못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혹은 모르는 척하면서 나 또한 몹시 아팠고, 슬펐고, 우울했다.
딸은 제 심정을 깊이 헤아려 주지 못하는 어미를 원망하면서, 저를 살뜰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엄마의 품을 가끔은 떠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딸의 격한 마음을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한 어미 또한, 깊은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어대는 딸한테서 가끔은 도망치고 싶었다. 어미가 딸과 마주치는 시간을 피하고 싶은 적이 있었듯 내 딸 또한 저를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하는 어미한테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많았으리라.
그렇게 딸과 어미는 가까웠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갔다. 질풍노도의 시간 속에서 딸과 어미는 서로 상처 받고, 그래도 서로에게 치유 받으며 애틋해졌다.
어렸을 적, 우리집 마당에는 아주 예쁜 화단이 있었습니다. 화단에는 키 작은 채송화부터 키 큰 칸나와 글라디올러스, 심지어는 그 당시에 몹시 귀했던 바나나 나무도 있었습니다. 꼬맹이였던 나는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와 함께 화단에서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꽃을 좋아하고 화단 가꾸기가 취미였던 엄마는, 꽃밭에서 놀고 있는 나와 강아지를 볼 때마다 화단 망가진다고 야단치곤 했지만, 나는 틈만나면 강아지와 화단에서 놀았습니다.
꽃 속에서 놀다보면 나도 꽃이 된 것처럼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지금 아는 꽃 이름은 그 시절에 알게 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옛날엔 길가 어디를 가나 흔했던 꽃들을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서운하기도 합니다.
늘 꽃을 보며 살다가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점점 꽃과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했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흙길이 시멘트 길로 변하고 도로화 되면서 흙길이 점점 없어진 탓이겠지요. 또는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 각박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겠지요.
어느 날 문득 그동안 잊고 살았던 꽃이 눈에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꽃이 눈에 띄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꽃에게 다가가 참 예쁘다고 말을 걸면서 쓰다듬었습니다.
어릴 적 화단에서의 소꿉장난 놀이가 그리움이 되어 솔솔 피어올랐습니다. 화단을 갖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화단은 아닐지라도 아주 자그마한 화단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욕심이 날마다 커져 갔습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지라 화단을 만들 수 없자 무작위로 화분을 사 들였습니다.
거실 혹은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볼 때마다 무척 행복했습니다. 자그마한 잎사귀도 예쁘고, 꽃망울을 달고 있는 모습도 너무나 앙증스러웠습니다. 딸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도 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어느 날, 꽃을 보고 있는데, 꽃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그 사연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어여쁜 꽃에 숨겨진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꽃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꽃마다 저마다 사연이 너무 슬퍼서 쓰는 내내 가슴앓이를 참 많이 했습니다. 저렇게 예쁜 꽃에 그리도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다니, 가끔은 가슴이 먹먹해져서 글 쓰던 것을 멈추고 하늘을 보곤 했지요.
‘선녀와 아기’에는 우리나라 꽃을 소개했습니다. 옛날 옛적 이야기로 시작되는 꽃 이야기는 여러분의 가슴에 슬픔을 안겨 주기도 하겠지만, 꽃에 얽힌 사연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걷다가, 혹은 집안의 화분에서 꽃을 보게 되면 꽃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참, 예쁘구나.” 한 마디 해 주세요. 그러면 슬픈 사연을 간직한 꽃들도 슬픔을 잊고 몹시 기뻐 할 거예요.
꽃에 관한 전설을 알고 나니 예전보다 더 꽃을 향한 마음이 애틋해 졌습니다. 비록 사연은 슬프지만 현실의 꽃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지요.
여러분도 꽃처럼 어여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머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