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한정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5년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9월 <쿄코와 쿄지>

이 저자의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자목련
2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박치즈
5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twee...
6번째
마니아

[세트] 언니밖에 없네 + 유리 시리얼볼

"우리는 이해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니까."

마고

“그냥, 사랑 이야기입니다.” 위의 문장은 이든 대위가 주인공인 연가성에게 관심을 보이며 주어 든 소설, 『너희들의 등 뒤에 서』가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 장면에서 하는 대사이다. 물론 저 소설의 실제 내용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복수를 다룬 내용으로 일본인이 쓴 것이며,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나 조선어를 모르는 이든에게는 연가성의 저 말, 그러니까 그냥 사랑 이야기, 로서만 아마 그 소설은 기억될 것이다. 이렇듯 언어가 비껴간 자리에서 사라지는, 혹은 오해되고 숨겨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비껴선 이야기를 끝내 하는 것 또한 인간의 언어가 해야 할 몫, 나는 그것을 소설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소설가이고, 그러니 저 소설이 아닌 나의 이 소설 『마고』 또한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 이야기이기도, 그리고 미군정기라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은 모든 비껴선 언어 사이를 최대한 멋대로 뻗어 나갈 수 있으니까. 나는 그런 소설의 그런 특성을 통해 이 소설에서 저 이야기들을 모두 하고 싶었다.

언니밖에 없네

우리는 이해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니까.

줄리아나 도쿄

만약 글이 정말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나아가게 한다면, 그 글은 물론 도서관 서가를 가득 메운 정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어느 서랍 속 오래된 수첩 안의 메모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껏 공부를 해오고 소설을 써왔지만,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처럼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소설이 그 누군가에게 제가 발견했던 오래된 수첩의 메모처럼 어떤 용기가 되기를, 위안이 되기를, 의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쿄코와 쿄지

기이한 일이다. 항상 과거의 일부터 소환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두번째 소설집을 내려고 보니 첫번째 소설집을 묶을 때의 내 기분을 떠올리게 된다는 뜻이다. 2020년에 첫번째 소설집을 냈으니 요즘 속도로는 빠른 편이 아닌 것 같다. 다만 그사이에 장편을 두 편이나 썼다는 게…… 쓰는 인간의 삶을 살게 되어 감사하다. 사실 최근 세번째 소설집의 첫 소설을 계간지에 투고했고 다행히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세번째 소설집도 나름의 세계관을 짜두었고 거기에 맞춰 진행될 예정인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두번째 소설집의 세계를 잘 마무리지었나 돌이켜보면 조금은 스스로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애당초 이 두번째 소설집은 「쿄코와 쿄지」에 등장하는 네 명의 친구, 그들과 관계된 이들이 시대사의 흐름에 따라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로 짜두었다. 현대사에서 내가 주요 거점이라고 생각하는 강남과 용산, 지방의 광주와 부산, 마산 일대에 초점을 두었다. 다만, 첫번째 소설집에 비해 배경이 현대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보다는 개인사에 더 비중을 두었다. 그러다 보니 화자를 당사자가 아닌 비켜선 인물로 설정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제 한국 현대사 또한 당사자 이후 세대의 과제이며 그들의 몫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현대사 질곡의 순간을 경험한 피해 당사자가 고령으로 죽거나 죽음을 목전에 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진 데다가, 아쉽게도 그들의 피해 사실이 이제야 밝혀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령 부마민주항쟁 같은 경우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민주항쟁으로 인정되었는데, 그 시절 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때껏 자신들이 국가 폭력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5·18민주화운동의 경우 현대사의 굵직한 국가 폭력 중에는 그나마 많은 연구 성과가 있는 편이지만, 이 사건의 피해 범위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것이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 현대사 연구는 독재 정권들의 많은 방해 속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 당사자가 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현장에서 사살되었을 경우 제대로 된 피해 사실 확보가 어렵다. 그러니 피해 당사자의 구술 증언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또 다른 과제는 아마도 이후의 세대가 이것을 어떻게 인지해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 사건에 슬픔과 애도를 표하나,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것이 나의 두번째 소설집에서 다루고자 했던 첫번째 이야기이며 나의 지속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마고』의 ‘작가의 말’에 이야기했지만, 나는 공적인 역사를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공적인 역사만 존재하는 건 아니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무척 당연하게도 나는 역사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자질과 지식을 가졌으나 적어도 역사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역사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치판단을 하는 자가 아니라 응시하는 자,라는 말에 적극 동조한다. 그러니까, 응시. 침묵으로의 언어 찾기. 이것이 이 소설집에서 내가 관심을 기울였던 두번째 이야기다. 지금껏 내 소설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는 모두 ‘쓰는 자’였고(『줄리아나 도쿄』의 한주, 「소녀 연예인 이보나」의 ‘나’,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의 설영, 『마고』의 송화) 이것은 등단작부터 지속된 나의 세계관의 가장 공고한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아돌프와 알베르트의 언어」에서 데이비드 셰이퍼는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언어’라고 명명한다. 그만큼 내게 쓰는 일과 언어로써 기억하기는 중요한 관심사인데 소설 쓰기와 공부를 지속할수록 ‘음성언어화되지 못한’ ‘침묵’의 언어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침묵을 향한 내 태도에 대한 생각을 쓰고자 한 소설집이기도 하다. 소설 속 시간대는 1970~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를 아우른다. 아마 세번째 소설집에는 이후 시간대와 개인적으로 한국 현대 산업사의 중추라고 생각되는 지역들이 등장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계획이지만 이렇게 말해놓으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지키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에. 이 소설집을 묶으며 등단작인 「아돌프와 알베르트의 언어」에 관한, 개인적으론 재밌는 기억이 있다. 사실 첫번째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묶으면서 등단작을 넣지 않았던 건 내 세계관이 「괴수 아키코」 이후 바뀌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등단작을 아예 버려둘 생각은 없었던 데다가 『쿄코와 쿄지』를 기획하며 두번째 소설집엔 등단작을 프롤로그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해두었다. ‘진작’에 기획했던 일이긴 했지만, 솔직히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는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을 믿기 어려웠던 거다. 아무래도 등단작이니 혹 모난 표현이 있지는 않을지 여러모로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하루는 동료 작가 K의 집에 놀러 갔는데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거였다. “등단작 이번엔 나와요? 그거, 누가 봐도 한정현의 소설이던데요? 이름 가려도 알겠던데요” 솔직히 이 한마디에 웃음과 안도가 터졌다. 그 말에 힘을 얻어 그 소 설을 다시 읽었는데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밌었던 건, 등단작이 단순히 소재적인 측면에서 『쿄코와 쿄지』의 작품들과 유사성을 띠는 게 아니었단 점이다. 전혀 수정하지 않았는데 『쿄코와 쿄지』의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어서 뭔가…… 스스로는 ‘환승 인간’이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소설에서는 지독한 ‘소나무 인간’인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등단작을 책으로 묶을 수 있는 날이 실제로 오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언제까지일지 몰라도 이 쓰는 삶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해설을 맡아주신 강도희 평론가님께 무척 감사드린다. 이 두꺼운 소설집의 편집을 맡아주신 김필균 편집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쉽지도 않고, 역 사적인 사건을 다루다 보니 필연적인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내 소설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가장 큰 감사를 보낸다. 2023년 9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